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놀이터 안전규정의 핵심인 서문에 “놀이터는 위험성을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다. 위험을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이 위험에 대처할 기회를 마련해 준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안전문화” 모든 조직이 바라는 가장 큰 가치 중의 하나이지만 우리는 안전문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만들어야 하는지 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안전문화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Bradley Curve 외에 안전문화를 설명하는 많은 이론이 머리로는 이해가 되어도 왜? 마음으로는 거리감이 느껴지는지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안전문화(Safety Culture)란 사업자나 개인이 작업 환경에서 ‘안전’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의 하나로서 “안전에 관하여 근로자들이 공유하는 태도나 신념, 인식, 가치관”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즉 “우리가 안전을 일구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위키백과]
위 안전문화의 정의를 그대로 해석하면 “안전에 관하여 근로자들이 공유하는 태도나 신념, 인식, 가치관”이 높아질 때 안전문화 수준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럼 근로자들의 태도나 신념, 인식, 가치관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필자의 오래된 고민이기도 하지만 이 질문에 통찰을 가지고 명쾌한 답을 줄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혹시 정답이 없는데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정답을 요구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해답이 아닐까?
오래전 EBS 다큐프라임 “3부작 놀이터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고민하던 안전문화에 대한 해답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유럽의 놀이터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로 1부가 “위험한 놀이터로 오세요.”이다. 위험한 놀이터?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는 안전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궁금증에 흥미롭게 보았고, 얻은 해답 하나를 공유하고자 한다.
첫 화면부터 여아가 뱃머리 모양 놀이기구 최상단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소개되는 다른 놀이터들도 ‘아이들이 떨어지면 다칠 텐데.’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유럽의 놀이터 전문가 인터뷰 내용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어른들이 “하지 마, 죽을 수도 있어.”라고 말해도 아이들은 다시 합니다.“
그 말에서 아이들의 행동 특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놀이터 디자인이 시작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놀이터 하면 [사진1] 과 같은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유럽의 놀이터는 빈 공간과 아이들의 취향을 중요시하여 동일한 놀이터는 없고 놀이터마다 특색이 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위험성은 항상 존재해야 하므로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놀이터에 반영해 두었다.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생각하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에 위험해 보여도 안전한 놀이터가 가능하다고 한다.
안전한 놀이터를 보여달라는 말에 보여준 놀이터는 허술하게만 보였다.
그런데 정교하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설명을 들어보니 아이들이 추락할 위치의 모래 깊이가 충분하여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계단이 없어 높은 곳은 신체적 능력이 되는 아이들만 올라갈 수 있고, 그물코의 크기가 커서 아이들의 목이 걸리지 않고, 구조물 사이 이격 틈새가 작아서 아이들의 머리가 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행동 특성을 고려해서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허술하게 보이지만 안전한 놀이터라는 것이다.
유럽 놀이터 안전규정의 핵심인 서문에 “놀이터는 위험성을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다. 위험을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이 위험에 대처할 기회를 마련해 준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것은 ”회복 가능한 피해“.
무릎이 다쳐서 피가 나거나 팔다리가 부러지는 정도는 허용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한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팔다리가 부러지는 경험을 한 아이는 위험성을 알기에 어른이 돼서 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는 절대 배울 수 없고 몸으로 직접 경험해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
속도를 제어하는 법, 속도를 예측하고 잘 미끄러지는 법, 매달려서 이동하고 균형을 잡는 법, 잘 버티는 법, 잘 오르고 내리는 법 들은 정형화되지 않은 놀이터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만약 어른들이 위험성을 미리 제거해 없애버린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안전을 지켜낼 기회가 없어져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게 된다.
세상에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곳은 없다. 어른들이 놀이터에 숨겨 놓은 위험요인들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마주칠 수 있는 위험의 축소판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위험을 보고 느끼고 함께하며 위험을 다룰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위험을 보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위험을 피해야만 하고 제거해야만 하는 공존해서는 안 되는 대상으로 생각했던 건 아닐까? 안전문화를 만들기 위해 정답을 찾기보다는 안전문화 토대구축을 위한 해답이 무엇인지 내면으로부터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헌정안전 주식회사 홈페이지: https://hj-safety.co.kr

안전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