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발의 사이즈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거기에 맞춰 신발을 제조하기 시작한 시기는 여러가지 이견이 있지만, 1880년 미국의 Edwin Simpson이 최초로 신발의 길이와 폭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을 제시한 시기부터라고 생각됩니다.
그는 또한 유아, 아이, 여성, 남성 각각에 대한 별도의 측정스케일을 제안했습니다. 여기에 따라서 서양에서는 RITZ Stick이라는 발길이와 폭을 잴 수 있는 나무로 된 자를 만들어 사용하였고, 1927년에는 미국의 신발판매점이라면 하나씩은 보유하고 있다는 Brannock Device가 등장하게 됩니다. Brannock Device는 발길이와 발폭에 추가해서 최초로 아치길이를 측정하는 기능을 부가하여 신발 사이즈를 선택할 때 발길이, 발폭, 아치길이라는 세가지 측면에서의 접근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와 같이 신발의 사이즈에 관한 한 서양의 국가들이 우리나라보다 좀 더 앞서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은 신발 중 하나인 근로자들이 산업현장에서 착용하는 안전화의 사이즈 선정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글로벌한 시각에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일반적으로 운동화를 고를 때와 구두를 고를 때의 사이즈 선택기준은 다릅니다. 운동화의 경우, 나이키 운동화 사이즈가 만국 공통의 기준점이 되고 있습니다. 구두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독보적인 브랜드가 있기보다는 스타일과 가격, 세일여부에 따라서 여러 브랜드를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운동화를 제조하는 아디다스, 프로스펙스, 스케쳐스 등의 브랜드는 나이키의 운동화 사이즈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구두의 경우 특정 제조사의 사이즈가 기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브랜드 별로 사이즈가 제각각이고, 실제로 자기 발에 신어보지 않으면 적절한 사이즈 선택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안전화는 어떨까요? 안전화는 구두와 운동화의 중간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나이키 운동화를 기준으로 안전화 사이즈를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는 있지만 안전화 모델과 브랜드 별로 차이가 있어 실제로 신어봐야 확신을 갖고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안전화가 현장에 공급되는 모습은 제품을 직접 신어보고 사이즈를 결정하기 보다는 천편일률적으로 사이즈 수요조사를 해서 일괄주문 및 지급하는 행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대한민국은 군대 문화가 직장문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예전 군대의 군화보급형태가 조금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전화는 운동화나 구두, 또는 군화보다 사이즈에 매우 민감합니다. 이것은 안전화 앞부분에 위치한 토캡(Toe Cap, 선심)이라는 구조물 때문입니다. 토캡은 발등에 가해지는 충격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해 주지만, 반대로 매우 단단하기 때문에 보호기능과 정반대로 발가락과 접촉하게 되면 발에 통증을 주어 발을 멍들게 하고 심지어 발톱이 빠지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운동화와 구두는 작으면 늘려 신는다는 말도 있지만 안전화에는 적용이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큰 사이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운동화는 신끈을 조이면 되고 구두는 조금 헐겁게 신으면 되지만, 일반 신발대비 무거운 안전화는 사이즈가 클 경우 발과 밀착되지 않으면서 발목에 무리한 통증을 주게 되고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됩니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안전화는 다른 신발과는 달리 실제로 신어보고 사이즈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시중의 대다수 안전화 공급업체들은 구매자가 방문하여 구매할 수 있는 환경보다는 주문이 들어오면 재빨리 제품을 공급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구매자 입장에서 안전화를 신어보고 구입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안전화를 신어 볼 수 있는 조건에서도 어떻게 자신에게 맞는 안전화를 선택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사이즈 선택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화의 사이즈를 정확하게 고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안전화 제조사들은 안전화를 개발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지, 근로자들에게 정확한 자신의 사이즈를 선택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데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안전화 제조사인 K2, 지벤이나, 삼성과 현대중공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페셔널 브랜드 슈맥스 또한, 정확한 안전화 사이즈 가이드라인을 제사하는 데에는 별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너무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 가이드라인에 의한 생각치 못한 극소수 부정확한 안전화 사이즈 선택에 의한 산업재해를 보상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면 안전화 사이즈 선택에 대해서 얼마간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글로벌한 시각에서 안전화 사이즈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가이드라인들을 소개하고 국내 안전화 사이즈가이드라인 사례도 언급하려고 합니다.
