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7일(제조업), 13일(건설업), 14일(물류업)에 진행된 10년이상 안전관리자 팀장들과의 인터뷰
- 모범사례 / 처벌사례와 같은 어떠한 자료 정보없이 진행되고 있어 현장반영이 힘든 제도들
- "아무리 잘해도 사망사고 1건이면 똑같이 과한 처벌, 누가 잘하려고 하겠느냐" 하소연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80여일이 되어가고 있다. 280일 동안 각 산업현장에서 10년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안전관리자들은 어떠한 변화를 느끼고 있는지, 어떻게 중대재해처벌법을 대응하고 있는지 지난 10월 7일, 13일, 14일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았다.
공통적인 의견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해 모범사례같은 롤모델이나 처벌사례와 같은 자료가 전혀 없어서 오로지 '대응'만 해야 하는 상황이 주는 정신적 업무스트레스가 적지 않다"는 하소연과 "아무리 잘해 왔어도 중대재해 1건 발생하면 그간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가고 과한 처벌이 가해지는데 어느 사업주가 안전에 투자를 하겠느냐" 라는 하소연이 대다수였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후 법적인 측면에서 수많은 포럼이나 세미나들이 진행됐지만, 정작 현장에서 그 법을 실행해야 하는 안전관리자나 보건관리자들이 겪고 있는 업무에 대한 혼선이나 애로사항과 관련된 개선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의 영향은 무엇인지 그들의 시선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제조업 안전관리자의 시선
- 중대재해처벌법이 왜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 근로자의 과실은 왜 따지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 자격증만 있다고 똑같은 안전관리자가 아닌데, 경력자들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사업주들이 긴장하는 모습이라도 보였지만, 지금은 과거보다 더하다. 마치 초기에 못했던 작업량을 맞추겠다는 모양새라 불안해 죽겠다. 물론 covid-19(코로나19)사태가 완화되었다는 점도 영향이 있겠지만, 오히려 무늬만 남아있는(처벌이 시행되고있지않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현장은 더 혼란스럽기만 한듯 하다.
재해는 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행동"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교통사고와 같이 산업재해 발생시 행위자의 과실율도 분명 고려하여야 한다. 교육도 열심히하고 시스템도 잘 갖추었어도 근로자의 과실로 인해 중대재해가 일어나면 앞서 노력한 내용들이 다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현행 제도는 분명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업종은 몰라도 제조업 같은 경우, 우리같은 베테랑 경력직들보단 젊고 다른 여러 가지 업무도(육체적 노동) 시행하기 수월한 2-3년차 경력직들을 더욱 선호하기 시작하였다. 이러다 보니 이제 막 입사한 사원과 과장급의 연봉 차이도 크지 않은 우스운 꼴이 발생되고 있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건설업 안전관리자의 시선
- 도대체 뭘 잘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 산업재해 승인율이 너무 높다보니 생계형 재해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 중대재해처벌법은 결과에만 너무 치중되고 있다.
- 중대재해처벌법이 도리어 사업주의 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있다. 평소 안전관리 우수 사업장에는 베네핏이 있어야 할것 같다.
- 무분별한 근로감독관의 갑질행위에 대한 감사조직이 필요하다.
안전관리를 잘 하라는 건지 아니면 안전점검을 잘 하라는 것인지, 안전평가를 잘 시행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안전서류를 잘 만들라는 것인지,, 이 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모르겠다. 그래서 난 그냥 과거 하던 대로 그대로 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도 문제겠지만, 이런 분위기를 악용하는 일부 근로자들에 관한 감사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지나치게 높은 산업재해 승인율로 인해 "다치면 산재보상받고 좀 쉬지 뭐" 라는 안전에 안일한 생각을 노동자가 가지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험처럼 감사체제를 구축하여 짦은기간에 지나치게 많은 사고가 발생되었거나 비슷한 류의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재해자들은 조사하여야 한다 생각한다.
