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전문가 되기 3부 - 실패는 은폐하지 말고 공유해야 한다.

2020-11-30     이종탁 자문 위원

 

 일을 하다 보면 아주 작은 사소한 실수부터 치명적인 큰 실수까지 발생하는 것을 경험한다.

물론 이런 실수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 완전히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스마트 디바이스가 보급 되었다해도 입력데이터는 사람이 직접 만들어야 하니 그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되면 결과물은 엉뚱한 값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기업에서 큰 사업에 투자할 때 입지분석, 수익성 검토 및 리스크 분석 등을 시물레이션해서 안전하게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지만, 그 결과는 예측에서 빗나가 사업의 실패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실수나 실패가 발생되면 일단 은폐한다.

 

얼마전에 다른 회사에서 설계한 내용이 현장 여건과 너무 차이가 커서 설계변경이 많았다는 소식을 듣고,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설계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그는 우리가 궁금한 내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화를 내면서 “설계한 내용이 어떻게 100% 정확할 수 있겠냐? 설계내용이 현장여건과 상이하면 현장에서 변경해서 시공하면 되는 간단한 일인데, 현장에서 자꾸 귀찮게 연락했다”는 말만 늘어놓았다.

 나중에 현장에 연락해서 알아보니 설계자가 투수계수라는 수치를 현장 여건과 완전히 다른 값을 적용해서 발생된 것이었다.

설계자가 다른 설계자료의 값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한 것이었다.

 

이 투수계수는 현장의 토질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공사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데, 설계자가 이 현장의 토질특성과 투수계수 값의 상관관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발생된 것이었다.

사실 아주 민감한 부분으로 큰 실수에 해당되며, 현장의 엔지니어들이 그 오류를 인식하지 못하고 당초 설계대로 시공했다면 이 사업은 실패로 이어질 뻔 했다.

다행히 현장의 엔지니어들이 미리 오류를 발견해서 실패를 막을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는 내가 저지런 실수, 내가 참여한 사업이 실패 했을 때 남이 나를 나쁘게 평가할까봐 일단 모른척 한다. 어차피 다 지난 일, 쿨하게 내가 이런 부분에서 오판했다고 다른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이야기 해주면 좋을텐데 말이다. 

 

 물론 다른 사람의 평판에 전혀 신경을 안 쓸수는 없으니 실수를 인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나도 처음에는 내 실수를 인정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게 싫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력이 쌓이니 이제는 이야기 한다.

“내가 실수했다" 고, "내가 오판했고, 내 생각이 짧았다"고 말이다.

어차피 실수가 드러난 마당에 입 다물고 있는다고 내 실수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 후배 동료 직원들에게도, 상사에게도, 고객에게도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헨리 페트로스키 교수는 저서 <종이한장의 차이>에서 “세상의 모든 것은 무너진다고 전제하고, 실패에 대한 개념을 갖는 것이 공학을 이해하는 첫 걸음으로 이라고 믿는데, 그것은 공학 디자인의 첫 번째 목표가 바로 이 실패를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학에서 실패가 발생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무지, 부주의, 탐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공학자의 오만과 허영심, 즉 "과거의 경험이면 충분하다는 식의 교만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큰 재앙을 가져오는 구조적 실패(structural failure)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삶을 사는데 금세 익숙해진다"면서 구조적 실패는 인간 본성의 하나이므로 실패를 숨기지 말고 실패에서 배울 것을 권유한다.

 

 

지식융합연구소 이인식 소장 또한 공저 <공학이 필요한 시간>에서 일본의 실패학을 소개하면서 실패를 은폐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 한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반복되는 실패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실패의 속성을 이해하여 나쁜 실패는 재발을 예방하고, 좋은 실패는 새로운 창조의 씨앗으로 삼자는 취지로 일본에서 제안된 연구가 '실패학'이다.

사람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또한 실패를 숨기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심리다. 그러나, 실패를 은폐하면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거나 큰 실패를 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실패학의 성패는 실패를 은폐하기보다 긍정적으로 활용하려는 문화의 조성여부에 달려있다.”하고 했다.

 

돌이켜 보면, '공학자의 무지, 부주의, 탐욕, 오만과 허영심이 공학에서 실패를 일으킨다' 라고 한 헨리 페트로스키 교수가 한 말이 다 맞는 말이다.

 

금년 4월에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 또한 시공회사와 관련자들의 탐욕, 부주의, 무지, 오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실패가 발생하면 그에 따른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금전적인 것을 포함해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와 같은 많은 인명피해까지도 말이다.

이런 대가를 치른 실패를 그냥 은폐해서는 안된다.

실패는 은폐하면 더 큰 실패로 이어지기에 숨지기 말고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실패사례를 공유하고 여기에서 교훈을 배우는 시스템을 만들어 똑같은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링크

http://blog.naver.com/avt17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