안전화 사이즈를 결정하는데 참고할 만한 첫번째 정보는 size-charts.com입니다. 여기서 제시하는 Size chart for Safety Shoes and Boots에서 안전화 사이즈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발의 크기를 측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안전화 사이즈를 결정하도록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발의 길이입니다. 발의 길이는 발 뒤꿈치에서 가장 긴 발가락 까지의 거리를 의미합니다.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지만 엄지발가락 또는 검지발가락이 가장 긴 발가락이 됩니다. 두번째는 발의 폭입니다. 폭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측정할 때는 발에서 가장 넓은 부분의 둘레를 의미합니다.
우선 발길이를 측정할 때 size-chartz.com의 경우 사이즈 측정시 벽에 발을 대고 가장 긴 발가락 끝의 길이를 기준으로 발크기를 재도록 하고 있고, 이때 일과 후 발이 충분히 부어 있는 상황 그리고 서있는 상태에서 양말을 신고 측정하도록 지시하고 있습니다.
Size-charts.com에서는 이렇게 발길이를 측정한 후에 알맞은 사이즈를 고르기 위해서 안전화의 경우 일반신발 대비 5mm 정도 크게 사이즈를 선택할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토캡과의 간섭이 없도록 발끝과 토캡 사이의 공간(Toe Space)를 만들이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위의 차트와 같이 일반적인 운동화, 나이키, 아디다스 보다 안전화의 경우 5mm 정도 크게 사이즈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두번째는 발의 폭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실제로는 발의 둘레를 측정해서 발의 폭을 결정합니다. 일반적인 너비(D) 부터 넓은(E), 매우 넓은(EEE) 그리고 최대 너비(EEEEE)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D 너비의 안전화 모델인데 착용자의 발둘레가 255mm라면 275mm사이즈를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경우 발길이가 265mm일지라도 발길이에 맞춰 안전화 사이즈 270mm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발폭에 맞춰 안전화사이즈가 275mm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size-charts.com이 제시하는 안전화 사이즈 선정방법은 발길이와 발 폭 이렇게 두가지를 측정해서 그 중에 더 큰 값에 안전화 사이즈를 맞추는 방법입니다. 참고로 발폭에 관한 한 토캡여부와 무관하므로 안전화와 일반신발의 사이즈 결정에 차이는 없습니다.
안전화 사이즈 선정에 도움이 되는 두번째 정보는 ORR Safety의 Work Boot Size Chart입니다. 전반적으로 size-charts.com과 유사하게 발길이와 발폭 두가지 관점에서 안전화 사이즈 선정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좀 더 자세하게 발길이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발 뒷꿈치 부분에서는 지면과 접촉하는 부분을 측정하고 발 앞꿈치 부분에서는 size-charts.com과 동일하게 발가락 끝을 측정합니다. 그리고 발길이에 따른 신발 사이즈 가이드도 size-charts.com과 약간 상이합니다.
위의 그림에 따라 발길이를 측정하면 당연히 size-charts.com보다 발길이가 적어도 5mm정도는 작게 산출됩니다. 그리고 ORR의 안전화 사이즈 가이드라인을 보면 발길이 대비 10mm정도 안전화를 크게 선정하도록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로적으로 15mm 정도 발의 길이보다 안전화가 크게 추천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안전화 사이즈 선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로 Work Authority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발폭에 대한 언급은 없고 발길이에 대한 언급만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size-charts.com과 ORR Safety 그리고 Work Authority 모두 발 사이즈에 따른 안전화 사이즈 선정가이드가 약간씩 상이하다는 것입니다. 굳이 따지자면 Work Authority는 268정도의 발크기에 280사이즈 안전화를 권장하지만 ORR Safety는 그보다 큰 270 발크기, size-charts.com은 더욱 큰 275 발크기에 280사이즈 안전화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Work Authority가 가장 여유 있는 안전화 사이즈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위의 세가지 사례에서 결론적으로 발길이에 따른 안전화 사이즈가이드의 일치점을 찾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다만 발폭에 대해서는 모두가 발의 둘레를 재야 한다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참고로 의료용 신발을 제조하는 DARCO의 발길이에 따른 신발사이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발길이를 측정한 후에 15-20mm정도 여유를 두고 신발사이즈를 결정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발에 가해지는 여러가지 힘에 의해 발이 움직일 수 있는 여유공간을 두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size-charz.com, ORR Safety, Work Authority 모두 차이는 있지만 발길이 대비 안전화 사이즈에 여유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안전화 사이즈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미미하지만, 미국이나 캐나다의 경우는 이와 같이 여러 기관에서 안전화 사이즈를 결정하는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염두에 둘 점이 있습니다. 안전화 사이즈 선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는 여러 곳에서 구할 수 있지만, 실제 안전화는 각 제품별로 적용할 수 있는 사이즈 결정방법이 상이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신발을 만들 때 형태를 잡아주는 신골(LAST)이 모델 별로 상이하기 때문입니다.
