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고] 중대재해 줄이기, 공포 아닌 신뢰 기반 안전문화가 해법

2025-08-14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편집국
ⓒ이미지-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생성 책임자: 김희경), ChatGPT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8월 4일, 포스코이앤씨에서 또다시 중대재해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만 벌써 네 번째다. 참담한 죽음이 반복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휴가 중임에도 긴급히 “건설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를 포함한 초강수를 지시했다. 대통령의 분노는 충분히 공감된다. 매년 산업현장에서 700명이 넘는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현실은 분명 비정상적이며, 구조적 대수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처벌 일변도의 접근만으로 ‘안전한 일터’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정부의 대응은 강력하다. 건설사 면허 취소, 공공입찰 배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은 ‘공포’를 통해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제재가 구조적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정책 방향은 근본적인 안전문화 성숙을 위한 대화보다는 일방적 경고와 처벌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한 처벌인가

산업재해는 한 기업의 태만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사고 발생 → 조사 → 처벌’이라는 과정에는 현장 관리자, 원청·하청 구조, 불합리한 납기와 단가, 무리한 작업 관행, 느슨한 감독 체계가 얽혀 있다. 그러나 정부는 사고 때마다 기업에만 법적·사회적 책임을 집중시키는 방식을 택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여론을 달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현장을 위축시킨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다수 중소·중견 기업들이 과도한 법적 책임과 불명확한 기준에 부담을 느껴 사업을 포기하거나, 하도급에 안전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늘었다. 그 결과 안전은 ‘비용’이 되었고, ‘면피’가 되었으며, 실질적 안전 투자는 줄어드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

 

 

안전은 시스템, 책임은 공동의 몫

“일하다 죽지 않게 하자”는 당연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여전히 안전을 ‘누군가의 책임’으로만 여기는 사고방식 때문이다. 안전은 처벌이 아닌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사업주는 법을 준수할 책임이 있고, 노동자는 현장 규율을 지킬 의무가 있으며, 정부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설계·감독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조합원 보호를 넘어 현장 안전 강화에 기여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 또한 감독 공백을 메워야 한다. 이런 공동 안전책임 체계가 정립되지 않는다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영국의 ‘세이프티 리더십’(Safety Leadership)은 관리자뿐 아니라 근로자 모두가 주체가 되어 안전을 논의하고 실천하는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단순 교육을 넘어 근로자가 직접 참여하는 워크숍, 토론, 제안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안전에 대한 투자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할 수 있도록 세제 감면, 평가 우대, 안전 등급제 등 실효성 있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에 집중된 안전 감독을 지자체와 협력해 분담하고, 지역 산업 특성에 맞춘 ‘생활형 안전관리’ 모델을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원청과 하청이 실질적인 공동 책임을 지도록 예방 활동의 실적과 참여도를 평가와 제재에 반영해야 한다. 노동조합 역시 문제 제기에만 그치지 않고, 현장 안전 감시, 교육 참여, 제도 개선 등 생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 목소리 아닌, 함께 움직이는 손

안전은 지시와 처벌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동의 가치로 존중받고, 일상 속에서 체화될 때 비로소 실현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산업재해 줄이기’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 서 있다. 그러나 단기적 처벌 강화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신뢰와 협력으로 만들어가는 ‘안전 리더십’이다.

 

‘일터의 죽음’을 멈추기 위해, 이제는 ‘한 목소리’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손’이 필요하다.

 

※ 기고자: 조성웅 교수(오산대학교 안전보건관리과 겸임교수)
現 주식회사 블루그린 안전환경 담당 이사
前 기아자동차 안전환경관리부장
국가화재안전 진단 수행 (방재청)
육군 군사시설 안전진단 수행 (국방부 육군본부)
국가기술자격 출제 및 검토위원 (한국산업인력공단)
VR 안전교육 교재 평가 심사위원/위원장 (안전보건공단)
가스안전관리 학습모듈 검토위원 (한국에너지기술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