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처갓집 바로 앞에는 폐교된 초등학교가 있었다. 몇 년전에 이 학교 부지가 농기계임대사업소로 개발되었다. 학교 건축물은 철거되고 몇십년을 살아온 아름드리 나무도 사라졌다. 비포장의 학교 부지는 전체가 아스팔트 포장으로 덮였다. 건축물이 있는 곳을 제외한 모든 부지가 포장으로 덮였다. 따라서, 폐교된 초등학교 전체 부지가 불투수층인 지붕과 아스팔트 포장으로 바뀐 셈이다.

학교 부지가 농기계임대사업소로 바뀌고 난 이후에 여러 가지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다. 먼저, 여름철에 가보면 많이 더워진 것을 알 수 있다. 처갓집은 농촌지역으로 주변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다. 마을 위쪽에는 큰 저수지가 있고, 처갓집 바로 옆으로 저수지에서 시작해 흐르는 하천이 있다. 그리고, 마당에는 농업용수를 저장하기 위한 연못이 있다. 물론 주변은 모두 밭이다. 그래서, 여름철에도 많이 덥지 않은 곳이었다. 저녁부터는 시원하고, 새벽에는 얇은 이불을 덮고 자야할 정도였다.

그런데, 농기계임대사업소가 생기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여름철 대낮에는 더운 것을 넘어 뜨겁고, 저녁에도 덮다. 문을 열고 마당에 나가면 그 열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농기계임대사업소 부지의 아스팔트 포장에서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피부로 알 수 있다. 새벽 1시가 되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낮 시간 동안 아스팔트 포장과 건축물에 축적된 열기가 밤시간에 뿜어져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혹시나 싶어 새벽 2시간 넘은 시간에 아스팔트 포장을 만져봐도 여전히 뜨거움을 느낄수 있다. 이제는 처갓집도 방이고 거실이고 모두 에어컨을 켜고 생활해야 한다.

비가 올 때도 예전에는 일어나지 않던 일들이 생겼다. 올해 비가 많이 내렸을 때 농기계임대사업소 주변에서 침수가 일어났다. 사업소 부지 바로 앞의 처갓집과 아래쪽 농가의 냉동창고까지 침수되었다. 예전에는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이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포장이었던 학교 운동장 부지가 아스팔트 포장으로 바뀌면서 유출되는 빗물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비가 올 때 땅속으로 침투하고 외부로 흘러나가는 비율을 '유출계수'라 한다. 아스팔트 포장과 건축물 지붕으로 완전히 덮힌 농기계임대사업소의 유출계수는 예전에 비해 최소한 2배 이상 커졌다. 따라서, 하늘에서 동일한 비가 내려도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빗물의 양은 2배 이상 증가하게 된 것이다. 

또한, 농기계임대사업소로 바뀌기 전에는 운동장 부지가 도로 보다 낮았다. 지금은 성토가 되어 주변보다 높게 변했다. 도로보다 지형이 낮아 오목한 모양의 학교 운동장은 비가 내릴 때 빗물을 붙잡아 주는 역할을 했다. 즉, 빗물이 한꺼번에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현상을 막아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보다 지형이 높아 볼록한 모양을 하고 있어 빗물이 흘러나가는 것을 붙잡아 둘 수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예전에 비해 빗물이 흘러나가는 속도와 유출되는 양이 엄청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폐교된 초등학교가 농기계임대사업소로 바뀌고 나서 더 더워졌고, 일어나지 않든 침수가 일어났다. 나는 농기계임대사업소 부지를 볼 때마다 “왜 저 넓은 부지를 아스팔트 포장으로 몽땅 덮었을까?”, “혹시, 관리를 쉽고 편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스팔트 포장으로 덮여 있으니 풀이 나지 않고, 비가 와도 땅이 질퍽질퍽하지 않고, 빗물이 빨리 빠지고, 땅이 패이지도 않는다. 차가 다닐 때 먼지가 나지 않고, 비가 올 때 차에 흙탕물이 튀지 않는다. 아스팔트 포장으로 덮으면 관리자 입장에서는 좋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관리자 입장에서 좋은 것만 추구하다 보니 주변에 미치는 영향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개발 면적이 크지 않다보니 환경영향평가 및 재해영향평가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고,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업이 진행됐을 것이다.

이 작은 사례가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자연재해를 설명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개발도 좋고, 쉽고 편한 관리도 좋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

 

어떤 목적으로 정책을 만들거나 개발을 진행할 때, 우리는 앞선 세대로서 다음 세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개발을 할 수 있다. 남에게, 우리 다음 세대에게 폐는 끼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종탁의 생각정원: 
http://blog.naver.com/avt17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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