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양립성' 고려한 좀 더 직관적인 디자인 필요해,,
각기 다른 디자인의 버튼식 변속기, 표준화를 통해 이제는 하나로
자동차의 변속기는 자동차를 운전할 때 기어를 전환 및 체결하는데 사용되는 가장 필수적이고 본질적인 조작장치이다.
그 중 버튼식 변속기는 차량 공간의 자유도를 높이고 운전자의 편의성을 향상시키는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 많은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지만 이러한 장점 뒤에는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위험요인이 숨어있다.
버튼식 변속기의 편리하고 단순한 조작방식 탓에 운전자가 오조작을 유발할 우려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링컨 MKC차량의 리콜사례와 ▲2019년 현대 팰리세이드 전복사고를 예로 들 수 있다.
지난 2015년 링컨 MKC는 버튼식 변속기를 장착하여 출시되었다. 하지만 버튼식 변속기와 같은 위치에 시동ON/OFF 버튼이 위치하면서 "운전자가 주행 중 부주의로 인해 엔진을 끄는 경우가 있다."며 차량 1만 3574대를 리콜한 바 있다.
또한, 2019년에는 운전자의 오조작으로 인해 후진(R)기어가 체결된 상태에서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시동이 꺼져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아 차가 전복되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차량이 전복되는 아찔한 사고였다.
이와 같이 현재 버튼식 변속기는 중대한 위험요인을 가진 채 소비자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버튼식 변속기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는 ▲양립성에 위배되는 디자인으로 인해 오조작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두 번째는 ▲제조회사/차량별 서로 상이한 배치디자인으로 운전자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양립성'이란 자극-반응간의 관계가 인간의 기대에 일치하는 정도를 말한다. 양립성이 높을수록 학습성이 좋아지고, 반응시간이 짧아진다. 또한 오류가 적어지고, 정신적 부하가 감소하게 되는 중요한 인간공학적 원리이다.
양립성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 버튼식 변속기와 같은 조작장치에 필수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양립성은 ‘운동양립성’이다.
운동양립성이란 조종장치와 움직임이 인간의 기대에 부합하는 것으로, 쉽게 예를 들면 자동차 핸들을 왼쪽으로 돌리면 차가 왼쪽으로 회전하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차가 오른쪽으로 회전하는 것을 '운동양립성'이 적용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다수의 차량에(팰리세이드, 그렌져, 아반떼, 소나타 등) 장착되어 있는 버튼식 변속기의 기어배치순서는 기존의 레버식(기어봉) 변속기가 장착된 차량에 적용되어 있는 기어의 배치순서와 동일한 모습이다. 이는 조작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배치를 버튼식 기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차량에 적용된 배치형태는 전진(D)버튼이 최후방에 위치하고 후진(R)버튼이 가장 전방에 위치하여 운전자의 기대에 완전히 반대되는 배치가 적용되어 있다. 이를 운동양립성을 고려하여 재설계하면 전진(D)버튼이 최전방에 위치하여야 하고 후진(R)버튼이 가장 후방에 위치하여야 운동양립성이 높은 설계라고 할 수 있다.
레버식(기어봉) 변속기는 후진(R)기어에서 전진(D)기어로 변속하는 과정에 중립(N)기어를 거쳐 순차적으로 변속될 수 있도록 법적으로(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순차적인 변속이 일종의 오조작방지 및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버튼식 변속기의 조작에 있어서는 일련의 순서 없이, 누르는 즉시 작동되어 단 한 번의 실수에도 굉장히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운동 양립성'을 고려하여 디자인 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물론, 숙련된 운전자들은 기존의 레버식 변속기와 동일한 배치형태가 보다 익숙하고 편리할 것이다. 하지만 초보 운전자의 경우엔 다르다. 초보 운전자는 기존의 기어 배치에 익숙하지 않고 차량 내부의 모든 조작장치에 낯설기 때문에 양립성을 고려하여 운전자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에 따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곧 운전자를 위험으로 부터 벗어나게 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현재 버튼식 기어는 국내 자동차 제조회사 뿐만아니라, 해외 자동차 제조회사/차량 별로 서로 다른 배치와 형태를 보이고 있어 표준화가 시급하다.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서로 다른 배치를 적용함에 따른 혼란과 피해는 오로지 운전자의 몫이다. 이러한 서로 상이한 배치형태가 사고를 유발한 사례는 버튼식 변속기 뿐만이 아니다. 과거 자동차가 처음 등장하였을 때, 상기한 문제와 같은 이유로 수많은 안전사고를 유발했던 때가 있었다.
1965년 출판된 미국의 소비자 보호 운동을 주도했던 변호사 Ralph Nader의 자동차안전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 책 (Unsafe at Any speed: The Designed-in Dangers of the American Automobile, 1965)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차종마다 기어 위치의 배열 및 순서가 서로 상이하여, 운전자가 배치에 익숙하지 않아 조작오류로 인한 사고가 급증하고 있어 표준화가 시급하다.“며 표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였다.
그에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는 1965년 당시 가장 대중적이고 규모가 큰 ‘포드‘ 차량의 기어배치(P-R-N-D)로 국제 표준화가 이루어졌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표준화로 인해 오조작에 따른 사고의 수가 감소하여 운전자는 더 이상 불안에 떨지 않을 수 있었다.
이처럼 과거의 사례로 비추어 보았을 때, 우리는 기어 배치의 표준화가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대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두 가지 위험요소를 사전에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본질적인 안전관리이다. 차량 내부의 심미성과 편의성만을 고려한 디자인이 아닌 양립성과 안전성을 겸비한 새로운 디자인의 표준화가 운전자로 하여금 안전한 일상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