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지에서는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해 애쓰고 있는 안전보건 인플러서(Influencer,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품고 있는 안전보건에 대한 철학과 사명감, 경험과 통찰을 전합니다.
안전보건 향상을 위해서는 한 개인의 실력과 노력만으로는 결코 이뤄낼 수 없습니다. 또한, 안전보건 분야에는 한가지의 정답은 있을수가 없습니다. 모든 현장의 경제적, 환경적 상황이 다르고, 소속된 근로자들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전보건인들은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열린 소통으로 함께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소개되는 인플런서들은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며 애쓰고 있는 안전보건인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나눠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인터뷰에 응해 주셨습니다. 관점과 생각의 차이가 있더라도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 응원하면서 글을 읽어주시길 권면드립니다.
소통에는 격이 없이,
안전에 관해서는 단호히!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서울 서초구에 2022년도 8월에 공사가 착공이 되어 2026년 8월 30일에 완공이 예정인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방배' 현장이 있다. 이 현장은 총 공사 금액이 1조 1138억 정도이고, 평일 기준으로 작업에 임하는 근로자 수가 1200여명 정도인 규모가 꽤 큰 건설 현장이다.
이 곳에는 평소 소통할 땐 직원들과 격이 없이 지내지만 안전에 관해서는 명확하고 단호하게 업무에 임하는 외유내강 스타일의 '서용원 안전팀장'과 배려와 소통으로 원팀을 이뤄 안전보건관리에 힘쓰고 있는 10명의 안전관리자, 2명의 보건관리자, 4명의 안전보조원, 24명의 안전지킴이가 있다.
본 지에서는 건설안전 경력만 25년인 서용원 팀장이 전하는 안전보건에 대한 경험과 통찰은 무엇인지 소개하기 위해 디에이치 방배 현장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안녕하세요 팀장님. 본인의 소개와 함께 삶의 좌우명이나, 업무스타일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1200여명이 넘는 현장 근로자 안전과 40여명의 안전보건팀을 리더하고 있는 서용원 팀장입니다. 삶의 철학이라고 한다면 '유지경성(有志竟成)'이라고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삶고 있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열정적으로 임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입니다. 내 입장보다도 상대방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성격인데, 내 의견과 좀 다르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가 있겠다'라고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안전보건을 하려면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직원들과 업무시 문제가 생겼을 때도 "왜 그렇게 했어" 라고 말하기 보다는, "내 의견은 이런데,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겠냐" 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해야지, "딱 이거다"라고 단정해 놓고 대화를 하면 따라올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팀원들이 나이가 좀 어리더라도 서로 존경하고 예의를 갖추면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Q. '외유내강' 스타일로 안전관리 업무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근로자와의 라포형성도 중요할텐데, 뭔가 팀장님만의 특별한 안전관리 노하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안전관리를 할 때 너무 부드럽기만 하면 통제가 필요할 때 업무에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가 따라올 수 있게끔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로자가 위험하게 작업하고 있을 때, 관리자마다 이를 통제하는 대응방식이 성격따라 많이 다른데, 간혹 감정적으로 윽박지르듯이 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상대방 기분이 나쁘지 않으면서도 위험에 대한 상황을 본인이 인식할 수 있도록 단호하지만 이해할 수 있게 얘기해 주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를 '외유내강' 스타일이라고 얘기하나 봅니다.
라포형성을 위해 순회점검을 할 때 나이와 직책에 관계없이 먼저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근로자분들의 작업 모습을 종종 찍는데, 잘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서는 그 사진을 현장소장도 참석하는 뎁스 회의 때 칭찬 사례로 소개합니다. 또 위험하게 작업하는 근로자가 있으면 사진을 찍고 난 후, 해당 근로자를 불러서 본인 모습을 보여주고 위험을 인식시켜주고 안전조치 사항들을 설명해 줍니다. 현장에는 외국인 근로자들도 많이 있는데, 이런 스타일로 안전한 행동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사진찍는 것에 불만을 가진 근로자들도 이제는 자신을 위한 것으로 알고 저를 신뢰합니다.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를 하다보면 안전관리자와 근로자가 언성이 높아지며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일용직 근로자들은 하루 벌어 먹으려고 온 사람들인데, 안전교육 한번 받아서 어떻게 다 기억하고 일하겠습니까? 팀원들한테도 근로자 스스로가 안전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이런 방식을 활용해서 안전한 행동을 유도하도록 권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업자가 여러번 안전수칙을 위반하고 위험하게 작업할 때는 작업 배제를 하기도 하면서 단호하게 경고를 줍니다.
