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영국 최대규모의 안전보건전시회인 'SAFETY & HEALTH EXPO 2023'이 영국에서 개최됐다. 이 전시회는 수천명의 안전보건 전문가들과 업체가 참가하여 최신 솔루션을 경험하고 정보를 주고 받는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국내 안전보건분야에서 스마트안전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겸임교수(스마트산업안전공학과)와 명지대 객원교수(재난안전학과)로 활동하고 있는 (주)GSIL 이정우 대표가 지난 달 개최된 'SAFETY & HEALTH EXPO 2023'에 참가한 후, 국내의 스마트안전보건기술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기고한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디지털이 더해지는 영국의 안전
국내에서는 '스마트 안전'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디지털 안전'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때 듣는 이가 더 잘 이해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지난 1-2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나 '디지털’ 이라는 부분이 별거 아니게 여겨졌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안전관점에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란 단어를 살펴보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계가 어느 정도의 판단이나 선택을 인간을 대신해 주거나 유용한 정보를 전달해 주도록 하는 것이라고 보통 사용되고 있다. 디지털은 수년 전 어느 통신사 광고에서 한 할머니가 ‘돼지털?’ 했던 그 장면이 기억이 날지 모르겠지만, 여러 입력, 출력값들이 0과 1로 정리되어 설명, 관리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단어의 의미에서도 잘 나타나 있지만, 우리나라의 스마트 안전은 다양한 기능과 데이터를 제공하는 목적으로 현재 발전되고 있고, 해외의 디지털 안전은 데이터를 정량화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통한 안전관리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순 모니터링으로 ‘현재 수치가 몇이다’라는 표출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수많은 데이터의 정량화를 통해 현재 상태의 표준치를 이끌어낼 수 있고, 표준치를 바탕으로 다음의 방향성 또는 사고 예측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부분 역시 중요하다.
If you can't measure it,
you can't manage it
안전 데이터 정량화에 대한 자신감은 전시회 부스의 디자인, 운영방식에서도 볼 수 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안전보건전시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형태의 부스들이다. 제품을 홍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막상 부스에 들어가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와는 다르게 안전의 가치를 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우리가 가진 데이터로 당신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 속에 ‘그래서 우리의 디지털안전은 이것이다’ 라는 자신들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전한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가 평소 설명 듣는 '스마트안전은 대부분 이런 장비와 시스템이 있고, 이런 장비와 시스템을 사용하면 당신의 문제가 해결될 거야' 라는 기능 중심의 접근과 큰 차이를 보인다.
재난안전학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할 때, 느낀 부분 중 하나는 ‘안전을 정량화하기 어렵다'라는 사실이다. '안전을 정량화하면 좋을 텐데'라며, 얼마나 개선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고사망만인율과 같은 사고건수와 산재자의 수로만 평가해야 한다 한계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사고가 발생 되지 않도록 하는 좋은 안전관리에 대한 정량적 평가가 그토록 어려운 것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도 있었다.
이제는 그 해답을 어쩌면 우리가 안전의 '디지털화' 단계 없이 AI와 같은 '스마트화'라는 부분으로 징검다리 건너듯이 너무 빨리 뛰어넘어 왔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최소가 아닌 최선의 관점에서의 영국의 안전
필자가 주로 하는 강의나 인터뷰를 할 때 항상 중요하게 얘기하는 문구가 있다. ‘안전은 최소로 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으로 준비해야 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 중 하나는 경영책임자와 안전전담조직이 조직의 안전관리를 최선의 관점에서 관심 갖기 바라는 부분에서 나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선으로 임하기 위해서는 현재 직장 또는 작업장에 대한 안전의 이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위 사진은 동영상을 캡처 한 것이다. 인간 공학을 전공하신 분들은 다 아실만한 그림일 것이다. 세탁기 A/S를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머리와 목, 팔에 부착된 센서로부터 각 부위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를 통해 작업 시 행동을 점검해 주고, 교정 및 교육을 통해 최선의 안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문득 한국에서는 이런 시스템과 노력에 돈을 쓸 수 있는 곳이 몇 곳이나 될까 생각해 본다.
