초고령 사회에 따라 고령 운전자 사고 증가
고령자 특성을 고려한 근본적 대책 필요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낮 기온이 37℃를 넘나드는 뜨거운 여름이다. 지방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주한 강 씨(71)는 평소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시와 조금 떨어져 있다 보니 특히 폭염에는 어쩔 수 없이 승용차로 이동해야 한다.

 "버스 배차 시간이 길고, 택시는 왕복에 5만 원이 넘어요."

 "날씨가 덥거나 춥거나 비가 올 때, 마트나 병원에 가려면 너무 힘들어요."

 

미나리 농사를 짓는 김 씨(81)는 운전면허를 반납하라는 소리를 들으면 막막하다.

"1t 트럭이 없으면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없어요."

 

박 씨(78)는 운전면허를 반납할 생각이지만, 반납 이후가 걱정이다.

"아내 건강 때문에 대형 병원에 자주 가는데 대중교통이 없어요."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사회적 이슈로 대두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 인구의 19.5%인 1,000만 명을 넘었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으며,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 운전자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며, 이로 인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또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고령 운전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는 2022년 438만 명에서 2040년에는 1,361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에 따라, 6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 건수는 2019년 33,239건에서 2023년 39,614건으로 증가하였다.
 

ⓒ 고령 운전자 사고 건수 및 비율 / 자료 출처-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각 지자체
ⓒ 고령 운전자 사고 건수 및 비율 / 자료 출처-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각 지자체

 

노화로 인한 고령자의 특성

이러한 사고의 증가는 고령자의 특성에 기인한다.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해 신체적 및 인지적 능력이 저하되어 자연스레 운전 능력이 떨어진다.

 

ⓒ 고령자의 특성 / 자료 출처- Kosha Guide
ⓒ 고령자의 특성 / 자료 출처- Kosha Guide

실제로, 도로교통공단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의 평균 속도 및 과속 빈도는 낮게 나타났다. 하지만 핸들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많고, 신호등 판별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즉, 신체적 능력 저하로 반응 시간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인 수치는 다음과 같다.

 

ⓒ 고령 운전자와 일반 운전자의 운전 특성 비교 / 자료 출처- 강수철 외, 도로교통공단
ⓒ 고령 운전자와 일반 운전자의 운전 특성 비교 / 자료 출처- 강수철 외, 도로교통공단

 

실효성이 의문인 다양한 대책 방안

사고를 줄이기 위해 우리나라는 만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3년으로 하고 인지 능력 검사와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각 지자체는 면허 반납을 독려하고 있다. 그에 따른 인센티브로 교통비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반납률은 매년 2% 수준이다. 면허 반납은 불편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고령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대를 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운전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때 느끼는 상실감과 우울감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고령자들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면허 반납 외 다양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 대책 / 자료 출처- 각 언론사
ⓒ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 대책 / 자료 출처- 각 언론사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은 고령자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즉, 고령자의 특성을 고려한 '인간공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여기서 '인간공학적 접근'이란 인간의 특성을 고려하여 도구, 기계, 시스템, 환경 등을 설계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고령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도로(차로)를 설계하는 것이다.

 

 

고령자의 특성을 고려한 도로 설계

 이와 관련하여 올해 4월 국토교통부는 ‘사람 중심 도로 설계 지침’ 해설 편을 마련하여 배포하였다. 해당 지침은 고령자뿐만 아니라 장애인 등 교통 약자의 안전 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고령자를 고려한 도로 설계의 다양한 지침 중에 대표적인 두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분리형 좌회전 차로’ 설계 방안이다. 교차로 회전 시, 자동차 속도, 신호 및 보행자 등 다양한 요인을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는 인지 능력 저하로 빠른 판단이 어렵다. 또한 반대편 차량이 보이지 않는다면 판단에 대한 부담이 가중된다. 따라서, 분리형 좌회전 차로를 통해 차로를 명확히 하고, 시야를 확보하면 운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기존 차로(사진 좌측), 분리형 좌회전차로(사진 우측) / 사진 출처- 국토교통부
ⓒ 기존 차로(사진 좌측), 분리형 좌회전차로(사진 우측) / 사진 출처- 국토교통부

두 번째로, ‘노면 색깔 유도선’과 ‘차로 지정 표지판’ 설계 방안이다. 고령 운전자는 교차로 통행 방법이나 차로 변경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면 색깔 유도선과 차로 지정 표지판을 설계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고령 운전자가 사전에 통행 방법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추가적으로 시인성 향상을 위해 글자를 충분히 크게 해야 한다.
 

ⓒ 노면 색깔 유도선(사진 좌측), 차로 지정표지판(사진 우측) / 사진 출처- 국토교통부
ⓒ 노면 색깔 유도선(사진 좌측), 차로 지정표지판(사진 우측) / 사진 출처- 국토교통부

 

나이와 운전은 무슨 상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있다. 나이에 따른 차별은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간행물 ‘고령사회의 삶과 일’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나이와 교통사고 발생 비율의 연관성은 없다'고 한다. 즉, 고령 운전자의 사고 위험은 다소 크게 나타나지만, 같은 연령대라도 운전 능력은 사람마다 차이를 보인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요즘은 의료, 영양 등이 전반적으로 좋아져 60~70대 정도는 고령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나이를 기준 삼은 일률적인 면허 제한 및 정책은 ‘어불성설’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시점에서 고령자를 고려한 사람 중심 도로 설계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고령 운전자에 대한 다양한 예방 대책이 고령자 보호일 수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차별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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