Q. '디에이치 방배' 현장의 안전보건팀과 안전보건 활동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배려와 소통하는 안전보건팀
우리 디에이치 방배 현장의 안전보건팀은 지금 한창 바쁜 공정이지만 서로 도와주고 배려해주는 끈끈한 정이 있는 팀입니다. 본사 점검 당시에도 팀내 분위기가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습니다. 요즘 모든 직종에서 세대간의 소통이 잘 안되어 조직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팀장들이 많이 있는데, 우리 팀원들은 저와 나이차가 좀 많은 편입니다.
젊은 직원의 경우에는 자녀뻘이 되는 이들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녀하고 같이 근무를 하는 건데, 업무를 볼 때 편안하게 생각하고 잘 모르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얘기해 주고, 회사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언도 해주면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 수평적 소통이 대세지요. 격의없이 많이 들어주고 소통도 자주하다 보니, 업무 외 시간에 직원들끼리 편하게 회식할 때도 나이 많은 팀장을 꼭 챙겨줍니다.
안전관리 1 - 원청과 협력업체가 함께 위험을 관리하는 'DABs 회의'
우리현장에서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매일 오후 3시 모든 협력사 소장들과 당사 현대건설 소장 관리감독자, 안전관리자가 참여해서 다음날 작업내용을 공유하고 안전대책을 회의하는 'DABs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회의는 협력업체가 안전관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든 현대건설의 안전보건시스템 중 하나입니다. 최초 위험성 평가부터 월별 위험성 평가, 주간별 위험성 평가, 일별 위험성 평가 제도를 통해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함께 위험을 관리합니다.
이 회의에서는 다음날 진행될 공정이 뭔지, 그에 따른 위험 요인이 뭔지에 대한 위험성 평가가 진행되고, 안전조치 등 대책을 논의합니다. 현장 소장님부터 수행 팀장, 담당 공사 담당자, 협력업체 대표까지 다음날 진행되는 작업에 관련된 모든 협력업체 관계자가 거의 100% 참석하고 있습니다.
협력업체 관계자가 작업할 공정 중에서 고위험 작업에 대한 시각화 자료를 올려줍니다. 회의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다음날 진행될 작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몇 동에 무슨 작업하고, 어디에서 견출작업이 있는지, 거푸집 조립 작업을 할껀지, 갱폼 이양작업을 할지 여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회의를 통해 같은 날에 어떤 공정이 동시 작업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있고, 크레인과 같은 고위험 장비의 투입 여부나 작업자의 동선도 사전에 파악이 됩니다. 공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작업장에 혼잡이 발생해 차량이나 사람간에 부딪힘 사고가 발생하거나 고위험 장비로 인한 차량 사고가 일어날수 있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작업공정의 시작 시간을 조정하거나 유도자 추가 투입이나 장비 이동동선에 근로자 보행구역 설치, 안전 구역 설정이나 출입 통제 등을 통해 사전에 위험을 대비할 수 있어서 안전관리에 매우 유용합니다.
안전관리 2 - 근로자와 위험을 공유하고, 안전행동을 유도하는 'H-안전지갑'
회의후에는 매일 아침TBM 시에 전날 DABs 회의에 반영된 고위험 작업상황을 모바일 앱인 'H-안전지갑'을 통해 근로자와 사전에 정보를 공유해서 안전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습니다.