사고는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에서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어디에도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이 언급되어 있는 부분이 없다. 전체재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요인이 언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의 과실율 반영 등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도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잘해왔어도 '중대재해 1건이면 과한 처벌이 진행된다' 라는 공포심으로 인해, '그럴바에야 아예 투자를 하지 않겠다' 식의 무대포식 행정이 더러 진행되고 있다. 현장소장에게 "현장을 외부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고 문제점을 찾아 보완할수 있도록 컨설팅을 진행하였으면 합니다." 라고 건의하였더니, "컨설팅한다고해서 중대재해 일어나면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제외되는냐?" 라는 식으로 답변이 돌아왔다.
컨설팅을 했다하더라도 현장 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셧다운(공사중지)이라던가 행정적 처벌을 받지 않는 것도 아닌데, 왜 컨설팅이 필요한지 이해를 못하더라. 평소 안전관리를 잘하는 곳에는 어느 정도 처벌완화 조치 등의 베네핏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근로감독관의 내멋대로식 과태료, 벌금 부과사례를 단속해주셨으면 좋겠다. 과거보다는 많이 좋아졌다라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해석으로 과태료/벌금 부과되는 사례가 발생되고 있다. 이 부분을 감사할 수 있는 조직들이 있어 투명하고 진실되게 감독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물류업 안전관리자의 시선
-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하기 위해 뭘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 물류 유통업은 안전관리자가 다 하고 있다.
- 물류업 현장은 평소 아무리 잘해도 사고나면 사직서를 제출해야 하는 분위기다.
너무 어렵다.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소방안전관리자와 겸직중인데 그럼 되는것인가? (안된다 라고 대답해주자) 이런 식이다. 너무 정보가 부족하다. 그래서 힘들다.
내가 안전관리자인지 잡부인지 모르겠다. 보면 알겠지만 우리 업계 종사자는 이게 다다. (물류 유통업 안전관리자 3명 참석) 오랫동안 이 업계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고, 또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단순히 처벌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런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안전보건을 아무리 뛰어나게 잘하고 있다가도 고객과의 클레임이라던가 중대재해급 사고가 발생되면 안전관리자는 사직서를 써야 하는 분위기다. 사고가 안전관리자의 잘못은 아닌데 아직도 우리 계통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마치 '네가 하자는 대로 다했는데도 사고는 일어났다. 그러니 네가 책임져라' 라는 식이다. 그래서 무언가 새로운 도전이나 변화를 시도하기 보단 눈치보며 따라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
답은 현장에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서울시청 앞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 논란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기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재계의 공격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분위기가 바뀔 수 있을 것 같으냐?" 라는 질문을 했고, 이 장관은 "올해 1월 법 시행 이후에도 중대재해가 줄지않고 있다. 일하다 죽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조합 측은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 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성을 언급하며, 해당 법이 여느 법과 다르게 관련 계층 전문가들과 법 적용을 받는 이해당사자들간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하고 성급하게 만들어져 재해가 감소하는데 영향을 못 미치고 있다며 법 개정에 온 힘을 쏟는 듯 보인다. 많은 언론들도 법 개정이나 법의 위법성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다. 마치 법만 제대로 만들어지면 사고는 확연히 줄어들 것처럼 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우리에겐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었음에도 현장에서는 끊임없이 산업재해가 일어났다. 법만 잘 만든다고 사고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법을 만드는 입법자들과 법을 실행해 감독하는 행정부처가 '왜 사고가 줄지 않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고자 한다면, 법 실행의 마지막 고리인 현장안전관리자들이 말하는 그들의 고뇌섞인 목소리를 의미없이 흘려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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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있어도 국가기관이라서 벌벌떨고 국민신문고 넣으면 보복점검 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점검오게되면 스마트헬멧 착용시켜서 하는말 행동 다 기록할 수 있도록해야합니다
안전을 지키고 도와주려는 감독관도 있지만 기분내키는대로 하시는분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러한 부분들은 개선 되어야한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