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공학으로 바라본 산업안전보건의 미래… 대한인간공학회 2025 추계학술대회 성료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산업안전보건의 변화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올해, 대한인간공학회(회장 김상호)가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2025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인간공학, 지속가능한 산업안전보건의 중심’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는 학계와 산업계, 공공기관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해 산업재해 예방과 안전보건관리체계의 발전 방향을 폭넓게 논의했다.
‘사람 중심 안전’을 강조하며 막을 올린 제주 학술대회
첫날 오후, 한라홀에서 진행된 개회식은 김헌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사회로 차분하게 문을 열었다. 이재인 조직위원장은 이번 대회가 사람 중심의 안전을 실현하는 새로운 연구와 현장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며 개최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환영사에 나선 김상호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산업안전보건이 국가적 핵심 이슈로 부상한 지금, 인간공학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업성 근골격계질환 분석과 산업현장 유해요인 개선을 위해 학회가 추진해온 활동을 언급하며, 이번 학술대회가 “사람 중심의 안전”이라는 사회적 흐름을 구체화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산업안전보건의 현실과 과제를 짚은 기조강연
뒤이어 진행된 기조강연에서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이 연단에 섰다. 그는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망만인율의 변화,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안전보건 규제 정책의 흐름 등을 폭넓게 다루며 산업안전보건의 현 상황을 분석했다.
임 본부장은 특히, 현재의 규제 구조가 “비용은 높지만 효과는 낮은 고비용·저효율 시스템”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규제 품질의 개선과 감독 전문성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위험성평가 중심의 자율 안전관리 정착, 기업 규모별 맞춤형 지원 정책, 직업병 인정 및 보건관리 제도 개선 등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안전 규제가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신뢰 기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며 정부·기업·근로자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강조했다.
SMR부터 AI·Neuroergonomics까지… 미래 산업을 향한 연구들
올해 학술대회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빠르게 대두되는 연구 주제를 아우르며 풍성하게 구성됐다. 첫날 오전에는 원자력 분야의 SMR(소형모듈원자로) 설계와 검증에 필요한 인간공학적 고려사항을 다룬 특별세션이 진행되어, 운전원 구성·자격 평가, 설계 검토 체계, 다종 SMR 환경 이슈 등 최신 논의가 소개됐다. 인적 오류, 고위험요인(SIF) 기반 안전관리, 학교 급식 현장의 안전체계 구축 등 산업재해 예방을 중심으로 한 연구들도 이어졌다.
오후부터는 AI·UX·미래 일자리·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의 세션이 열렸다. 생성형 AI 기반 사용자 연구, AR·VR을 활용한 안전 교육 효과 분석, 신경역학 기반 Neuroergonomics 연구 등 미래 기술과 인간공학을 융합한 연구가 대거 발표되며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자율주행차 신뢰 형성 요인, HUD 설계, 멀미 반응 평가 등 모빌리티 관련 발표는 최근 산업계 흐름을 반영하며 현장 실무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둘째 날에는 산업재해 예방과 인간공학기술사/기사 제도를 다룬 기획세션, 인간공학 진로 탐색 세션 등 학술과 실무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웨어러블·로봇·인체역학 연구 역시 심도 있게 다뤄지며 산업·의료·재활 분야의 적용 가능성을 폭넓게 제시했다.
연구·산업·현장 공헌자들을 조명한 시상식
학술대회의 또 다른 축은 시상식이었다. 매년 학회는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변화에 기여한 연구자와 실무자를 선정해 시상하는데, 올해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묵묵히 성과를 쌓아온 인물들이 무대에 올랐다.
먼저, 이날 기조강연을 맡은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에게 기조강연 감사패가 전달됐다. 학회는 임 본부장이 산업안전보건 제도 변화와 현장의 당면 과제를 통찰력 있게 제시해 학술대회 논의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특별공로상은 LG전자 이삼수 부사장에게 돌아갔다. 학회는 이 부사장이 산업 전반의 사용자 중심 설계 확산과 안전·품질 혁신 활동을 통해 학회 발전과 인간공학 분야의 위상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ESK Fellow는 계명대학교 기도형 교수가 선정됐다. 인간공학 분야에서 오랜 연구 성과와 학회 기여도를 인정받은 연구자에게 수여되는 명예 칭호로, 학문적 권위를 대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뒤이어 신진인간공학자상은 공군사관학교 김성호 부교수가 수상했다. 김 부교수는 신진 연구자로서 왕성한 연구 활동과 산학협력 성과를 인정받았다.
산학연 협력 연구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산연우수연구자상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병희 박사와 ㈜온세이프티 연구소 김재형 소장이 각각 수상했다. 두 연구자는 현장 중심 연구와 기술 적용을 통해 산업재해 예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점이 높게 평가됐다.
올해 기업·기관의 인간공학적 설계 성과를 조명하는 인간공학디자인상(EDA)은 수상작이 크게 늘며 눈길을 끌었다. LG전자, 삼성전자, 바디프랜드,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 등 다양한 조직이 수상했으며, 특히 ‘퀀텀 AI 뷰티 솔’과 ‘LG 코드제로 AI 오브제컬렉션 로봇청소기’, 삼성전자 ‘BESPOKE AI 식기세척기’ 등은 혁신성과 인간공학적 완성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Grand Prix는 근로복지공단 재활공학연구소의 생체모사형 제너레이티브 의족이 차지해 큰 호응을 얻었다.
산업현장의 안전 개선 사례를 발굴하는 제4회 인간공학적 작업개선 우수사례상도 높은 관심 속에서 수상작이 발표됐다. 고용노동부 장관상이자 대상은 에스피엠텍㈜이 중량물 취급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줄이기 위한 전용 카트 개발 사례로 수상했고, 삼성전자·에스제이세종·대한항공·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기업이 작업자세 개선·고중량 운반기기 개발·현장 안전디자인 적용 등 실질적인 성과로 상을 받았다. 이 상은 산업재해 예방의 현장 중심 해법을 제시한 사례들로 구성돼 해마다 실무자들의 관심이 높다.
인간공학, 산업안전보건의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올해 추계학술대회는 기술 변화와 산업구조 전환 속에서 인간공학이 산업안전보건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위험성평가 기반의 사전 예방, 신뢰 기반의 안전문화 정착, AI·디지털 기술의 현장 적용, 기업 규모별 맞춤형 지원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산업의 구조와 기술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인간공학은 더 이상 학문적 분석을 넘어 산업안전보건 전반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중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에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그 흐름을 다시 확인시키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