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전문가되기 77부 - 침수 피해 키운 칸막이 행정…시설 통합 필요하다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최근 이상기온으로 인한 폭우가 빚어낸 침수 피해는 시설물 관리 일원화의 절실함을 다시금 일깨운다.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는 빗물 처리에 있어 하수관로는 A부서가, 빗물펌프장은 B부서가, 수문은 C부서가 담당하는 식으로 다원화된 체계가 비일비재하다.
사고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마땅히 그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러하지 못한다. 이렇듯 관리 부서가 나뉘어 있으니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전가하기에 급급하다.
이번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하천의 외수위가 상승하여 수문을 폐쇄했으나, 빗물펌프장은 수 시간 뒤에야 가동되어 침수 피해를 초래한 사례가 있다. 반대로 수문을 적시에 닫지 않아 하천수가 역류하며 피해를 증폭시킨 경우도 존재한다. 이 모든 사태는 수문과 빗물펌프장 관리 부서가 상이하여 발생한 비극이다.
“담당자가 변경되어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했다”는 변명이 들려온다. 심지어 “우리는 매뉴얼대로 했는데 왜 우리에게 질책하느냐”는 항변도 존재한다.
또한 다음과 같은 사례도 있다. 주거지역은 침수되었으나, 하류의 빗물펌프장은 끝내 가동되지 않았다. 한쪽에서는 “빗물펌프장을 조기에 가동하지 않아 주거지역이 침수되었다”고 주장한다. 반대편에서는 “어불성설이다! 빗물펌프장에는 물이 유입되지도 않았다”고 반박한다.
하수관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초래된 사태인지, 아니면 빗물펌프장을 적시에 가동하지 않아 발생한 일인지, 그 진실을 알 길이 없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남는다. 이러한 양상은 언제나 반복된다.
더욱 참담한 현실도 존재한다. 빗물펌프장 자체가 전혀 가동되지 않은 곳이 있다. 전력 공급이 중단된 곳, 심지어 펌프가 고장 나 방치된 곳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우기철이 도래하기 전 자체 점검을 통해 정상 가동 여부를 확인하고, 고장 난 기계는 사전에 수리를 완료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예산은 즉시 집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단순히 그들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근래 들어 지방자치단체마다 빗물펌프장 숫자가 증가한다. 현재도 도심 침수 예방 사업, 중점 관리 지역 하수도 정비 사업, 자연재해 위험 개선 지구 정비 사업을 통해 그 수는 계속해서 증가 추세에 있다.
과연 시설 수 증가에 비례하여 운영 인력 또한 확충되는지 의문이 든다. 시설의 수가 증가하면 그에 상응하는 운영 인력 또한 증대되어야 마땅하다. 혹여 운영 인력의 부족 또는 전문성 결여 등으로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정보통신 기술이 진보한다 한들, 결국 시설 운영은 인간의 몫이다. 운영자는 전문성과 책임성을 겸비해야 한다. 또한, 시설 운영에 필요한 충분한 인력이 배치되고, 그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는 동일한 빗물의 처리에 대해서는 시설 운영이 반드시 일원화되어야 한다. 하수관로, 수문, 빗물펌프장을 하나의 조직에서 통합 관리해야 의사소통 오류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여 그 근본 원인을 찾아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http://blog.naver.com/avt17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