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우주질량의 75%를 차지하는 가장 풍부한 원소로 모든 생물의 에너지원이다. 우주에서 수소는 핵융합 반응을 통해 별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연료가 된다. 태양도 수소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방출하고, 지구의 모든 생물은 태양을 통해 에너지를 얻게 된다. 식물은 태양을 통해 광합성을 하고 동물의 먹거리가 되기 때문에 결국 수소는 모든 생물의 에너지원이 된다.
수소의 용도도 무궁무진하다. 수소는 질소와 반응하여 암모니아아 되고, 암모니아는 모든 비료의 원료가 된다. 수소와 액체 지방을 반응시키면 마가린이 되고, 일산화탄소와 반응시키면 메틸알콜이 된다. 염소와 반응시키면 염산이 되며, 수소는 전기를 만들어내는 원료도 된다.
게다가 수소를 이용하면 전기뿐만 아니라 철강도 만들수 있다. 철은 철광석과 석탄을 반응시켜 추출하는데 석탄 대신 수소를 이용할수도 있다. 이것이 수소환원제철이다. 철을 만들때 화석연료인 석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의 발생도 제로가 되기 때문에 기후변화방지에도 효과가 크다.
철광석의 종류에는 자철광(magnetite, Fe3O4), 적철광(hematite, Fe2O3), 갈철광(goethite, FeOOH) 등이 있는데, 이들 철광석은 산화물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켜 주는 공정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큰 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같이 넣고 녹여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CO)를 환원제로 사용했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에서는 일산화탄소 대신에 수소를 사용하는 것이 다르다. 환원제로 일산화탄소를 사용할 경우 다량의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하는데 수소를 환원제로 쓸 경우에는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국내 최대 제철소인 포스코는 지난 수소모빌리티 쇼에서 국내 최초로 수소환원제철공법을 적용한 가상의 제철소모형을 전시했다. 포스코는 현재 보유중인 파이넥스 기술을 기반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하여 수소환원제철공법을 사용화할 계획이다.
수소환원제철공법에 있어 가장 커다란 변화는 용광로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고로(용광로)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함게 녹이는 공정이 없어지니 고로는 물론이고, 코크스공정과 소결공장이 없어진다. 환원반응은 용광로를 대신하여 유동환원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사실 이 유동환원로는 포스코에 이미 존재한다. 바로 포스코 고유 기술인 파이넥스(FINEX, Fine Iron ore Reduction) 공정이다. 파이넥스는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에 넣지 않고, 유동환원로와 용융로라는 설비를 통해 쇳물을 생산하는 공법으로 수소환원제철 바로 이전 단계의 기술이라 할수 있다. 수소환원제철과의 차이점은 파이넥스는 공정 중에 발생하는 수소 25%와 일산화탄소 75%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반면, 수소환원제철(HyREX, Hydrogen Reduction)은 수소를 100%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고로에서 쇳물이 만들어지면 전로를 통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적용할 경우 전로 대신에 전기로에 넣어 녹이기 때문에 전로도 사라진다. 즉 고로는 수소유동화로로, 전로는 전기로로 대체되는 것이다.
문제는 수소환원제철공정의 가동을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대규모의 전력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제철소는 자체발전소가 있다. 용광로에서 생산되는 부생가스를 이용하여 자체 전력생산을 통해 필요로 하는 전력의 60%를 조달한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공정을 가동할 경우에는 외부로부터 전력을 100% 공급받아야 한다.
유럽의 경우 현재 이미 신재생에너지(38%)가 화석연료(37%)의 발전비중을 넘어섰다. 독일은 이미 전체 전력소비량의 50% 이상을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소환원제철공법의 적용을 이미 시작했다. 스웨덴의 철강회사 SSAB는 스웨덴의 다국적 전력회사인 Vatenfall과 유럽 최대 철광석 업체인 LKAB와 합자하여 수소환원제철 개발을 위한 하이브리트(HYBRIT) 프로젝트를 출범시켜 2020년 8월부터 파일럿 플랜트를 운영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은 유럽, 중동,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샤프트형 미드렉스(Shaft Midrex)방식과 포스코가 독자적으로 개발중인 유동환원로 기반의 하일렉스(HyREX)공법이 있다. 샤프트형 미드렉스방식은 고온에서 가열한 LNG를 펠릿사이로 보내 철을 뽑아내는 방식인데 기존의 LNG를 수소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철광석을 샤프트형 미드렉스방식으로 생산해 오지 않았고, 철광석을 펠릿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적용하기 어려워 독자적으로 하일렉스(HyREX)공법을 개발중이다.
2021년 10월 6일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Hyls)에서 포스코의 하이렉스(HyREX) 기술을 최초 공개하면서 기술공동개발 파트너를 찾아 나섰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생산설비를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데 205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상용화까지는 먼 길을 가야 하지만 공동투자와 공동기술개발이 이루어지면 상업화의 목표는 훨씬 더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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