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마무리가 제대로 안 되는 친구가 있다. 분명 마감 시간이 지났는데, 그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고객으로부터 자료에 오류가 있다는 연락을 받고 수정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된다. 

우연히, 그 친구의 고객 미팅 자리에 함께 하게 되었는데 왜 일의 마무리가 안 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친구는 고객의 말이 끝나기 전에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는 버릇이 있었다. 이렇게 해서는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는 반드시 확인까지 해야 한다. 그러나, 이 친구는 끝까지 듣지도 않고 확인도 하지 않았다. 

미팅이 끝나고, 나는 이 친구에게 몇가지를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했다.

"조금 전에 고객이 우리에게 요구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어?"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고객의 말이 끝나기 전에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이래서 이 친구가 하는 일은 마무리가 안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이 친구에게 그의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기분을 해칠까봐 업무적인 이야기만 하고 회사로 돌아왔다. 언제 시간을 내서 조용히 불러 이야기를 해줘야 겠다. 

 우리는 고객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일을 마무리 할 수가 없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고, 확인까지 해야 한다. 같은 회사에서, 그것도 같은 공간에 있는 팀원들끼리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지 않는가? 

진짜 일을 잘하는 사람은 상대의 의도를 확인해서 첫 단추의 위치를 제대로 잡아 한 번에 끼우고, 단계별로 업무를 추진하면서 계속해서 짚어간다. 단추를 끼울때마다 사전에 위치를 확인한다. 배가 산으로 가지 않도록, 계획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도록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즉,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고객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런 친구들의 특징이 있다. 자신의 생각이 모두 옳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면 상대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니까 고객과의 미팅자리에서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기 말을 하고, 상대의 정확한 의도가 뭔지 모르면서 되짚어 보지도 않는 것 아니겠는가?

마음이 사람을 향하면 공감, 사물을 향하면 호기심,  사건을 향하면 문제의식, 미래를 향하면 통찰, 나를 향하면 성찰이 된다고 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마음에서 비롯된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으니, 공감 능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당연히 문제의식도, 통찰도, 성찰도 없게 된다. 그렇게 고객의 의도, 즉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하니 마감시간이 지난 일을 붙들고 수정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작업을 되풀이 하면서말이다. 이는 다음 프로젝트에서도 똑같은 일이 발생된다.

이런 친구들은 할 일을 다하지 않고, 다한 것처럼 보이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실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말하며 행동한다. 자신감을 뛰어넘어 자만으로 가득차 있고, 겸손함이 없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행동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다 보인다. 처음에는 안 보일지 몰라도 한 번만 같이 일을 해보면 다 보이게 된다.

사람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성장 할 수 있다. 실력이 70점인 사람이 마치 100점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데, 이 또한 욕심때문이다. 결국, 이런 욕심때문에 일을 망치는 수가 있다. 아니, 대형 사고를 칠 수 있다. 자신의 실력이 100점이라 우긴다고 100점이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70점 실력이라고 부끄러울 것도 없지 않는가? 시간을 가지고 노력해서 80점, 90점, 100점을 만들면 된다. 진짜 부끄러운 것은 노력도 안 하면서 100점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일 수 없다. 숨기려고 할수록 더 잘 보인다.

 사람은 모두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  실제로 사람은 누군가가 나를 알아줬을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독일 철학자 악셀 호네트(Axel Honneth)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투쟁한다"고 했다.

우리 안에는 두 사람의 '내'가 존재한다.  나 스스로 이렇다고 생각하는 '나(I)'가 있고, 남들이 생각하는 '나(Me)'가 있다. 객체화된 '나(Me)'는 주체인 '나(I)"에 미치지 못한다. 

 

 나 스스로 평가하는 내가, 남들이 보는 '나'보다 늘 우월하다는 의미다. 사람은 남이 생각하는 '나'와 나 스스로 생각하는 '나' 사이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노력한다. 남들이 보는 '나'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힘쓴다. 

이렇게 노력하면 된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70점이면서 100점처럼 행동하지 말고, 진짜 100점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남이 생각하는 '나'와 나 스스로 생각하는 '나' 사이의 간격이 좁아진다. 

일의 마무리가 제대로 안되면 그 원인이 외부에서 비롯된 것인지, 나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짚어 봐야 한다. 그리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에게 부족한 점이 있으면 시간을 두고 채워나가면 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일의 마무리도 완벽하게 되고 남에게 인정도 받을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일을 잘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모르는 사람은

결국 혼자 남게 된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블로그:

http://blog.naver.com/avt17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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