신골은 신발을 개발할 때 신발의 착화감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신발 제조사에서는 신발 모델별로 어떤 신골을 적용할지 결정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디자인 요소 중 하나입니다. 최근 들어 많이 홍보되는 넓은 족형에 맞는 와이드 라스트나 와이드 토캡을 사용했다는 하는 것이 바로 이 신골을 개선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이 신골은 각 제조사별로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로서 착용시 편안한 신발을 만드는 노하우입니다. 아래 도표는 ㈜슈맥스에서 제조하는 스핀업 안전화의 265사이즈 신골을 예시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품별로 사용되는 신골이 동일하지 않으므로 신발의 사이즈를 결정하는 데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신발의 소재와 박음질 부위 또한 신발을 착용했을 때 신축성 있는 부분과 고정되는 부분을 결정하기 때문에 같은 신골을 적용해도 착용자가 느끼는 사이즈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정확한 것은 각 제품별로 제시하는 사이즈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는 것입니다.
아래는 ㈜슈맥스 스핀업 안전화 사이즈 가이드라인 예시로서 우선 착용자의 발의 길이를 측정하도록 지시합니다. 그리고 해당 치수에 20-25mm를 더해서 안전화 치수를 선정하도록 권장합니다. Size-charts.com의 사이즈 측정방식을 준용하고 의료용 신발 제조사인 DARCO의 내부 여유공간 15-20mm 가이드에 제품자체의 특성을 고려한 5mm 추가공간을 반영한 수치입니다.
제조사는 구매자의 좀 더 용이한 사이즈 선택을 위해 여기에 더해서 사이즈 측정을 하지 않을 경우 일반 안전화대비 5mm 크게, 운동화 대비 10-15mm 크게 착용할 것을 권장합니다. 발길이에 관한한 스핀업 안전화에 특화된 사이즈 가이드라인으로 가장 정확한 안전화 사이즈가이드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결과물은 안전화를 착용했을 때 토캡과 발의 간섭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신발을 신고서 많은 활동을 하면서 마치 토캡이 없는 것처럼 착용자가 느낄 수 있어야 좋은 안전화 사이즈 선정이 됩니다. 안전화를 착용했을 때 토캡과 발가락 끝이 살짝 닿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일정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Toe Space라고 하며 통상 15mm 정도를 알맞은 Toe Space라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발길이와 함께 판단하면 좋을 것이 바로 발폭입니다. 안전화 제조사는 사용하는 신골 마다 폭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기 때문에 여기에 따라서 안전화 사이즈를 선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제시된 ㈜슈맥스의 스핀업터프, 스핀업라이트 안전화 신골의 경우 넓은(E) 사이즈의 폭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래 표를 근거로 근로자는 자신의 발둘레를 측정하고 그 수치로 자신에게 맞는 신발 크기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적절한 안전화 사이즈 선택의 측면에서 발길이, 발폭 이렇게 두가지 측면에서 알아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치길이와 발의 높이라는 측면에 대해서는 고려되지 못했습니다.
사실 아치길이는 Brannock Device를 통해서 측정이 가능하지만 신발별로 아치길이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또 발의 높이는 토캡이 있는 안전화에서만 고려대상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확립된 기준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안전화의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은 발의 사이즈 측정을 통해 알맞은 사이즈를 대략적으로 한정하고 그 후에 실제 착용을 통해 착화감을 기준으로 최종 사이즈 결정을 내리는 것이 올바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안전화에 대한 선택을 근로자에게 맡기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체구매보다는 개인구매가 활성화되어가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안전화업계는 이러한 개인구매 고객들의 방문을 받아줄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습니다.
안전화를 사러 매장을 방문하면 개인고객에게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부르던가,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로 주눅들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한 안전화 구매가 매우 활발한 실정이지만 인터넷 구매는 저렴한 가격에 안전화 구매가 가능한 장점이 있는 반면, 착용 후 안전화 사이즈를 선정할 수 없다는 단점 때문에 수많은 근로자들이 발에 맞지 않는 안전화를 울며 겨자먹기로 신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이 편해야 일을 잘 할 수 있고 이것은 성과 뿐만 아니라 안전과도 직결된 것임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안전화의 올바른 사이즈 선정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많이 보이지 않습니다. 시력검사를 받고 안경을 맞추는 것처럼 안전화에 대해서도 자신에게 꼭 맞는 안전화 사이즈와 모델을 선정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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