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야기 31부- 비극이 만들어 내는 삶의 무늬

2025-11-21     김훈 자문 위원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비극으로 점점이 물들어 있는 모자이크와도 같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실패를 겪고, 예기치 못한 시련에 맞닥뜨린다. 원하지 않았던 상처가 찾아오고, 기꺼이 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이 삶에 스며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로 인생을 "아름답다"라고 부른다. 왜일까.

 

아마도 행복이란, 따뜻한 밥 위에 박혀 있는 몇 알의 콩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밥을 구성하는 대부분은 쌀이지만, 그 속에서 드물게 씹히는 콩이 의외의 식감을 주며 밥상을 풍성하게 만든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기쁨이나 성공의 순간은 전체적으로 보면 얼마 되지 않지만, 바로 그렇기에 더욱 선명하게 기억에 남고, 고난과 대비되면서 그 빛이 깊어진다.

 

만약 우리 인생이 온통 희극으로만 채워져 있다면 어떨까. 슬픔도, 실패도, 좌절도 없이 웃음과 만족만 반복된다면 그 삶은 정말 '아름답다'고 부를 수 있을까. 아마도 그 웃음은 점차 공허해지고, 기쁨은 의미를 잃어갈 것이다.

 

'비극적 요소'는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삶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어두운 배경이다. 캄캄한 밤하늘이 있어야 별빛이 빛나듯, 실패와 상처가 있기에 순간적인 행복은 더욱 찬란하게 다가온다.

 

결국 우리의 인생을 구성하는 것은 기쁨의 순간들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많은 실패와 시련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삶을 추락시키는 저주만은 아니다. 고통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의미를 새로 발견한다.

 

인생의 아름다움은 비극의 부재가 아니라, 그 비극을 껴안고도 계속 살아가려는 우리의 몸짓 속에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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