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소홀하면 대출도 막힌다…중대재해, 기업 신용평가 기준될까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정부는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대출 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 등 금융 제재를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 중이다. 이는 산업재해 예방 체계의 강화를 유도하려는 정책 의도지만, 이제 안전 문제는 단순 현장 관리 차원을 넘어서 경영 전반의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자금 조달 전략에 안전 투자가 직접 연결되는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1일, 금융감독원·은행연합회·시중은행·제2금융권 여신 담당자들과 함께 중대재해 발생 기업의 여신 평가 체계 개선 방안을 비공개 회의에서 논의했다. 이는 7월 29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국무회의에서 "중대한 사고가 나면 ESG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할 것"을 보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이다.
현행 은행권 여신심사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 항목으로 두고 있지만, 중대재해 발생 여부가 대출 금리나 한도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금융당국은 지금 “강제 규정보다는 가이드라인 중심의 자율 규제”를 통해 감점 항목을 신설하거나 ESG 내 평가 요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며, 은행연합회 차원의 모범규준 반영 가능성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특히 ESG 평가의 ‘사회’ 부문 내 비재무적 요소로서 중대재해 이력을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재무 상태가 양호한 기업이라도 중대재해 이력이 있을 경우 신용등급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자본 접근성 측면에서 중소·중견기업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금융당국은 기업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제출하는 경우, 감점을 일부 유예하거나 완화하는 유연한 운용 방안도 검토 중인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별 특성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안전 설비 투자 및 재해 예방 활동에 성과를 낸 기업에는 대출 한도 확대 또는 금리 우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이 역시 경영진의 안전 투자 전략이 향후 금융 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는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범정부 중대재해 대응 태스크포스(TF)와 협력해, 올해 안에 여신 평가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간 기업에서 안전관리는 투자보다 단순 비용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는데, 이번 대출 제약 정책 논의는 안전관리가 ‘금융 신용의 핵심 요건’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고 이력이 있는 기업에는 자금조달에 실질적 제약이 따를 수 있는 만큼, 단순히 현장의 안전관리 실무자뿐 아니라 경영진도 안전에 대한 인식과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안전 성과가 명확히 반영되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평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