'H-안전지갑'은 매일 근로자가 출퇴근시에 바코드를 찍으면 포인트가 쌓이는데, 해당날에 무재해가 달성되면 포인트가 더 들어갑니다. 최근에는 안전신문고나 위험작업에 대한 작업중지권 기능이 앱에 추가됐는데, 근로자가 위험한 상황이나 위험하게 일하는 근로자를 안전신문고에 신고하면 5천원 포인트가 적립되서 안전관리에 근로자의 참여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 앱은 원청직원 뿐만 아니라 하청 직원들에게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위험한 상태나 작업이 모바일로 안전팀에 바로 전송되니까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모두가 안전에 관심을 가지게 돼서 안전관리 입장에서 보면 근로자 참여를 유도하기에 효율적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포인트가 쌓이고 그 포인트를 네이버 페이로 바꿔쓸 수 있으니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 회의에서 공유됐던 자료가 안전지갑에 등록된다는 것인데, 작업자는 안전지갑 앱을 열면 오늘 작업이 무엇이고, 해당 작업에 대한 위험 요인과 안전수칙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근로자가 앱을 확인 안하면 작업 반장이 해당 내용을 캡처해서 해당 작업자에게 문자로 전달하기도 합니다. 작업반장이 누가 확인을 하고 안했는지 알 수 있어서 작업자들이 안 볼 수가 없습니다.
최근에는 본사 차원에서 안전신문고에 신고된 작업중지권이나 기타 안전에 대한 여러 제안이나 사례를 선별해서 해당 직원에게 10만원 포인트를 또 주기도 했는데, 현장의 위험성 평가와도 연결돼서 안전수첩이 안전관리를 하는데 효과가 크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외 안전 관리 활동 - 남녀 휴게실 분리 및 동선 고려한 휴게시설, 펜스 넘버링, 스마트 에어백, AI카메라 설치 등
이외에도 2023년 8월부터 시행된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가 도입된 후, 현장내 남녀 휴게실 분리와 근로자 동선을 고려해 현장내 지하층에 근로자 휴게실을 추가로 설치해서 근로자의 동선을 최소화해서 휴식할 수 있도록 각 공구마다 휴게시설을 설치해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노력중입니다.
또한, 펜스에 넘버링과 AED 표시를 해서 작업시나 긴급한 상황시 바로 위치를 파악할수 있도록 시스템을 운영중이고, 건설기계마다 AI 카메라를 반입시부터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당사 내부 규정에 없지만 살수차에도 AI 카메라를 부착해서 장비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생명줄을 설치할 수 없는 작업에는 만일에 대한 추락시 근로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스마트에어백'를 비치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요즘 건설안전관리자들 사이에서 '탈건(건설업을 탈출하자)'이라는 말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고 하는데, 건설업 안전팀장으로서, 선배 건설안전관리자로서 권면이나 응원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건설안전 업무만 25년 이상을 했습니다. 항상 어려운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임해 왔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내가 어떻게 하면 이걸 이겨낼수 있을까'에 대해 집중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던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건설안전관리가 타 업종의 안전관리보다 더 어렵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건설업 안전관리를 하게 되면 회사에서 현장과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제공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이동시간이 짧다 보니, 출퇴근시에 다음날 진행될 작업에 대해 생각을 자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퇴근할 때는 다음날 어떤 위험 작업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고, 담날 일찍 출근해서는 안전관리측면에서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들을 메모해서 작업 시작전에 협력업체 소장이나 반장들에게 전달해 주곤 했는데, 이런 행동들이 현장 관리자나 근로자들에게 안전에 대한 진심을 전달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도와준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안전관리자의 업무 중요도와 역량 향상의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중대재해의 예방과 각종 스마트 안전의 이해 공정의 따른 안전 시설물 설치 등은 정확한 공정 이해가 있어야만 현장 안전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사실 부상재해나 중대재해가 발생하게 되면 안전관리자로서 심적으로 많은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지요. 특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그 현장은 안전관련 직원 뿐만 아니고 현장 소장을 비롯해서 모든 관리감독자가 편안할 수가 없는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미리 예방하려고 노력하는 것인데,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잘하고 한다고 해도 사고는 우리가 생각지 못한 데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자신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보든 안보든 상관없이 본인이 열정을 갖고 열심히 성실하게 노력하면 동료가 알고, 현장의 근로자나 관리자들이 인정해 줍니다. 회사에서도 안 보는 것 같지만 다 압니다. 꾸준한 열정과 성실한 노력이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상황과 환경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마시고, 사명감을 가지고 조금만 더 힘을 내시면 좋겠습니다.
※ 안전보건분야의 향상을 위해 본 지 인터뷰에 적극 협조해 주신 현대건설과 '디에이치 방배' 현장의 서용원 안전팀장님 및 안전보건팀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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