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왜곡 묘사에 대한 현장의 우려와 제언

2025-11-16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편집국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드라마 속 장면. /중대재해예방협회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최근 방영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속 안전관리 직군의 표현은 많은 현장 전문가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남겼다. 매일 위험을 관리하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뛰는 안전관리자의 현실과 무게는 사라지고, 직무 자체가 희화화되거나 한직으로 소비되는 장면들이 반복된 것이다. 이러한 연출은 현장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에게 실제적이고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왜곡된 묘사와 그 영향

드라마에서는 안전관리팀 발령이 ‘정벌성 인사’나 ‘본사에서 밀려난 인력이 가는 자리’처럼 표현되며, 안전관리 직무를 조직 내에서 중요도가 낮은 분야로 인식하게 만들 여지를 남겼다. 이러한 묘사는 안전관리자들이 현장에서 전문성을 기반으로 수행하는 역할의 위상을 흔들고, 직무 전반에 대한 사회적 오해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안전관리 업무를 개똥 치우기나 변기 뚫기 같은 단순 잡역으로 다루는 장면은, 위험 예지와 리스크 관리라는 본질적 역할을 지워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극 중 인물이 ‘안전점검표를 대충 처리하라’고 조언하는 장면 역시 직업윤리를 희화화하며, 안전관리 업무의 근본 취지를 왜곡하는 방식으로 소비되었다.

 

여기에 더해 현장에서 안전팀장의 지적을 작업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비웃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안전관리자가 제기하는 경고와 조언이 불필요하거나 과한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 안전관리자의 지적은 사고를 예방하는 데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절차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연출들은 중대재해 예방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지금, 사회 전체의 안전 의식 제고 노력과 어긋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전은 단 한 번의 방심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영역이기에, 미디어가 다루는 표현 역시 책임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제작진에 바라는 조치와 제안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는 JTBC의 사회적 영향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성숙한 대응을 요청한다. 드라마 속 장면과 설정에 대한 제작진의 설명과 함께, 안전관리 종사자와 시청자에게 진정성 있는 유감 표명이 이루어진다면 왜곡된 인식이 바로잡히는 데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또한 향후 제작되는 드라마나 콘텐츠에서는 안전 분야 전문 자문단을 구성해 현실을 기반으로 한 표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는 작품의 사실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안전에 대한 인식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함께 안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바람은 단순하다. 안전을 다루는 콘텐츠가 현실의 무게와 생명을 지키는 책임을 조금이라도 반영해주길 바란다. 산업 현장은 오늘도 위험과 마주 서 있으며, 안전관리자들은 그 한가운데서 사고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미디어가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안전의 가치를 함께 지켜가는 데 동참해주길 기대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보완해 나가는 성숙한 협력일 것이다.

 

 

 

ⓒ정상민 회장(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

※ 본 기사는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 정상민 회장의 기고문으로,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KAPA)는 산업 현장의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안전보건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설립된 전문 단체다. 

특히 중소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중대재해 발생 시 법률 자문 및 지원, 산업안전 관련 최신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캠페인 활동 등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