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이면의 저성능 보호... 나노기술 근로자는 안전한가?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기술은 앞서 나가고 있지만, 안전은 여전히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나노기술은 이미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응용 범위는 전자, 바이오, 소재산업 등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100나노미터 이하 크기의 초미세 입자들은 기존 물질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체에 작용할 수 있어, 특히 생산 및 취급 과정에 노출되는 근로자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이러한 잠재적 위해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나노소재는 명확한 노출 기준 없이 다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은 이러한 우려에 대응하여 나노물질을 취급하는 산업현장에서의 안전 확보를 위한 ‘설계 기반 예방전략(Prevention Through Design, PtD)’과 구체적인 환기 및 보호조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또한 2012년 안전보건공단이 ‘나노물질 제조·취급 근로자 안전보건에 관한 기술지침’을 제정하여, 나노물질의 특성과 공정에 따른 노출 평가 및 통제 절차를 체계화했다.
나노물질의 노출 위험과 권고 기준
탄소나노튜브(CNT) 및 나노섬유(CNF)
Shvedova et al의 실험동물 연구에 따르면, CNT와 CNF의 흡입 노출은 폐 염증, 섬유화 등 호흡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인간에게도 유사한 위험을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NIOSH는 호흡 가능한 탄소 기준 1µg/m³ (8시간 TWA) 이하로 근로자 노출을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도 해당 물질에 대해 유사한 기준을 적용해 노출을 최소화할 것을 권장하며, 작업환경관리를 위해 동물 기관지 폐포 세척액의 호중구 수 증가를 근거로 탄소나노튜브의 노출농도 기준을 10µg/m³로 제안했다.
나노 이산화티타늄 (TiO₂)
NIOSH는 나노 크기의 TiO₂에 대해 0.3mg/m³ (10시간 TWA)의 노출 제한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일반 이산화티타늄의 규제치는 10mg/m³로 설정되어 있으나, 나노 이산화티타늄를 위한 별도의 기준이나 권고 수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
근로자 보호를 위한 실제적 통제 전략
설계 중심 예방 (Prevention Through Design, PtD)
NIOSH는 나노 물질 취급 단계에서 설계 자체에 안전 요소를 통합하여 노출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거나 대체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기술지침도 이에 발맞춰 공정 설계 단계에서의 밀폐, 자동화, 음압 구조 설계 등을 핵심 안전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국소배기장치
건식 분말을 다루는 공정에서는 후드, 글러브박스, 생물안전 캐비닛(BSC) 등 밀폐된 환기 시스템을 활용해야 하며, 국소배기장치의 적절한 설치 및 외부 배출 처리를 필수 요소로 명시하고 있다. NIOSH는 일반적으로 80–100 fpm의 유입속도를 권장하며, 고독성 물질의 경우100–120 fpm을 유지하되, 150 fpm 이상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내 노출평가 절차와 관리체계
한국의 기술지침은 다음과 같은 체계적 절차를 통해 나노 물질 노출을 관리하도록 안내한다.
1. 공정 및 노출 경로 파악
2. 정성·정량적 노출 평가
3. NIOSH 등 국제 권고기준과 비교
4. 저감 조치 수립 및 시행
5. 결과 기록 및 정기 재평가
또한, 컨트롤 밴딩(Control Banding) 접근법을 도입해, 독성 자료가 부족한 물질도 취급 가능성을 기반으로 위험 수준을 예측하고 통제 수단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한다.
나노 물질은 현대 산업의 핵심이자 동시에 새로운 유형의 직업병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미국 NIOSH의 권고 기준과 한국 산업안전보건공단의 기술지침은 이러한 위험에 대해 단편적인 조치가 아닌 설계 단계부터의 예방 전략과 공정 맞춤형 통제체계 수립을 통해 근로자 보호의 선제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한국 산업계는 이 지침들을 현실적으로 적용하여, 나노기술의 발전과 근로자 보호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