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마스크는 생활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마치 마스크가 한 몸과 같아져서 예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마스크를 쓰고 조깅을 하거나 스포츠를 즐기는 단계까지 이르렀습니다. 수업, 미팅, 학습 등 대체적으로 정적인 상황에서 이뤄지는 활동들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그 어떤 어색함도 가져오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습니다.
제가 3M에서 호흡기보호구 기술지원업무를 처음 시작했던 2010년만 하더라도 많은 근로자 분들이 답답해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산업현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은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위험이 크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업현장에서 많은 근로자분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도록 그간 제가 해왔던 교육횟수만도 족히 1000회가 넘을 겁니다. 그렇다면 왜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모두가 잘 준수하게 되었을까요? 저는 그 해답을 마스크를 쓰지 않는 행위가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개인적인 위험을 넘어서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전체적인 위험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찾고자 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경찰관이 되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에게 무언의 경고를 보내니 마스크 착용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행위가 감염을 예방한다는 좋은 순기능이 있지만 그에 반해서 무분별한 마스크 착용이 가져오는 역기능도 당연히 있습니다.
여러가지 역기능이 있겠지만 이번에는 그 중에서 이산화탄소 농도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마스크라고 말하는 코와 입을 가리는 제품은 좀 더 전문적으로 말해서 호흡기 보호구와 마스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도 좀 더 세분화해서 수술용마스크, 감기마스크, 패션마스크 등으로 나눌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마스크로 통칭하겠습니다. 그러면 호흡기보호구와 마스크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관련된 법규 여부에 따라서 호흡기 보호구와 마스크를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인증해주는 안면부여과식 방진 2급, 1급, 특급 마스크는 엄밀히 말해서 호흡기보호구입니다. 영어로는 Respirator라고 해서 Mask와 엄연히 다른 분류입니다. 하지만 식약청에서 KF 등급을 만들면서 이 경계가 조금 허물어졌습니다. KF-80, KF-94, KF-99 마스크는 각각 안면부여과식 방진 2급, 1급, 특급과 거의 매칭됩니다. (조금 다른 부분은 너무 전문적인 영역이므로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식약청에서 추가로 등급을 만든 KF-AD의 경우 구체적으로 법규에서 언급하는 요구사항을 보면 호흡기보호구가 아닌 마스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KF 마스크류는 호흡기보호구와 마스크가 혼재된 개념으로 보입니다.
호흡기보호구들은 미국에서는 의사의 소견없이 일반인들이 착용할 수 없습니다. 주된 이유는 숨쉬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호흡기보호구를 착용해보신 분들은 호흡기보호구가 얼마나 숨쉬기 힘이 드는지 5분 만에 체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임산부, 노약자, 영유아는 호흡기보호구 착용이 안된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흔히 미국에서 N95라고 하는 호흡기보호구들이 이러한 분류에 속합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KF-94와 거의 유사합니다. 호흡기보호구는 미국 기준으로 아주 저가 제품을 제외하고는 배기벨브를 통해서 숨쉬기 편하게 하는 것이 추세입니다. 만약 배기벨브가 없는 제품을 사용하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요?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집니다. 날숨에 포함된 이산화탄소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다시 재흡입되기 때문입니다.
