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소규모 현장, 안전관리 접근방식부터 혁신적인 변화 필요
- 짧은 공사기간, 저가 공사비 등 현장 특성에 맞는 현실적 대안 제시 시급
- 초소규모 건설현장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방안 고민 필요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공사금액 1억 원 미만인 초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한 실질적인 안전관리 대책이 시급히 필요하다. 아파트나 단독주택의 리모델링 공사를 비롯해 구조물 보수․보강공사와 같은 초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관리 접근방식을 근본부터 뜯어 고치지 않는 한 재발되는 중대재해를 줄이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억 미만의 초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에는 136명이 사망했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 동안 377명이 사망했다.

 

초소규모 건설현장의 경우 발주자, 사업주, 근로자들은 공사기간이 15일 이내에 끝나고, 공사금액도 상대적으로 적어 안전에 대한 부분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한 안전 불감증으로 매년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중대재해사이렌에 올라온 9월 12일 중랑구 아파트단지내 사고 현장 자료/출처-고용노동부
ⓒ중대재해사이렌에 올라온 9월 12일 중랑구 아파트단지내 사고 현장 자료/출처-고용노동부

지난 12일, 오후 1시 28분경 서울시 중랑구 아파트단지 내에서 공사금액 1,900만원인 생활하수관로 보수공사 현장에서 굴착한 흙더미가 무너지면서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흙막이 지보공을 설치토록 하고, 지반의 형상, 지질, 균열, 함수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와 굴착방법, 순서 등 흙막이 지보공 설치 방법에 대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후 근로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고 재발방지대책을 제시했다. 이 내용은 관로공사와 같은 굴착장소에서 지켜야 될 산업안전보건기준에 제시된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고민해 볼 부분이 있다. 매몰사고가 발생한 초소규모 건설현장은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공사금액 1,900만 원에 공사기간도 4~15일 정도로 단기간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수주를 받은 초소규모의 건설현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장에 근로자는 많아야 작업반장과 굴착기 조종사를 포함하여 3~4명 이내로 추정된다. 

 

건설재해예방지도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현장 내에 사무소도 없는 실정이고, 공사를 수주한 건설회사라고 해봐야 상근인력은 사장과 경리를 포함하여 2명 정도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작업반장에게 건설회사가 일괄 하도급을 주었을 가능성이나 건설회사의 면허만 대여하여 공사를 수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과연 이러한 열악한 현장여건에서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것처럼 작업계획서를 만들고 근로들에게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여건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작업계획서는 누가 만들 것이며, 설사 작업계획서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공사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이행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현장에 주로 적용하는 일반적인 대책을 초소규모 현장에 적용한 것은 현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현장에서 사고 발생하는 것이다.

 

초소규모 건설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실질적인 현장 맞춤형 재발방지 대책 제시가 필요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처벌하는 뜬구름 잡기식의 탁상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즉시 적용 가능한 대책이 아쉬울 따름이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하는 것처럼 흙막이 지보공을 설치하려면 발주자가 비용을 반영해 주어야만 가능하다. 공사금액이 너무 적고, 공사기간도 초단기간에 걸쳐서 이루어지는 특성 때문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같은 민간 발주자가 선뜻 흙막이 지보공 비용을 반영해 줄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공공공사는 반영이 가능할지는 몰라도 민간의 경우에는 어림도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공사의 경우 제대로 된 설계도서조차도 없을 가능성이 많다. 일반적으로 수행해야 할 공사내용을 개략적으로 제시하고, 관련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아서 최저가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흙막이 지보공 설치를 비롯한 안전한 공사가 제대로 이행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발주자나 시공업체가 흙막이 지보공이 필요한지 여부조차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 많다. 설령 시공과정에서 흙막이 지보공 설치가 필요하여 발주자에게 추가비용을 요청해도 발주자가 계약에 따라 시공업체가 알아서 공사를 하라고 말하면 더 이상 방법이 없게 된다. 

 

이번 기회에 초소규모 공사를 발주하는 민간 발주자에 대해서 현장의 실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일정부분 안전관리 책임을 지우는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초소규모 공사가 착공되어 공사가 실시되고 있는지에 대한 현장 데이터를 정확하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

 

민간공사의 경우 공사금액이 적고 공사기간이 초단기이기 때문에 인허가 기관에 신고나 허가를 하지 않고 공사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아파트나 단독주택의 단순 수리나 리모델링 공사가 해당 된다. 현장 개설여부를 알아야만 안전점검을 하든지 초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한 기술지도 민간위탁 사업을 수행할 수가 있는데, 현장 현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매년 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초소규모 건설현장의 재해감소 실효성을 높이려면 초소규모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처벌하고, 형식적인 기술지도 민간위탁 사업과 현장에 맞지 않는 안전기준으로 초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반복되는 재해를 결코 막을 수가 없다. 이제부터라도 초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조성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현장 전문가들과 심도 있게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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