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코로나19 소독제로 흔히 쓰이는 '염화벤잘코늄' 성분의 소독제에 자주 노출시, 가습기 살균제 당시와 같은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소독제의 올바른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한 방역으로 사무실이나 매장 내, 또는 건물 출입구에 분무용 소독제를 살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공기중에 분사하는 소독제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부터 질병관리청과 환경부에서는 방역용 소독제의 무분별한 사용과 뿌리는 소독제 사용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며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코로나19에 대한 공기 소독용으로 국내에서 허용된 제품은 없으며, 공기소독에 대한 효과도 확인된 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더불어 방역시에는 공기중에 분사하는 공간 소독보다는 물체표면(손잡이, 전화기, 책상, 의자등), 바닥등 표면위주로 소독제를 사용하도록 지침을 내리고 있다.
이같은 소독제의 유해성과 올바른 사용의 중요성을 알리는 연구결과가 최근 국제 학술지인 '독성학과 응용약물학(Toxicology and Applied Pharmac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 연구는 '염화 벤잘코늄에 노출된 후 폐 염증 및 세포 반응: 폐 계면활성제 항상성 중단의 잠재적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경희대의 박은정 의과대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것으로 , 4가 암모늄계 계열 살균ㆍ소독제의 대표적 물질인 염화벤잘코늄의 호흡기 독성을 연구하여 해당 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폐 염증과 폐 조직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이다.
소독제 성분인 염화벤잘코늄은 손소독제ㆍ코세정제ㆍ점안제ㆍ방부제ㆍ보존제ㆍ항균티슈ㆍ바닥청소제 등의 생활용품과 수술용 도구 소독제, 피부질환 치료제 등 의약용품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살균ㆍ소독 성분이다. 일부 가습기 살균제 제품과 항공방제용 소독제 등에도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박교수가 그간 진행해 온 살균·소독제의 위험성을 재확인한 연구이며, 박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염화벤잘코늄이 폐 건강을 손상시키는 과정과 함께 폐 건강을 지키기 위해 허용 가능한 최대 노출량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실험에 이용된 모든 동물이 생존하는 농도(LD0)의 반복 노출 위험성과 독성 발현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에서는 실험용 쥐에게 염화벤잘코늄을 반복 노출한 결과, 생존율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으나 폐 조직에서 만성 염증성 병변이 관측됐고, 폐 세포 면역체계도 일부 손상됐다.
일부 수컷 쥐에서는 백혈구 세포 수가 뚜렷하게 감소하는 증상도 관측됐다. 특히 염화벤잘코늄에 노출된 세포에서는 구조체 변형까지 관측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박 교수팀에 따르면 염화벤잘코늄은 햇빛에 의해 광분해되는데만 약 7.1일의 반감기가 필요하며, 스프레이로 뿌린 경우 먼지 등과 함께 공기중에 부유할 가능성이 높아 물질 특성상 인체의 유입이 쉬운 점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보통 세포가 망가지면 면역 세포가 손상 부위로 몰려 치유를 돕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염화벤잘코늄은 이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아 손상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고 만성 폐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결과를 통해 염화벤잘코늄에 지속적으로 환경에서 호흡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전한 농도는 0.5㎍으로 제안했다.
질병관리청은 소독제를 사용시 적정 용량과 용법으로 사용함이 중요하고, 공기살포보다는 표면위주로 소독제를 닦아 사용해야 인체내 유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소독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보호장비(장갑, 마스크, 안면보호구 등)을 착용하여 피부와 눈, 호흡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소독제로 닦고 난 후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물에 적신 천으로 소독제를 깨끗이 닦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에는 염화벤잘코늄(BKC) 함유 분무형 손소독제 제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아시아투데이 12월 21일자 기사에 실린 기사에서는 최근 2년간 독성물질인 BKC를 함유 분무형 손소독제를 지자체가 배부한 것을 보도했는데, 식약처는 제조금지만 하고 유통중인 제품의 판매를 막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제품에 대해 판매를 금지하고 중독센터 마련의 필요성을 주장했는데,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BKC 함유 제품 사용에 따른 인체 피해들이 외국에서 보고됐다. BKC 함유 분무형 손소독제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며, “BKC 포함 살균제가 사용된 소비용품 목록과 농도 등 생활화학제품의 건강위험을 감시하는 중독센터 설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