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주년을 맞이하며 법 시행에 대한 현황을 돌아보고, 향후 개선과제를 논의하고자 마련된 공개토론회에서, 각 계를 대표하는 토론자들이 참석해 산재 예방을 위한 '법 실효성 강화와 기업의 안전투자 촉진'에 대해 열띤 공방전을 펼쳤다.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는 지난 2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라는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전문가, 노사단체, 산업현장 안전담당자가 참석했으며, 유튜브를 통해 일반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지난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여느 법과 달리 사회적인 큰 이슈를 일으키며 법 제정부터 시행후까지 지속적인 논란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기업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강조하고자 영국의 '기업처벌법'을 모티브로 법을 제정했지만, 영국이 수십년에 걸쳐 만든 법안을 충분한 사회적 논의나 합의없이 법의 적용을 받는 국내 사업장의 상황도 충분히 고려치 못한 채 단기간에 제정되어 각 계층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권기섭 차관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법 적용 대상 기업의 중대재해 사망자 수는 오히려 법 적용 전보다 8명 증가했다”며,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인력 보강이나 예산 투자보다는 경영책임자 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률 컨설팅 수요가 확대되었고, 의무이행을 위한 광범위한 서류작업에 치중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권 차관은 “2024년부터 50인 미만 기업으로 법 적용이 확대됨을 고려할 때 법 이행 및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한계와 문제점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하며, 참석자들에게 활발한 토론을 요청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강검윤 과장(고용노동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은 2022년 중대재해 발생 현황과 특징,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진행 경과에 대해 “2022년 산업현장에서전체 39명의 사망자 수가 감소한 가운데 오히려 법 적용대상인 50인 이상 기업에서는 8명의 사망자가 증가했다. 무너짐, 화재·폭발 등 다수 인명사고가 유발될 수 있는 대형사고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기인물별로는 단구 및 개구부, 크레인, 지게차로 인한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며 중대재해의 현황과 특징을 설명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2022.12.31.까지 수사에 착수한 총 229건의 사건 중 52건(22.7%)의 사건을 처리했으며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하고, “기소 송치된 34건의 사건을 분석한 결과 28건이 유해․위험요인 확인ㆍ개선하는 절차 마련 및 점검 의무(시행령 제4조제3호)를 위반했다" 며, 현장에서 위험요인에 대한 발굴 및 개선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어서 전형배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현황 및 과제’의 발제를 통해 " 지난 1년간 경영계는 안전보건경영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보다는 법률을 지킬 수 없다는 집단적 의사표시를 하고 있고, 노동계는 처벌 수준의 강화만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행정의 측면에서는 감독관이 사후적 수사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입해 실제 산업현장에서 사고를 예방하는 업무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고 재판 결과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됨을 고려할 때 형사처벌 수준을 높여 산재를 예방하려는 철학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며, “법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 경영계 스스로가 운용 가능한 자율안전관리체계의 모델을 제시함으로 적극적인 실행 태도를 보여야 한다. 노동계는 기대한 수준의 엄벌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행정의 측면에서는 사후적 수사보다는 감독관이 현장에 나가 위험·유해 작업을 사전에 중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며 노사정 모두의 노력을 강조했다.
또한, 법 개선의 측면에서는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고려할 때 현재 9+4개로 구성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수를 줄일 필요가 있고, 산안법을 통해 일반 중대재해를 처벌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그중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를 가중처벌하는 등 산업안전법령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성룡 교수(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중대재해처벌법 수사의 특징’에 대해 발제하면서 “송치까지 평균 약 9개월을 넘기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근로감독관의 업무부담이 매우 커지고 있고, 현장에서는 높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로펌이나 고문변호사의 고용 등을 통해 수사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거나 무조건 혐의를 부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수사의 형사법적 특징에 대해 “산업재해치사죄는 부작위범, 중한 결과 발생을 요구하는 결과범이라는 점에서 ①광범위한 정황증거ㆍ간접증거의 수집, ②사업장 고유의 위험요인 및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필요한 구체적 의무 내용의 확인, ③동종ㆍ유사 사업장의 평균적 인식과 비교한 이행 노력을 판단해야 하는 등, 어렵고 복잡한 범죄 수사영역이다”면서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사업장의 위험성이 다른 만큼 중대재해에 대한 수사는 사법경찰관이 아닌, 근로감독관이 전문성을 가지고 수사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향후 개선과제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관의 업무부담 감소와 24년에 시행될 50인 미만 확대 적용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대가로 한 이익은 허용할 수 없다는 원칙 위에 경제적 제재의 방법을 검토하는 것 또한 백안시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이후 진행된 패널토의에서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표 토론자들이 향후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과제에 관해 열띤 공방을 이어갔다.
노동계의 대표 토론자로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본부장은 이날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가 전년보다 39명 감소한 점을 들어 법 시행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며,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8명 증가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법의 완화를 시도하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고용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법의 불확실성 해소를 빌미로 안전보건 확보의무 축소, 처벌 완화 등의 개악을 공언했다"며, "중대재해법을 개정한다면 경영 책임자 정의를 대표이사로 한정하는 등 명확화하고, 벌금의 하한선을 설정하는 등 법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실장 역시, "중대재해로 수사에 착수한 사건중 재판 결과가 나온 사건은 단 1건도 없는 상황이다. 아직 집행되지 않은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처벌법의 성격인 중대재해법은 재판 결과가 누적된 이후에 판단해야 한다"고 법 개정에 대해 논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노동부가 중대재해감축 로드맵 TF팀을 노사 전문가로 구성하겠다고 해 놓고, 노동계 인력은 참여 없이 전문가로만 구성되어 있다. 노사가 같이 전문가들과 참여해서 만들어야 실효성이 있지 이렇게는 안된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며, 중대재해법의 엄정한 집행과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예방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경영계의 대표 토론자로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목적의 정당성에도 과도한 형사처벌과 예측가능성 없는 불명확한 규정으로 산업 현장이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법 시행 1년이 됐음에도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망자가 증가하는 등 법 제정의 효과가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내년 1월27일부터 법이 적용되는 50인 미만의 경우 많은 기업이 처벌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임 본부장은 "안전에 대한 모든 책임을 기업과 경영 책임자에게만 묻고, 과도한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처벌 만능주의 입법으로는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며, "소모적 논란을 줄일 수 있도록 법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정헌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 역시 "산재 사망사고를 예방한다는 입법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사고는 줄이지 못하고 중소기업 부담만 가중시키는 측면에 대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개선방안에 대해 서 실장은 "사업주 처벌을 하한(1년 이상 징역)에서 상한(7년 이하 징역)으로 바꾸고, 상해 발생에 따른 처벌 수준도 산안법에서의 처벌 수준을 감안해 완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사간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 명확하게 해서 근로자가 안전 수칙 미준수시 불이익 조치가 효과적으로 이뤄질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유예 기간을 최소 2년 이상 연장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한편, 고용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에 전달, 관련 논의를 더 확장시켜 갈 예정이다. TF는 올해 상반기 중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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