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글레이즈 습지에 추락한 비행기, 나무위키
ⓒ에버글레이즈 습지에 추락한 비행기, 나무위키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1972년 12월 29일, 밤 11시 42분 이스턴 항공 401편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76명 중 101명 사망했다. 당시 최신예 항공기가 추락했기 때문에 상당히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사고 당일 이스턴 항공 401편은 뉴욕주 퀸즈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출발해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베테랑 기장이 인도된 지 4개월 된 신형 기체로 정상 운항하고 있었는데, 마이애미에 접근할 때 착륙을 위해 랜딩 기어를 내렸지만 랜딩기어 램프가 켜지지 않았다. 랜딩 기어가 내려가지 않으면 동체착륙을 해야하기 때문에 기장과 부기장은 계속해서 랜딩기어를 내리려고 했다.

 

추락 후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미 랜딩기어는 내려져 있었다. 단지 램프의 등이 나가서 불이 들어오지 않았던 것 뿐이었다. 조종사들은 비행기를 자동운항에 맞춰놓고 모두 랜딩기어 램프에 매달렸다. 이 와중에 자동운항이 풀려 비행기는 점점 고도가 낮아지고 있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조종실의 누군가가 금방 알람을 듣고 알아차렸을텐데, 모두가 랜딩기어 램프에만 매달리느라 확인할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 기장이 이 사실을 알고 다시 조종관을 잡았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그나마 비행기가 추락한 곳이 에버글레이즈 습지였기 때문에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했고 76명이나 생존할수 있었다. 이 최신예 기종의 추락은 사고조사관들에게도 많은 의문을 가져다 주었다. 왜 조종사들은 아무도 항공기의 조종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이들은 블랙박스의 음성 녹음 장치를 복원한 후에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었다. 당시 최첨단 여객기였던 이 비행기에는 비행기를 수동으로 움직여야 할 때 조종사가 조종간을 쥐기만 해도 바로 자동조종장치가 해제되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었다. 기장은 당시 자동운항장치를 켜놓았는데 부기장에게 랜딩 기어가 내려왔는지 확인하려고 몸을 돌리면서 조종관을 살짝 건드렸다. 이로 인해 자동운항이 해제된 것이었다.

 

마이애미 공항 관제사의 실수도 문제였다. 이들은 레이더를 보고 401편의 고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저 레이더의 오류인 줄 알고 401편에 경고하지 않았다. 기장을 포함하여 조종사들 또한 자동운항장치를 너무 과신했다. '최신기종에 최신기능이 탑재된 비행기가 알아서 잘 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었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조사를 마치고 이스턴 항공의 조종사들이 항공기의 정교한 시스템을 잘 다루지 못하였다고 발표했고, 항공관제사들에게는 고도가 낮아지는 항공편이 있을 경우 경고하라는 새 권고사항이 추가되었다. 또한, 자동조종장치가 강제로 해제될 때 조종사가 알 수 있도록 더 강하게 경고해줘야 된다는 지침도 추가되었다. 

 

 

CFIT(Controlled Flight Into Terrain, 정상 운항중의 지상충돌)

이 대형사고의 원인은 12달러짜리 랜딩기어 램프 하나로 비롯된 것이었다. 이처럼 상태가 완벽한 비행기가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사고로 인해 생긴 용어가 'CFIT(Controlled Flight Into Terrain, 정상 운항중의 지상충돌)'이다. 'CFIT'는 정상적으로 제어되어 운항중이던 항공기가 의도치 않게 지면이나 산 등의 장애물을 향해 비행하여 발생하는 사고를 의미한다.

 

이 신조어는 1970년대 말에 보잉사의 엔지니어들에 의해 제정된 용어다. 처리해야 할 업무가 과도하게 많아진 업무포화상태에서 긴급한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비행기를 제어할 능력을 상실하는 것을 말한다. 민간 항공사 뿐만 아니라 미 공군에서도 1987년부터 1998년 동안 CFIT사고로 조종사 190명 사망했고, 항공기가 98대가 파괴되어 17억달러의 피해가 발생하였다.

