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사망 3명·사망 추정 2명·실종 2명
45년 된 노후 구조물 해체 중 10초 만에 전도…밤샘 구조 이어졌지만 철제 잔해 속 수색 난항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6일 오후 2시 2분경 울산광역시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내 철거 현장에서 60m 높이의 보일러 타워가 붕괴했다. 이 사고로 근로자 9명이 매몰됐으며, 사고 발생 이튿날인 7일 오후 2시 기준 사망 3명, 사망 추정 2명, 실종 2명으로 확인됐다.
사망자 중 2명은 병원으로 이송된 뒤 사망 판정을 받았고, 1명은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2명은 잔해 속에 매몰된 채 사망이 추정되고, 2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소방당국은 “현재 매몰자 전원이 잔해 속에 갇혀 있으며, 접근이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붕괴된 보일러 타워는 가동 45년이 지난 노후 철제 구조물로, 2021년 가동이 중단된 뒤 철거 공정이 시작된 상태였다. 사고는 한진중공업 하청업체가 전체 63m 보일러 타워의 약 25m 지점에서 하부 철골을 절단해 구조물의 지지력을 약화시키는 ‘사전 취약화 작업’을 진행하던 중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절단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함께 매몰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둥 일부가 꺾인 뒤 전체 구조물이 붕괴하기까지는 불과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현장에는 방호망과 매트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붕괴 충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매몰된 근로자 9명 중 1명은 정직원, 나머지 8명은 계약직 또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파악됐으며, 모두 발파 전문업체 근로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이달 3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불과 28일간의 단기 고용계약을 맺고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근로자의 계약서에는 작업이 중단될 경우 계약이 조기에 종료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일용직 형태로 투입된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교육이나 현장 적응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 직후 구조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해 전국 구조대가 긴급 투입됐다. 700톤급 크레인 1대와 500톤급 크레인 2대를 포함한 대형 중장비가 동원돼 구조작업이 이어지고 있으나, 철골과 콘크리트 잔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수색은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장은 국가보안시설 구역으로 분류돼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으며, 구조대는 추가 붕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골 절단과 지지대 보강을 병행하며 신중하게 접근 중이다.
이번 사고는 가동이 중단된 발전소의 철거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해체 과정에서 구조물의 균형 유지와 하중 관리가 얼마나 복잡하고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구조작업과 병행해 붕괴된 구조물의 하중 분산 조치나 절단 순서 관리 등 안전관리 절차의 적정성이 향후 조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사전 취약화 작업의 절차와 설계 준수 여부도 면밀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사전 취약화 작업은 최상층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상층 부재의 철거나 취약화가 완료되기 전에는 하층 주요 지지부재를 절단하지 않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 당시 왜 하부 구간에서 작업이 진행됐는지, 계획이 정해진 절차에 맞게 수행됐는지가 주요 확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전 취약화 설계 단계에서는 파쇄 범위, 철골 절단 방법, 잔존 강도 평가 등 구체적인 항목을 명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업체 측이 이러한 절차를 얼마나 충실히 준수했는지도 향후 조사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붕괴한 보일러 타워가 「건축법」상 ‘건축물’이 아닌 ‘구조물’로 분류돼 지자체 사전 심의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업체가 자체적으로 세운 해체 계획의 정밀도와 감리 절차의 적정성, 관리·감독 체계의 공백 여부가 함께 조사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중심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사고 전 안전 관련 지적이나 위험 징후가 있었는데도 이를 간과하거나 작업을 지시했는지, 혹은 작업 지시 오류나 판단 착오로 사고가 발생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대형 구조물 해체 중 안전조치 미비로 인한 붕괴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보일러, 굴뚝, 플랜트 설비 등 고층 구조물의 철거 과정에서는 하중 불균형이나 구조물 약화가 발생하면 짧은 시간에 전체 붕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울산 사고는 이러한 해체공정의 구조적 위험이 현실화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무엇보다도 매몰된 2명의 작업자는 위치조차 파악되지 않아, 생존 확인과 신속한 구조가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소방당국은 “모든 인명을 끝까지 찾겠다는 각오로 24시간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며 “2차 붕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별 접근 방식으로 잔해 제거를 진행 중이며, 인명 구조가 완료될 때까지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울산 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는 노후 구조물 해체 과정의 위험성과 현장 안전관리 체계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운 사건으로, 향후 산업안전 정책과 해체공정 안전기준 전반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