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안전학회, 환자안전·안전리더십·리질리언스 논의… 현장 기반 전문성 강화 강조

2025-11-20     김희경 안전보건 전문기자
ⓒ시스템안전학회가 지난 13일과 14일 양일간 개최됐다. 기념촬영 모습/ 사진-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가 반복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안전의 개념을 새롭게 재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스템안전학회가 지난13일과 14일 양일간 서울 LW컨벤션에서 2025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권보헌 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사고 예방보다 사고 이후 복구에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는 현실을 마주한다”며, 안전을 ‘사고의 부재’가 아니라 ‘정상 운영을 지속할 수 있는 역량’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또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례를 예시로 들며 기술 중심·제도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복잡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러한 관점에서 다양한 분야의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는 장으로서 이번 학술대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환자안전과 시스템안전의 접점 논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이상일 단장의 발표 모습/ 사진-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첫 번째 기조강연에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이상일 단장은 의료 현장에서 품질 관리와 환자안전을 통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장은 의료서비스 품질을 구성하는 다양한 도메인을 소개하며, "의료의 효율성·정확성·안전성이 서로 분리된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프로세스로 관리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프로세스 기반 분석을 통해 조직 환경에 맞는 안전 전략을 조합해 적용하는 방식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전규찬 교수의 발표 모습/ 사진-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이어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전규찬 교수는 화상으로 연결돼 영국 환자안전 정책의 변화를 소개하고, 안전 업무에 필요한 ‘전문 직업화(Professionalisation)’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의료·심리·휴먼팩터·경영·정책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통합적으로 이해해야만 복잡한 안전 문제를 다룰 수 있다고 말하며, 시스템안전 개념에 대한 오해와 형식적 접근이 실질적 개선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항공·원자력·에너지 분야 안전리더십과 조직 리질리언스 논의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권영국 교수의 발표 모습/ 사진-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오후 세션에서는 항공·원자력·에너지 등 고위험 산업을 중심으로 안전리더십과 조직문화의 중요성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권영국 교수는 “안전은 기술적 과제가 아니라 조직의 가치이자 사고방식”이라고 말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조직이 만성적 불안(chronic unease)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사고 예방과 연결된다고 설명했고, 안전 리더십은 외주화하거나 일시적 캠페인으로 대체할 수 없다면서 조직 구성원 전체가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가치임을 강조했다. 또한 최근 국내 산업 현장에서 리더십 부재가 사고로 이어진 사례를 언급하며, 조직의 경계심·조직학습·정보 공유 등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임을 짚었다.

 

이어 항공 분야 발표에 나선 극동대학교의 권보헌 교수는 항공사가 거대한 복잡성 속에서도 안전과 운영 효율성, 재무성과를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산업 특성을 설명했다. 그는 항공사 안전관리체계(SMS)의 핵심 원리를 소개하며, 정보 흐름·리포팅 문화·팀 간 조정 능력이 안전성과 조직 레질리언스를 강화하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또한 항공 안전에서 리더의 의사결정 태도와 조직 분위기가 사고 예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함께 제시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정수진 연구원의 발표 모습/ 사진-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정수진 연구원은 원자력 및 규제기관을 중심으로 안전문화와 리더십 모델을 설명했다. OECD NEA의 리더십 시리즈를 기반으로 규제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소개하며, “안전문화는 절차 준수만으로 성립되지 않으며 리더가 어떤 메시지와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이느냐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또한, 규제기관의 안전문화 진단 및 행동 기반 리더십 모델을 통해 산업 간 비교 가능한 공통 요소를 제시했다.

 

분야를 넘나든 안전문화·리더십 공통 과제 논의

ⓒ패널토의 모습/ 사진-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첫날 마지막 프로그램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의 윤완철 명예 교수가 좌장을 맡고 극동대학교 김창우 교수, SK Innovation E&S 양정모 박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정수진 실장 등이 참여한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패널들은 항공·원전·에너지 분야의 사례를 기반으로 안전문화의 공통 특성과 차이를 논의하며, 산업별 위험환경이 다르더라도 의사결정 구조, 정보 흐름, 리더의 행동이 안전역량 수준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임을 지적했다. 또한 현장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고려한 리질리언스 기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공유되었다.

 

 

산업현장의 문제를 다룬 학술논문 세션과 FRAM 튜토리얼

둘째 날에는 실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 문제를 분석한 학술논문 발표가 이어졌다. 도시가스 지하배관의 간섭 영향 분석, 산업별 안전보건교육의 효과성, 발전·원전 분야의 안전전문가 양성체계, 규제기관 안전문화 비교 등 다양한 주제가 발표되었다. 연구자들은 각 산업의 사례를 공유하며, 산업별 특성이 다르더라도 절차 기반 분석·정보 공유·팀워크·조직문화가 안전성과를 좌우한다는 공통점을 짚었다. 또한, 튜토리얼 세션에서는 윤완철 명예교수가 FRAM(Function Resonance Analysis Method)을 활용한 위험성평가와 사고 분석 방법을 소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환자안전, 항공·원자력 리더십, 산업안전 연구 등 서로 다른 분야가 ‘시스템 안전’이라는 공통 관점을 통해 연결되는 흐름을 보여줬다. 발표자들은 기술·제도 중심의 접근만으로는 복잡한 사고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문직업화·리더십·조직문화·리질리언스 등 사람과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발표와 토론을 이어가며, 변화하는 안전환경 속에서 산업별 경험과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장으로서 이번 학술대회가 의미 있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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