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최근에 "하수관거 설치공사"의 설계도서 검토를 시작했다. 설계도서를 전산파일로 먼저 받고, 전체적으로 한 번 훑어봤다. 설계도면은 잘 그렸다. 아주 보기가 좋다.
그런데, 그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여러 문제가 보인다.
어떤 때는 의도적으로 문제를 찾는다. 문제를 찾아야 문제를 해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찾기 위해서는 계획, 시공, 장래 유지관리 측면을 고려해서 설계도면을 살펴봐야한다. 그런데, 이번 건은 의도적으로 찾지 않아도 문제가 그냥 보인다.
첫째, 공사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너무 위험하다.
다시 말해 작업이 너무 어렵고, 그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작업자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공사를 설계해서는 안 된다.
둘째, 어렵게 공사를 한다 쳐도 유지관리가 아주 어렵다. 유지관리시 운영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운영자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시설물을 건설해서는 안된다.
셋째, 자원에 해당되는 기존 시설물을 폐쇄한다. 사용가능한 자원을 낭비하는 꼴이다. 닦고, 조이고, 기름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사용해야 한다.
넷째, 시설이 스마트하지 않다. 주요 지점에 몇가지 센서를 설치해서 통신으로 연결만해도 스마트한 시설이 된다. 운영의 편의성이 향상된다. IT(Information Technology) 강국에서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 여러 분야 기술을 융합했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 본연의 기능에 비해 전체 공사비가 너무 높다. 동일한 기능을 확보하는 다른 여러 방법들을 찾으면 공사비를 절감 할 수 있다.
도면을 예쁘게, 보기 좋게 그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도면 속에 녹아있는 내용이다. 내용이 우선되어야 한다.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시공과 유지관리가 불가능에 가깝게도록 작성된 도면을 "상상화"라고 부른다. 상상화(想像畫)는 "실물을 보지 않고 추측과 생각으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그런데, 실시실계 도면을 이렇게 그리면 어떻게 될까? 공사가 가능할까? 목적 시설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실시설계 도면은 쉽게 말해 정해진 공사기간과 공사비를 가지고 목적 시설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다. 즉, 시공을 위한 공사용 도면이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해야 하며, 현장에서 변경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추측과 상상으로 도면을 작업해선 안 된다. 먼 미래에 공사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 바로 공사가 이루어지도록 작업해야 한다.
현재 기술로 실현 불가능한 도면을 그려서는 안된다. 30년 후에 공사할 도면이라면 상상화처럼 그려도 된다. 그때가 되면, 더 좋은 기술과 장비가 개발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바로 공사를 시작해야하는데, 시공이 불가능에 가깝고, 그것도 아주 위험한 상황이 발생되게끔 설계도면을 작성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설계도면처럼 공사를 진행 할 수 없다. 현장에서 변경 될 수 밖에 없다. 그로 인해 공사기간과 공사비에 많은 증가가 발생 될 수 있다. 사업 추진에 큰 차질이 발생 될 수 있다.
상상하는 것은 아주 좋은 것이다. 상상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고, 좋은 기술을 개발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시설계 도면을 "상상화"처럼 그려서는 안된다. 입장바꿔서 생각해보라. 당신이 그린 '상상화 도면'을 직접 시공한다고?
엔지니어는 더 안전하고, 더 유지관리가 쉽고, 더 경제적인 방법이 없는지를 지속적으로 찾고 공부해야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는 "유연성"이 있어야 된다. 내 생각만 맞다고 고집하며 남의 말에 귀를 닫는 순간 "상상화 실시설계 도면"이 탄생하게 된다.
특히, 시설물은 한번 설치하면, 그 시설의 수명을 다 할때까지 유지관리를 해야 한다. 건설단계인 시공 측면도 중요하지만, 준공 후 40~50년 동안의 유지관리 측면도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도면에 보이지 않는 유지관리 부분을 잘 살펴봐야 한다. 운영자들이 불편하지 않는지, 위험하지는 않는지를 말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사용자 중심의 사고다. 사용자 중심의 사고를 하면 대상 시설을 왜, 무엇을 개선해야 되는지 목표가 보인다. 목표가 설정되면, 어떻게 개선해야 되는지 방법이 보인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그 어떤 것도 개선 할 필요가 없다. 개선할 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검토가 끝날때 쯤 "상상화 실시설계 도면"이 어떤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될지 기대된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링크:
http://blog.naver.com/avt17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