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감
2022년 1월을 정점으로 전세계적으로 감소 추세로 전환되었던 코로나 환자가 최근들어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도 일일 확진자수 40만명대에 육박했던 5차 대유행 시기를 벗어나 한동안 확진자수가 낮게 유지되었으나, 7월달부터 확진자 수가 심상치 않게 증가하고 있어 6차 대유행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나오고 있다.
작년부터 전세계적으로 확산을 일으키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오미크론 변이이다. 그러나 이번 변이는 지난번 오미크론과는 조금 다른데, 오미크론의 하위계통 BA.4와 BA.5가 주로 검출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세균)와 달리 자주 돌연변이(mutation)을 일으키며, 이로 인해 바이러스의 구조적 특성이 변하고 또 치료방향에 영향을 주는 변이(variant)가 튀어나오게 된다. 공공보건기관들은 우려가 되는 변이에 대해서 유전체적 특성을 모니터링하며 감염력, 백신효과 등을 평가하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BA.4/BA.5가 기존 오미크론 변이와 비교하여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최근 연구에서 밝혀진 항체생성능력을 살펴보겠다.
BA.4,5는 무엇인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설계도, 유전체(genome)를 간단히 보면 아래와 같다. 이중 갈색부분이 감염력 및 면역회피성에 주로 영향을 주는 부분인데, 여기에 유의미한 변이가 생기면 코로나바이러스의 spike protein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켜 얼마나 잘 확산되는지, 또 얼마나 백신을 무력화할 수가 있는지가 변하게 된다.
바이러스의 계통연구를 위한 염기서열 분석은 이전부터 있어 왔지만,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이 전세계적으로 공동연구 및 염기서열 데이터의 공유가 활발히 일어났던 적은 많지 않다. 의사소통의 시작은 언어의 통일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계통을 명명하기 위해 몇가지 시스템이 제안되고 전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Pango lineage는 2020년 4월 영국 및 호주의 학자들이 제안한 방식으로 온점(.)을 기준으로 바이러스의 하위계통을 분류하는 식이다. 최초의 코로나바이러스 B.1.1.7이 이렇게 명명되었으며 이후 다양한 변이들에 대해 이름이 부여되었다.
GISAID(Global Initiative on Sharing All Influenza Data)는 WHO가 사용하던 세계 인플루엔자 감시망으로 유전자 염기서열 변화에 따른 아미노산의 변화를 기준으로 바이러스를 분류(clade/lineage)한다. nextstrain은 미국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의 트레버 베드포드가 설립한 프로젝트로, GISAID의 정보를 이용해 글로벌 수준에서 분석을 시도하고있다.
아래 도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인 Omicron을 명명한 방식이다. Pango 계통분류로 B.1.1.529이고, GISAID clade로는 GR group에 속한다.
현재 WHO가 가장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는 전세계에서 검출되는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의 92%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자체적으로 변이되거나 혹은 서로 재조합되면서 새로운 세부계통을 만들어 갈 것으로 우려되었으며 실제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아래 표는 오미크론의 세부계통들에 대한 유전체 특성들을 요약하였다. 최근 많이 이야기되는 BA.4/BA.5를 보면 BA.1(초기 오미크론)과 BA.2(스텔스 오미크론)의 sister lineage, 즉 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하위계통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BA.2와 유사하지만 spike protein에서 일부 차이점을 보이며, 이 차이점으로 인해 과거대비 높은 감염력과 면역회피성을 보이게 된다.
다음은 WHO에서 현재까지 업데이트된 하위계통별 특성이다. 기존 오미크론과 비교하면 BA.4와 BA.5에서 유사한 중증도와 높은 전파력(특히 BA.5), 기존 대비 강한 백신 무력화 능력, 치료효과의 약화 등이 특징적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오미크론변이는 과연 백신에 대해서 얼마나 효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아래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백신 효력(Vaccine effectiveness)들을 연구한 논문들을 종합한 도표이다. 일반 감염 및 유증상자(any patient/symptomatic disease)에서는 백신 여부 및 부스터샷 여부에 관계없이 시간에 따른 백신효력의 감소를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중증 환자(severe disease)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데, 시간에 따른 백신효력의 감소가 더 작게 관찰되며, 특히 부스터샷을 맞은 경우에 백신효과의 크기 및 지속성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지침은 과거와 달리 중증전환율을 낮추는 것에 초점이 맞춰있는데, 아래 도표가 추가적인 부스터샷이 고령층 및 고위험군 환자에게 특히 강조되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겠다.
현재 BA.4/BA.5는 얼마나 확산이 진행되고 있을까?
