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의 또다른 이름은 '사랑'이다

ⓒ지난 5월 28일 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에서 세이프그룹 오희근대표가 석박사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모습/사진-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은 지난 5월 28일 형남공학관 대강의실에서 안전보건전문가를 초청하여 특강을 진행했다. 이날 강연은 '중대재해사고 사례 분석을 통한 교훈' 이라는 주제로 세이프그룹의 오희근 대표가 경연자로 초청됐다.


그는 현재 세이프씨아이디(주)와 한국방재안전보건환경기술원(주)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다. 또한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위원, 서울시 안전자문위원, (사)한국건설안전학회 이사 및 중대재해 대형사고 분석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전보건전문가이다.

 

 세이프씨아이디(주)와 한국방재안전보건호나경기술원(주)은 지난 4월 3일 숭실대학교 안전융합대학원과 업무협약식을 체결하고, 안전융합 전문인력 육성 및 지원을 위한 발전기금을 기부하는 등 안전보건분야의 발전을 위해 사회적 기업으로서 가치실현에 적극 참여중이기도 하다. 이날 진행된 강연 역시 그 일환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오희근 대표는 기업들의 중대재해예방을 위한 컨설팅업무 등으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안전융합전문가를 목표로 학업중인 석·박사들을 위해 오랜 기간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얻은 안전보건에 대한 통찰을 열정적으로 나눴다. 과연 그가 말하는 안전보건전문가의 소양과 가치관은 무엇인지 소개해 본다.

 

중대재해사고 사례 분석을 통한 교훈

사업장의 안전은 시설을 구축한다고 예방되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의식을 집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시스템이 잘 되어 있더라도 근로자가 작업중 한눈을 팔거나 정신이 딴 곳에 두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스템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면 사고발생 위험도는 더욱 증가한다. 이러한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이 안전보건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때 사업주나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을 한다.

 

 오희근 대표는 올해 발생한 중대재해 사례등을 언급하며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시 경영자와 안전관리자등이 구속·기소된 부분과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서 어떻게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중대재해사고 사례 

먼저 광주 화정동 붕괴사고의 경우 안전관리자가 제대로 지도·조언하지 못한 것을 사고발생에 대한 책임으로 묻고 기소됐던 부분을 얘기하며, 안전관리자들이 현장의 안전보건에 대한 문제들을 사업주나 관리감독자들에게 제대로 지도·조언해야 하는 이유와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안전관리자 구속,기소관련 자료/출처- '중대재해사고 사례 분석을 통한 교훈' 오희근대표 강연자료증 발췌 
ⓒ안전관리자 구속,기소관련 자료/출처- '중대재해사고 사례 분석을 통한 교훈' 오희근대표 강연자료증 발췌 

이천물류 창고 화재사고 사례의 경우는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건물이 화재로 인해 피해가 컸던 것을 언급하며, 저가수주로 인해 비용을 줄이고자 기업들이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건물을 짓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더불어 공사금액을 줄이기 위해 공기를 단축하고자 용접작업과 우레탄 폼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무리한 작업 공정이 화재 사고를 부추겼던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무리한 공기단축을 위해 화재우려가 있는 공정을 동시에 진행하여 화재가 발생했음./출처- '중대재해사고 사례 분석을 통한 교훈' 오희근대표 강연자료증 발췌 
ⓒ무리한 공기단축을 위해 화재우려가 있는 공정을 동시에 진행하여 화재가 발생했음./출처- '중대재해사고 사례 분석을 통한 교훈' 오희근대표 강연자료증 발췌 

오 대표는 건설업에서 끊이지 않고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 또한, 저가수주로 인한 무리한 공기단축이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이라며,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노력만이 아니라 저가 수주나 무리한 공기단축 등을 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재의 특성상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시 화재가 연돌효과로 급속히 확산된다. 특히 유독가스로 인한 사망이 대부분이다. 샌드위치 패널구조 건축물이 이러한 화재에 취약하며, 특히 작업자가 사망하지 않더라도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크게 남긴다.

이것이 발주처나 정부,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이르러 샌드위치 패널 구조물이 건축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오대표는 말했다.

 

또다른 문제로 '화재 대응 시스템'구축에 대한 부분을 언급했다. 당시 화재 CCTV 영상을 통해 해당 건축업체가 중소기업이다 보니 사전에 제대로 된 화재 대응 시스템조차 구축되어 있지 않아 인명피해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영상에서는 화재를 먼저 발견한 직원이 '소화기'만 외치다가 갑자기 번진 불을 피해 뛰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들에게 화재 대응 시스템은 단지 '소화기' 하나뿐이었으며, 더욱이 작업 당시 용접작업 허가서, 작업계획서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오희근 대표는 이천 물류화재 사고 원인이 2008년 1월 7일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와 동일했다는 것을 지적하며,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같은 사고는 또다시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2008년 화재도 용접작업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였는데, 만약 물류창고 화재에 대한 예방대책이 저가 수주, 샌드위치 패널 등과 같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다루면서 올바로 마련되고 실행됐다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2008년과 2020년 발생한 물류화재 비교. 쌍둥이처럼 화재당시 상황과 원인이 닮아있다./출처- '중대재해사고 사례 분석을 통한 교훈' 오희근대표 강연자료증 발췌 
ⓒ2008년과 2020년 발생한 물류화재 비교. 쌍둥이처럼 화재당시 상황과 원인이 닮아있다./출처- '중대재해사고 사례 분석을 통한 교훈' 오희근대표 강연자료증 발췌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 및 보건 조치

사업장의 안전보건조치를 시행할 때, 산업안전보건법상에 명시된 부분들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현장의 안전보건관리자들은 자주 느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안전상의 조치 제 38조>

①사업주는 다음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함.
1. 기계·기구 기타 설비에 의한 위험
2. 폭발성, 발화성 및 인화성 물질등에 의한 위험
3. 전기, 열 기타 에너지에 의한 위험
②사업주는 굴착·채석·하역·벌목·운송·조작·운반·해체·중량물 취급, 기타작업 등 불량한 작업방법 등에 의해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함.
③사업주는 작업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물체가 낙하·비래할 위험이 있는 장소, 기타 천재지변으로 인해 작업수행상 위험발생이 예상되는 장소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 강구.