해당 사진의 제품을 취급하는 기업은 전시회를 통해 3년째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데, 최신 레퍼런스 자료 등을 먼저 알려주며 필자의 회사와 적극적으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가 최근 3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이 있는데 손-팔 진동 증후군(HAVS : Hand-Arm Vibration Syndrom)에 관한 영역이다.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이슈화가 될 가능성이 큰 영역으로 생각하는 부분인데, 2017년 노동자들의 해당 증상으로 회사는 120,000파운드의 벌금과 7,241파운드의 비용을 지불하라는 명령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국내에서도 진동, 열 스트레스, 피로, 소음 노출 및 혼자 일하는 사람을 위한 안전 기능인 론워커(Lone Worker) 기능과 맨다운(Man-Down) 기능 등을 준비해야 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안전을 대하는 자세이다. 현시점에서 안전의 최선을 다하기 위해, 작업 또는 공정, 작업장소,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그 요인 하나하나를 모니터링하며 해결해 가는 것이 안전 선진국에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대응하는 올바른 모습일 것이다.
한국, 스마트안전 기회는 해외
필자의 회사는 얼마 전 중동지역의 아람코와 업무협약과 함께 아람코 프로젝트에 스마트 안전 솔루션 납품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최근에는 국내 여러 기관 및 기업으로부터 한국의 스마트안전 수준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필자는 미국, 영국, 중동 등의 현장이나 안전전시회 등을 다니면서 느낀 부분을 설명하기 앞서, 한국과 해외의 산업안전보건 관련법의 차이에 대한 설명을 먼저 시작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한국의 스마트안전은 글로벌 최고 수준이라고 답변한다.
위 솔루션의 업체는 트럭 기사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컨디션을 체크하고, 이상 상황 발생 시 알림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굉장히 심플하지만, 파급력 있게 뻗어 가고 있는 회사이다.
구성을 조금 더 살펴보자. 트럭 기사의 귀에 이상 상황 감지 센서를 꼽는다. 그리고 이 장치는 허리에 배터리팩과 연결이 되어, 귀쪽에서 오는 각종신호를 처리하게 된다.
이를 보면서 바로 드는 생각은 '한국기업이 만든다면 굳이 센서부위와 중요장치 간 연결을 유선으로 하지 않을 텐데', '배터리가 12시간 이상으로 작동되도록 했을 텐데', 또는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가격을 더 낮출 수 있을 텐데' 등과 같은 여러 비교와 아쉬움, 그리고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현재 나와 있는 대부분의 스마트안전 업체의 장비들을 봤을 때, 전반적인 의견은 사용자의 관점에서 ‘불편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금만 무거워도, 무엇인가 조금 더 하게 해도 여러 아쉬운 소리를 듣는 게 국내의 스마트안전분야이다. 이런 부분을 생각해 봤을 때, 해외의 스마트안전은 한국으로 들어오기 어렵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국내에서 쌓은 레퍼런스를 활용한 스마트 안전 기술의 해외 진출은 여전히 꿈같은 희망 사항일 뿐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고 확신한다. 국내 기업들도 해외의 스마트 시장 진출에 비전을 가져도 된다고 조언하고 싶다.
‘23-24년동안 경기 전망이 어둡다. 어두운 경기 전망이 나올 때마다 많은 기업들은 비용을 줄인다. 특히 ‘스마트’ 관련 예산을 줄이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리고 국내 스마트안전시장은 더욱 치열하고, 기업의 여건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는 재해 예방을 위해 장비 하나를 파는 안전이 아닌, 안전의 가치를 올리는 안전의 정량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우리의 경쟁력을 해외까지 넓히는 것에 주저하지 않기를 응원해 본다.
※ 이정우 대표 (지에스아이엘)
- 소프트웨어융합학 석사, 재난안전학 박사
- 숭실대학교 안전융합대학원 겸임교수
- 명지대학교 재난안전학과 객원교수
관련기사
- 지에스아이엘, 쿠웨이트 FPSEC와 스마트 안전 시스템 공동사업화 MOU 체결
- 지에스아이엘-코엑스, 마이스(MICE) 산업 스마트 공사안전관리 협약 체결,,전시장 특화 안전관리 어플 개발한다
- 2022 국제안전보건전시회, 4일간 2만 여점 안전제품 전시 등 코로나 이후 최대 규모
- (주)에고테크, AI 인체인식 안전시스템·실시간 모터진단시스템 등 스마트 안전 제품 선보여,,
-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스마트 안전장비 보급 사업,, 모두가 지원대상은 아니다?
- 건설안전학회, '스마트안전기술 활용 방안' 건설안전혁신토론회 개최
- 지에스아이엘, 삼성엔지니어링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법인과 아람코 프로젝트 '스마트안전 솔루션 4S'계약 체결
- 스마트안전시대의 시작, 안전보건자료의 디지털화,, 어떤 장점이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