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학교 증축공사 현장서 근로자 추락 사망…안전불감증 여전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8월 11일 오전 11시 10분 경북 구미시 황상동의 한 고등학교 증축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A씨(60대)가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옥탑 철거 작업을 위해 계단실 내부 비계 위에 합판을 깔고 내려오던 중 미끄러져 약 2m 아래로 떨어지면서 일어났다. A씨는 뇌출혈 진단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돼 긴급 수술을 받았으나, 다음 날인 12일 끝내 사망했다.
사고 직후 교육청은 즉시 공사를 중지시키고 안전점검을 지시했으며, 12일에는 현장대리인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대구고용노동청 구미지청은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으며,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형사 입건할 방침이다.
사고는 왜 일어났나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은 불안정한 작업발판 설치와 추락방지 장치 부재로 분석된다. 합판이 충분히 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자가 발을 디디며 하중이 실리자 미끄러짐이 발생했고, 비계 주변에는 난간이나 안전망 등 기본적인 추락방지 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 또한 사전 위험성 평가 및 안전관리계획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사고 발생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지켰다면 막을 수 있었던 안전수칙
이번 사고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강관비계 안전작업 지침(C-30-2020)」에 명시된 기본 수칙만 철저히 지켰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
첫째, 비계 설치 전 철저한 준비와 관리가 필요하다. 작업계획을 사전에 검토하고, 비계 조립도를 바탕으로 재료의 안전인증 여부, 작업발판·난간·낙하물방지망 설치계획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비계가 31m 이상일 경우에는 관계 전문가의 구조적 안전성 확인을 받아야 한다.
둘째, 재료와 발판의 적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용되는 강관·클램프 등은 안전인증을 받은 자재여야 하며, 재사용 자재의 경우에도 품질 검증을 거쳐야 한다. 작업발판은 한국산업표준(KS) 적합품을 사용해야 하며, 목재나 합판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안전성이 보장된 자재를 선택해야 한다.
셋째, 작업 중 준수사항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근로자는 관리감독자의 지시에 따라 작업해야 하며, 최대 적재하중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동일 수직면에서 상·하 동시 작업을 해서는 안 되며, 기상 악화 시 즉시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는 반드시 난간이나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거나, 안전대를 착용한 상태에서 작업해야 한다.
넷째, 조립과 구조적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 비계기둥 간격은 띠장 방향 1.85m 이하, 장선 방향 1.5m 이하로 설치해야 하며, 적재하중은 400kg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띠장의 수직 간격은 2.0m 이하로 해야 하고, 전용 클램프를 이용해 견고하게 체결해야 한다. 작업발판은 틈 간격 3cm 이하로 설치하고, 반드시 2개 이상의 지지물에 고정해야 하며, 끝단은 10~20cm만 돌출되도록 해야 한다. 추락 위험이 있는 작업발판 끝에는 높이 90~120cm의 안전난간을 설치해야 한다.
다섯째, 정기 점검과 보수가 필수적이다. 비, 눈 등으로 작업을 중단했거나 비계를 해체·변경한 뒤에는 반드시 발판의 손상, 클램프 풀림 여부, 기둥 침하 상태 등을 점검하고 이상 발견 시 즉시 보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체 작업 시에도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 해체 계획서를 작성해 근로자에게 충분히 알리고, 반드시 2명 이상이 공동작업으로 진행해야 한다. 또한 해체 과정에서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서는 안전대를 착용하고, 벽이음과 가새는 마지막에 해체해야 한다.
일본, 비계 붕괴 후 안전대책 강화
지난 1월 일본 히로시마현의 한 고속도로 교량 건설현장에서 강관비계가 무너져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국은 구조적 안전성 미확보를 원인으로 보고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고 이후 일본 정부와 업계는 재발 방지를 위해 추락재해 방지 대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후생노동성(MHLW)은 이미 제정해둔 두 가지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적극 적용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하나는 표준 비계 조립 지침, 다른 하나는 비계 조립 시 난간을 먼저 설치하는 ‘난간 선행 공법(手すり先行工法)’ 지침이다. 이 가운데 공정 개선 지침은 현장에서 빠르게 보급돼 추락사고 감소에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난간 선행 공법 역시 전용 자재 개발과 함께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한 일본 비계공업회와 전문기업들은 난간·사다리 일체형 프레임, 자동 난간 설치 시스템비계 등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2중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추락방지망 설치, 비계 조립 전후 안정성 점검을 강화하면서 실질적인 안전관리를 추진 중이다.
이러한 종합대책 덕분에 일본의 건설현장 추락사망 사고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비계 작업의 안전수칙 준수가 현장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번 히로시마 사고는 다시 한 번 기본 원칙의 철저한 이행과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구미 학교 증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비계 추락 사망사고와 같이 유사한 재해가 반복되고 있다. 일본의 사례처럼 난간 선행 공법 도입, 안전벨트 이중착용 의무화, 시스템비계 개발 및 보급과 같은 제도적·기술적 대책을 적극 도입한다면, 현장의 안전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