 

ⓒ여객기 조종실 내부 모습
ⓒ여객기 조종실 내부 모습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처리해야 할 업무가 과도하게 많아진 업무포화(task saturation)때문이다. 여객기 조종실(cockpit)을 보면 전후좌후는 물론이고 천장까지 수많은 계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인간의 뇌용량은 수많은 정보들을 처리하기에 그 용량이 매우 작다. 그러한 상태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주의력(Attention)이 필요하다. 주의력은 인간의 정보처리과정을 직접 담당하지는 않지만 정보처리 단계에 깊게 관여한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우리는 동시에 여러가지 일들을 동시에 할수 있는 능력을 '멀티태스킹'이라 한다. 확실히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멀티태스킹 능력이 더 뛰어난것 같다. 여자들은 애기를 안고 TV연속극을 보면서, 동시에 냄비 속 음식 저으며 전화로 수다를 떨수도 있다. 하지만 남자들은 TV를 보다 전화가 오면 TV를 끄고 받아야 한다. 반면 여자는 공간감각이 부족하여 부산쪽으로 가려면 지도를 부산이 위로 가게 놓고 봐야 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멀티태스킹이 강한 이유는 인간의 뇌구조를 살펴봐도 알수 있다. 여성의 뇌량(Corpus callosum )이 남성보다 12%이상 크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인간의 뇌는 이성을 관장하는 좌뇌와 불규칙한 감정을 좌우하는 우뇌로 구성된다. 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뇌량이다. 뇌량이 클수록 좌뇌와 우뇌를 오가며 생각하고 행동할수 있다. 즉 여성이 남성에 비해 좌뇌와 우뇌를 오가며 동시에 쓰기에 편하다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여성도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스위치 태스킹(Switch tasking)과 백그라운드 태스킹(background-tasking)하는 것일 뿐이다. 스위치 태스킹(switch-tasking)은 두개 이상의 작업에 주의를 나누어 쓰는 분할적 주의력(Divided attention)을 이용한 처리하는 방식이고, 백그라운드 태스킹(background-tasking)은 무의식적이고 반복적인 일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의식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뇌는 한꺼번에 몇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뇌과학자들에 의하면 한 번에 두 가지 작업이 한계이다.

 

슴모비 (smombie)

현대사회에서 스마트폰 사용의 급증으로 인해 슴모비 (smombie)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스마트폰 좀비(Smartphone Zombie)의 약칭으로 주변을 살피지 않고 길을 걷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다. 복잡한 거리를 나서면 스마트폰만 쳐다보며 주위에 집중하지 않고 느리게 걷는 보행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산만한 보행자들로 인해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어 중국 층칭이나, 벨기에의 안트베르펜과 같은 도시는 2014년과 2015년에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보행자에게 방향을 지시하고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특수한 보도를 도입하였다.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스마트폰을 보며 걷지 말라는 안전표지판을 설치했다. 미국 홀로룰루시에는 스마트폰 관련법안을 제정하여 길을 건널 때 스마트폰을 이용하다 적발될 경우 35달러가 부과되고, 1년이내 두번째 적발시 78달러, 세번째 적발시 99달러를 내야 한다. 국내에서도 시청, 연세대, 홍익대, 강남역, 잠실역 보도 바닥에 걸어가며 스마트폰을 보면 위험하다는 교통안전표지를 설치했다.

 

문자를 보내며 걷는 보행자는 다른 보행자와 부딪히거나 보도의 연석을 넘다 넘어질 수도 있고, 차 앞까지 다가가거나 마주오는 차량을 피하지 못해 대형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보행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거리감각은 평소보다 40% 줄어들고, 시야폭은 56% 좁아진다. 사물을 정확하게 분별할 수 있는 정상 시각범위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은 보행자의 시야의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나 산업현장에서 휴대폰 사용 중 사고가 발생하면 거의가 부상 또는 사망이다. 그래서 부상 위험이 큰 산업현장에서 근로자의 휴대폰 사용 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의 물류회사 노조가 '물류센터 내 휴대전화 반입 금지 정책은 노동자 인권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훼손한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냈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시정위원회를 열어 '물류센터 내 휴대폰 제한이 차별이라는 진정을 각하한다'고 결정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대형 트럭, 중장비, 산업 장비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휴대폰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은 보잉사를 비롯, 제네럴 모터스(GM)도 안전 우려로 직원들이 보행 중 휴대폰 사용을 2018년부터 금지했다. 한국에서도 2022년부터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볼보건설기계 코리아, SK하이닉스 등이 보행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했다.

 

이스턴 항공 401편 추락사고는 4분간의 주의력 공백으로 빚어진 참사였다. 이 사고는 인간의 주의력을 과신하면 안된다는 가장 큰 교훈을 준 사고였다. 이러한 부주의로 인한 사고는 산업현장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멀티태스킹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중요하고 위험한 일을 하는 산업현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리스크랩연구소 : http://www.risk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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