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의 빗물받이를 주민들이 장판으로 덮어 놓는 경우가 있다. 빗물받이에서 발생되는 악취가 뚜껑을 통해 바깥으로 나오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덮혀있는 빗물받이 때문에 집중호우 때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침수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반지하 주택이 많은 곳에서는 집중호우때 도로 노면의 빗물이 순식간에 지하층으로 흘러들어 주민들의 재산과 생명을 빼앗아 가기도 한다.

빗물받이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노면에 흐르는 빗물을 유입시켜, 즉 집수해서 하수관로로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뚜껑을 장판으로 덮으면, 집수기능이 상실된다. 빗물받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빗물받이에서 악취가 올라오면 고통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생활하수가 많이 유입되는 지점이나 관로 경사 부족으로 하수가 정체되는 곳 등에서는 악취가 아주 심하다. 이를 해결하고자 주민들은 장판같은 것을 이용해 뚜껑을 덮는 경우가 다반사다.​

ⓒ장판으로 덮힌 빗물받이 (출처: http://www.gjdream.com/news)

비가 올때 장판을 빨리 제거해 빗물받이 뚜껑으로 빗물이 유입되게 하면 되는데, 장판을 덮는 사람은 있어도 치우는 사람이 없으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내 집 앞에 한개쯤은 치우지 않아도 괜찮겠지?' 라는 생각이 심각한 침수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실제, 빗물받이 위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 장판을 치우고 싶어도 치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한밤중에 예상치 못한 많은 비가 순식간에 내릴 때는 장판을 치울 수 없다. 그래서, 빗물받이 뚜껑에 장판을 덮기는 쉬워도 치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빗물받이 악취 문제는 러시아의 알트슐러 박사가 개발한 창의적 문제해결 이론인 '트리즈(TRIZ)의 물리적 모순과 분리'원리를 활용하면 다음과 같이 쉽게 해결이 가능하다.

빗물받이는 빗물을 유입시켜야 하기 때문에 뚜껑이 열려 있어야 하고, 냄새가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뚜껑이 닫혀 있기도 해야 한다. 즉, 빗물받이 뚜껑은 구멍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해야 하며, 구멍이 항상 열려 있을 필요도 없고 닫혀 있을 필요도 없다는 물리적 모순을 갖게 된다. 

이러한 빗물받이 뚜껑은 시간분리 또는 조건분리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비가 오는 시간이나 조건에서는 뚜껑의 구멍이 열리고, 비가 오지 않는 시간이나 조건에서는 구멍이 닫히게 하면 되는 것이다.

ⓒ악취차단형 뚜껑(출처: http://www.saenghyup.co.kr)

이런 원리를 이용해 개발된 것이 '악취차단형 뚜껑'이다. 빗물받이 뚜껑의 구멍 부분이 평상시에는 닫혀 있다가 비가 올때는 물의 무게로 구멍이 열리고, 비가 그치면 원상태로 되돌아가 닫히는 것이다.

주변에 보면 악취가 심한 빗물받이에는 많이 설치되어 있다. 빗물받이 뚜껑의 고장으로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완이 되어야 할 부분이다.

 

자연재해를 예방하는데 반드시 큰 노력과 많은 재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이 관점의 전환을 통한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http://blog.naver.com/avt17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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