이산화탄소가 호흡기보호구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야기됩니다. 위의 표를 보면 1000ppm 이상에서 두통과 현기증이 유발되고, 2000ppm 이상은 상당히 불량하다고 언급되어 있습니다. 산업현장에서도 5000ppm 이상은 근로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US ACGIH CO2 TWA 5000ppm) 우리나라도 실내공기질 관리법에서 10,000ppm 이하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KF-94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코로나19 상황이기 때문에 배기벨브 없는 KF-94의존도가 높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겠습니다. 게다가 의사의 판단 없이 이렇게 숨쉬기 힘들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안되는 호흡기보호구를 무분별하게 착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본고에서는 KF-94호흡기보호구를 착용하면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게 되는지 일반 마스크와 비교를 통해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참고로 본 실험은 호흡기보호구와 마스크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용도이지 특정제품에 대한 판단을 위한 근거로 사용될 목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실내공간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 비교적 환기가 양호한 곳에서 Temptop M2000C 실내공기질 측정기를 사용해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했습니다. 신선한 공기 기준으로 400ppm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존재하는데 실내공간에서는 700ppm 이하면 상단히 준수한 수준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실험에 사용된 공간은 587ppm으로 매우 쾌적한 이산화탄소 농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KF-94 호흡기보호구를 착용한 상태에서 얼마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는지 측정했습니다. 참고로 그 어떤 활동도 없이 정적인 자세로 앉아서 일상적인 숨쉬기 활동 간에 KF-94 호흡기보호구 내부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했습니다. 수치는 놀랍게도 3082ppm을 보였습니다. 제 기준으로 1000ppm이 넘으면 조금씩 두통이 생깁니다. 그리고 2000ppm이 넘으면 집중력이 흐려집니다. 더 나이가 3000ppm 이상에서는 극심한 졸음을 느낍니다. 만약 좀 더 활발한 활동을 한다면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더 높아질 것이고, 미국 ACGIH 기준으로 신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5000ppm 이상의 수치도 가능하다고 보여집니다.
KF-94 호흡기보호구가 이토록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보이는 것은 두꺼운 필터소재를 사용하여 공기가 잘 통과하지 못하게 하고 코로나19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배기벨브를 제거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KF-94급에 해당하는 방진1급 호흡기보호구는 배기벨브가 없는 모델은 없습니다. 숨쉬기 어렵기 때문에 배기벨브 없이는 감히 사용할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 호흡기보호구들을 배기벨브가 없는 상태에서 착용하는 것이니 숨쉬기 힘든 것은 당연하고 이산화탄소 농도도 매우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호흡기보호구가 아닌 마스크류들은 어떨까요? 배기벨브가 없는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호흡기보호구에 비해서 공기의 순환이 훨씬 원활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면 수술용마스크 기준으로 2333ppm 정도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착용해본 입장에서도 매우 시원하고 숨쉬기 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반 성인 입장에서라면 호흡기보호구 대신에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서 얼마간의 이산화탄소 농도 저감과 숨쉬기 용이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유아, 임산부, 노약자의 경우에는 이 정도의 저감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나 영유아나 임산부는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부족하면 태아나 자라나는 어린이의 뇌 성장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호흡기보호구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집 밖의 활동보다는 집 안에서 활동하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됩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호흡기보호구나 마스크는 긍정적일 수가 없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회의나, 업무는 충분한 집중력이 발휘되기 어렵습니다. 가능하면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화상회의나 이메일 또는 메신저를 통한 의사소통으로 호흡기보호구와 마스크에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효율이 높을 것입니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꼭 호흡기보호구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면 되도록이면 마스크로 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겁니다.
호흡기보호구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의료진이나 밀폐된 실내공간에서 다수의 외부인을 상대하는 직업이 아닌 일반적인 상황에서 일반인이 사용하는 KF-94 호흡기보호구는 과도한 보호(Over Protection)입니다. 그리고 개인안전보호구(PPEs)에서 과도한 보호는 착용자의 착용률 저하로 이어질수 밖에 없습니다. 그 예로 주변에서 KF-94 호흡기 보호구를 착용하고 코가 노출되는 것을 본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산업위생에서 위험요소에 대한 대응에서 가장 권장되는 것은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것이고, 가장 말단에 존재하는 것이 호흡기보호구와 같은 개인안전보호구를 착용하는 것입니다. 또한 개인안전보호구를 착용해야 할 피치못할 상황이라면 가장 적합한 보호구를 선택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동일한 원리를 코로나19 상황에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재택근무와 같이 최대한 호흡기보호구 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고, 호흡기보호구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착용자가 가장 적합하게 착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산화탄소에 대한 고려도 빠져서는 안될 것입니다.
꼼꼼히 따져보면 대한민국 정부도 KF-94 사용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N95등급은 의사의 허락없이 일반인이 착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무분별하게 KF-94만을 선택하지 말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호흡기보호구 또는 마스크를 선택하는 풍토가 자리잡기를 기대해봅니다.
이제는 우리도 KF-94를 꼭 착용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져볼 시기가 되었습니다.
5TECH 홈페이지 링크:http://5tech.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