7월 3일 기준 WHO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오미크론 세부계통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BA.4와 BA.5이다. 미국의 경우 70%이상의 코로나환자에서 BA.4와 BA.5가 검출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BA.4/BA.5의 점유율은 26.9%로 해외보다는 비중이 낮으나, 6월 말부터 빠르게 증가되어가고 있어 향후 추이를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국내의 백신 접종현황은 어떨까?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차수별 인구 대비 접종률은 1차접종 87.8%(4,507만 명), 2차접종 87.0%(4,464만 명, 얀센 백신 1회 접종자 포함), 3차접종 65.1%(3,340만 명), 4차접종 8.9%(459만 명)이다. 이중 4차접종의 경우, 접종대상자(60세이상, 기간도래자) 1225만명 대비 36.1%로 확인되고 있다.
BA.4/BA.5 관련 최근 진행된 연구
최근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BA.4와 BA.5에 대하여 면역 회피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공개되었다. 해당 연구에서는 화이자 백신을 3차접종까지 완료한 27명과 백신접종력과 관계없이 감염 후 완치된 병력이 있는 27명의 검체를 이용하여 오미크론 세부계통별 중화항체의 반응이 어떠한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 기존 변이대비 항체생성능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근거자료가 된다.
BA.4/BA.5는 연구에서 원형 균주 코로나-19(WA1/2020)와 오미크론 변이 BA.1/BA.2 대비하여 모두 낮은 중화항체 생성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백신접종자그룹: 원형균주대비 1/21 vs BA.1 대비 1/3.3
* 코로나완치자그룹: 원형균주대비 1/18.7 vs BA.1 대비 1/2.9
백신접종 완료자나 코로나 완치병력으로 면역력을 형성한 사람이라도 최근 유행하는 BA.4/BA.5에게 다시 쉽게 감염 또는 재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위험성을 제기하는 자료이다.
아래 그림 A는 spike protein 중 오미크론 세부계통별 변이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RBD(세포결합수용체)에 생기는 변이가 다른 구역 대비 더 많게 보이는 걸 보면, 이 부분에서 변이가 생길 때 문제가 많이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녹색 부분에 BA.2와의 차이점으로 del69/70, L452R, F486V, Q493이 차이가 나는 요소들이다. 이중 RBD에 해당하는 L452R 변이는 이전 델타변이에서도 나타났던 부분으로 감염력에 영향을 주고, F486V 변이는 면역회피에 관여하는 부분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연구에서 최근 나타난 BA.4와 BA.5가 중화항체 생성수준이 낮아진다고 이야기되고 있지만, 실제 감염으로 인한 중증환자 이환율을 알기에는 아직 근거자료가 더 필요하다. 또한 과거 연구들을 감안하면 4차접종으로 인한 위험대비 이득은 여전히 있을것으로 추정된다.
FDA는 현재 가을을 맞아 백신 회사들에게 BA.4/BA.5 spike 단백질 변이를 감안한 임상시험을 요청한 바 있으며, 이 데이터에 따라 부스터샷의 접종여부 및 백신효과를 더 정확히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
- 돌연변이(Mutation): 바이러스의 genome(유전 코드)에 생긴 단일 변화(single change)를 의미. 돌연변이는 매우 자주 발생하지만, 바이러스의 특성을 바꾸는 경우는 가끔씩 발생.
- 계통(Lineage): 계통은 공통 조상을 가지고 있으면서 밀접하게 관련된 바이러스 집단을 말함. SARS-CoV-2에는 많은 계통이 있으며 모두 COVID-19 질병을 유발. 같은 계통이어서 특성은 비슷하나 염기서열이 달라지게 되면 하위계통(sublineage)로 추가분류하기도 함.
- 변이(Variant): 변이는 하나 이상의 돌연변이(mutation)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 게놈을 말함(즉 single change 이상의 genome변화가 있는). 때에 따라 공중보건 기관에서는 조치가 필요한 공통적 특성에 주목해 계통 또는 계통 집단 등 유사한 유전적 변화를 가진 변이(variants)를 집단별로 분류하는데, 분류하는 방식으로는 모니터링 중인 변이(VBM), 우려 변이(VOC), 관심 변이(VOI)가 있음.)
- 유전체 염기서열분석(Genomic Sequencing): 유기물 또는 바이러스에서 발견되는 유전물질을 해독하는 과정을 말함. 표본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바이러스의 확산, 변화 및 공공보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하게 된다.
※ 김영석 자문위원 약력
-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 현) 국립소록도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 대한재활의학회 정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