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의 현황과 개선방안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으로도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산업현장에는 여전히 ’위험의 외주화‘가 존재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란 기업들이 유해하고 위험한 업무를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하청업체 노동자 등 외부에 떠넘기는 현상을 말한다. 원청 기업은 상시 필요하지만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을 분리해 하도급 형태로 하청업체들에게 외주화함으로써 재해 발생 정도를 줄여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을 뿐 아니라 산재로 인한 책임도 회피할 수 있다. 문제는 원청이 위험 업무를 외주화할 때 비용을 깎고 책임까지 하청에 떠넘기면서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2018년에는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 소속이었던 20대 노동자 김용균 씨가 기계에 끼어 숨진 이후로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자는 여론이 크게 일었다. 이에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김용균 법'으로도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2018년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했고, 2020년 1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취약계층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을 제한하고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산안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에도, 여전히 ’위험의 외주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14일 오전 7시5분 경북 포항시 흥해읍 KT 대구지사 흥해사업소 앞에서 케이티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417㎏ 케이블드럼에 깔려 숨졌다. /출처 -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 제공
지난 14일 오전 7시5분 경북 포항시 흥해읍 KT 대구지사 흥해사업소 앞에서 케이티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417㎏ 케이블드럼에 깔려 숨졌다. /출처 -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본부 제공

지난 7월 14일 경북 포항에서 통신 광케이블을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KT 하청업체 50대 노동자가 케이블 드럼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성명을 통해 경북 포항 흥해읍에서 KT 외선 정비공으로 일하던 50대 김 모 씨가 400kg이 넘는 케이블 드럼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김 씨를 비롯한 작업자들은 이날 오전 6시 30분께 KT 대구본부 흥해지점 앞마당에서 차량 크레인을 이용해 지상에 있는 케이블 드럼을 트럭으로 옮기던 중 케이블 드럼을 매달았던 밧줄이 풀렸고 케이블 드럼 아래에 있던 김 씨에게 떨어져 현장에서 사망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사고 현장 확인 결과 낙하한 인양물과 크레인 사이 연결 수단은 밧줄이 전부였다”면서 “다른 업체 현장에서는 케이블 드럼을 인양하기 위해 고리를 만들어 크레인에 연결하지만 사고 발생 현장에서는 그간 밧줄로 임시 매듭을 만들어 인양작업을 해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험한 작업환경을 지적하고 ‘중량물 작업 안전펜스 설치’, ‘안전관리자 및 신호수 배치’ 등 안전조치를 요구해왔다"라고 주장하면서 “시공사인 협력업체뿐 아니라 시행청인 KT도 이번 사건의 공범”이라며 원청 기업의 책임을 요구했다.

 

2020년 8월에 나민오 연구교수가 작성하고 동아대학교(동아 법학) 법학연구소에서 발행한 ‘사내하도급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 대상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는, " ‘수급인’과 ‘수급인의 근로자’는 동일한 위험 영역에서 노무를 제공하지만 고용형태에 따라 보호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 수정을 통한 보호대상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산안법 제63조]에서의 수급인의 보호를 위해 산재예방 범위를 확대한 수정안 /출처 - 사내하도급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대상에 관한 연구,나민오.,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2020.08.
[산안법 제63조]에서의 수급인의 보호를 위해 산재예방 범위를 확대한 수정안 /출처 - 사내하도급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대상에 관한 연구,나민오.,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2020.08.

해당 논문은 수급인과 수급인의 근로자 보호 방안으로 [산안법 제63조]의 수정을 주장했다. 해당 법령은 수급인의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 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예방을 위해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저자는 수급인까지 산재예방 범위를 포함하기 위해서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 수급인의 근로자’에서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 수급인, 관계 수급인의 근로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수급인 근로자의 경우, 도급인과 계약관계에 있지 않음으로 신의칙에 기한 안전배려의무와 이행청구권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산안법 제63조]를 근거로 사법상 권리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 [산안법 제63조]는 도급인이 지배하는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 총괄적 책임을 부여하는 규정으로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 이행이나 제공을 규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직접적 의무를 발생시킨다고 보기 어려우며 사법적 청구권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해당 논문은 “만약 [산안법 제63조]를 통해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청구권을 인정하려면 법령에 수급인 근로자에게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를 제공할 의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도급인의 직접적 조치와 지휘․감독권을 도급인에게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느덧 김용균 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지 3년을 향해가고 있지만,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대한민국 산업현장의 숙제로 남아있다.

저작권자 ©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