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교육, 형식 아닌 실무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최근 건설업계의 중대재해 발생은 단순한 사고를 넘어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며 재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체감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한 현행 안전보건교육 제도는 본질적인 목적을 상실한 채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실무 중심의 교육 제도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제언하고자 한다.
현재의 산업안전보건교육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첫째,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의 유명무실화다. 건설 일용근로자의 기초 안전 역량 강화를 위해 도입된 이 제도는 대부분의 현장에서 ‘최초 1회 4시간’ 교육 이수 여부만 확인하는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했다. 획일적인 교육 내용과 짧은 시간으로는 급변하는 건설 현장의 위험 요인을 충분히 숙지하기 어렵다.
둘째, 교육 내용의 비전문성과 중복성이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동일한 교육 내용을 반복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근로자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교육의 효율성을 저하시킨다. 특히 채용 시 교육, 작업 내용 변경 시 교육, 특별 교육 등 종류별로 교육 시간이 할당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아 근로자에게는 단순한 시간 낭비로 인식되기 쉽다.
셋째, 사고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 교육 효과다. 중대재해 발생 건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매년 수백 명의 근로자가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이는 교육이 근로자의 실제 행동 변화와 안전 의식 고취로 이어지지 않고 있음을 반증한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근로자의 안전 습관을 형성하고 위기 대응 능력을 배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무형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건설 현장은 다양한 직종과 공종으로 구성되는데, 일반 콘크리트 타설 작업과 타워크레인 신호 작업은 그 위험 요인과 필요한 안전 지식이 전혀 다르다. 따라서 모든 근로자에게 획일적인 교육을 제공하기보다는 직종별 특성을 반영한 전문화 교육이 필요하다. 최초 교육 시 근로자가 자신의 직종을 선택하고, 해당 직종의 위험 요인과 안전 수칙, 사고 예방 사례 등을 심도 있게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안전은 한 번 배우고 끝나는 지식이 아니다. 건설기술과 공법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새로운 위험 요인도 등장한다. 따라서 최초 교육 이후 2년마다 갱신 교육을 의무화해 근로자가 최신 안전 정보를 지속적으로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로자 개인별 교육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숙련도와 전문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근로자 스스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교육기관의 전문성 강화 역시 중요한 과제다. 현재의 교육은 대부분 이론 강의에 치중되어 있다.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습과 시뮬레이션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교육기관의 수준과 역량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한 강사를 양성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 교육기관은 단순히 법정 시간을 채우는 곳이 아니라 근로자의 안전 역량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전진기지 역할을 해야 한다.
교육 제도의 개선은 단순히 법과 제도를 바꾸는 차원을 넘어 건설 현장 전반의 안전 문화를 혁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실무 중심의 교육은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식을 제공하고, 이는 곧 안전의식 향상과 책임감 고취로 이어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안전교육은 규제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핵심적인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근로자 모두가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상생의 노력을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중대재해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