=>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망시: 7년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오희근 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 제 38조 항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며, 안전보건에 대한 조치는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타 작업'에 대한 의미는 모든 근로자의 불안전한 작업에 대해 모든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근로자에게 안전모를 언제 쓰도록 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안전모 착용기준을 ▲높은 곳에서 작업시 추락의 위험이 예상될 때, ▲낙하물이 존재할 수 있는 작업 환경 등을 생각한다. 그렇다면 '높은 곳'의 기준은 몇 미터일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2m'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2011년 7월 16일에 법이 개정되면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 42조(추락의 방지)항목에는 '추락의 방지 높이' 기준인 2m가 삭제되어 있다.

 

오 대표는 산안법에서는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 대해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추락의 높이'에 대한 구체적 정의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락에 대한 부분이 해당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며, 이것이 안전에 대한 예방대책 마련이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보건조치에 대한 부분 역시 안전조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 제 39조에 의하면 보건조치는 '환기, 채광, 조명, 보온, 방습 청결등에 대한 적정기준을 유지하지 않아 발생하는 모든 건강장해에 대한 부분'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근로자의 보건상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필요한 조치로 '청소'에 대한 부분들도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며, 근로자들의 건강과 관련된 업무할 때 광범위한 의미로 안전보건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보건상의 조치 제 39조>

① 사업주는 다음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함. 
1. 원재료·가스·증기·분진·흄(fume)·미스트(mist)·산소결핍공기·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
2. 방사선·유해광선·고온·저온·초음파·소음·진동·이상기압등에 의한 건강장해
3.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기체·액체 또는 잔재물 등에 의한 건강장해
4. 계측감시·컴퓨터단말기조작·정밀공작 등의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5. 단순반복작업 또는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6. 환기·채광·조명·보온·방습 및 청결 등에 대한 적정기준을 유지하지 않아 발생하는 건강장해
② 사업주가 해야 할 보건상의 조치사항은 노동부령으로 정함.


=>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망시: 7년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안전보건에 대한 폭넓은 관점의 필요성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에서 추락으로 인한 사망재해가 50~60%를 차지한다. 오희근 대표는 "추락되지 않게 해야 한다. 우리는 높은 곳의 추락만 생각하고 예방조치를 한다. 넘어지면서도 머리를 다쳐 사망할수 있다" 며, 안전모와 안전밸트 착용기준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도록 권면했다.

 

ⓒ추락높이와 충격력 상관관계. 미국의 경우 ./출처- '중대재해사고 사례 분석을 통한 교훈' 오희근대표 강연자료증 발췌 
ⓒ추락높이와 충격력 상관관계. 미국의 경우 ./출처- '중대재해사고 사례 분석을 통한 교훈' 오희근대표 강연자료증 발췌 

그는 1.8m 추락시의 충력격은 체중의 10배이상으로, 슬립에 대한 위험성을 간과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특히 A형 사다리사용과 관련한 지침에 대해 국내와 미국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사 같은 미국의 대기업은 'A형 사다리작업시 작업중지'를 내리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A형사다리로 인해 사망이 많아 'A형 사다리 전면 사용 금지'를 했다가 민원이 많이 제기되자 '사다리 사용이 불가피한 경작업(전구교체, 전기통신, 조경작업 등)을 제외하고'라는 단서를 달아 사용을 허가한 부분을 지적했다.

 

최근까지도 A형 사다리로 인한 추락사고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강연을 듣는 이들로 하여금 안전에 대한 부분을 어디까지 타협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갖게 만들었다.

 

ⓒ사다리관련 사고/출처-안전보건공단 
ⓒ사다리관련 사고/출처-안전보건공단 

 

위험의 항상성과 안전보건 관리

오희근 대표는 '안전보건은 위험의 항상성을 가지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피스텔 추락재해 사례를 통해 사고의 원인으로 안전시설물관리에서 시스템 미흡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음을 언급하며, 안전시설물의 해체와 재설치시 안전시설물에 대한 일상점검을 공사관리감독자와 안전관리자가 시스템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안전난간의 경우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흔들어 보면서 현장의 안전시설물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하이리스크(Hi Risk)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주변의 위험에 대한 리스크를 대비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위험 항상성 이론(인간은 위험율이 바뀌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람들의 행동도 거기에 맟춰 달리짐으로 결과적으로 전체 위험율은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이론)을 언급하며 위험의 항상성이 항상 유지되기 때문에 안전보건관리가 어렵다는 것을 공감했다.

 

오대표는 마지막으로 "위험관리의 5원칙은 제거, 격리, 방호, 보강, 대응이다. 위험관리의 최우선은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방호(방호장치,덮개)와 보강(보호구착용,장비사용)은 그 다음이다" 며, "강연을 듣는 모든 이들이 산업현장에서 안전경험을 충분히 쌓아 최고의 안전보건전문가나 컨설턴트가 된다면 중대산업재해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안전보건의 또다른 이름은 '사랑'이라는 것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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