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곧 경쟁력: 인재 유치를 위한 안전문화 구축 전략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최근 기업 채용 환경은 한층 더 복잡해지고 있다. 단순히 연봉이나 복지 혜택만으로 인재를 유치할 수 없고, 기업의 조직문화와 철학까지 주요 고려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안전’은 이제 채용과 이직 결정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채용 전문 기업 에어로텍이 발표한 구직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9%가 “근로자의 안전에 중점을 두는 기업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고 응답했다. 이는 안전이 단지 규제 준수 차원을 넘어서,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직결되는 전략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한국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회사가 나를 보호할 수 있는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취업관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기대하는 ‘생산성’ 못지않게, 근로자 역시 기업으로부터 기대하는 ‘안전 보장’이 주요 의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즉, 안전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되어야 할 시점이다.
안전은 기업의 ‘평판 자산’
오늘날 구직자들은 단순히 기업의 외형적 조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근무 환경과 내부 문화를 다각도로 조사한 후 지원을 결정한다. 특히 안전에 관한 기업의 평판은 기업 선택에 있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에어로텍 설문에 따르면, 65%의 응답자가 “기업의 안전 평판이 입사 여부를 결정짓는 데 영향을 준다”고 답했고, 56%는 “입사 전 기업의 안전 정책을 사전에 조사한다”고 밝혔다.
기업은 홈페이지나 채용공고에 안전 정책을 명시함으로써 자사 안전 문화를 어필할 수 있지만, 이러한 공식 채널 외에도 전·현직자의 온라인 리뷰가 안전 평판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잡플래닛, 블라인드 등 후기 기반 플랫폼은 기업의 실제 근무환경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도구로 자리잡았으며, 안전 이슈가 반복된 기업은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우수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안전문화 구축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아무리 좋은 안전 시스템이 존재하더라도, 현장의 위험 요소를 근로자가 자유롭게 알리고 개선을 요구할 수 없다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많은 산업재해는 “문제가 있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는 상황에서 기인한다.
에어로텍 조사에서는 79%의 근로자가 “현재 직장에서 안전 문제를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고 답했으나, 이는 여전히 21%는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하청 근로자나 단기 계약직처럼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에서 소외된 집단은 안전 의견을 낼 수 있는 통로조차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기업은 다음과 같은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공식적인 의견 제시 경로 확보: 제보함, 안전 핫라인, QR코드를 통한 신고 시스템 등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고, 익명성을 보장함으로써 심리적 장벽을 낮춰야 한다.
▶ 피드백 구조화 및 가시화: 단순 제보 수집을 넘어서 접수된 의견이 어떻게 반영되고 조치되었는지를 모든 근로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
▶ 안전 리더십 육성: 조직 내 모든 관리자층은 ‘솔선수범’을 통해 안전의식을 조직 전반에 확산시켜야 하며, ‘계획→실행→피드백→개선’의PDCA 사이클을 실제로 실천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교육을 통한 ‘안전 감수성’ 증진
많은 기업들이 법정 필수 교육으로서의 안전교육만을 수행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지만, 효과적인 안전교육은 단순한 의무 이행이 아니라 기업 안전문화의 핵심 도구로 기능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근로자들에게는 ‘왜 필요한가’를 설득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실습 기반으로 체화시키는 방식이 중요하다.
이러한 교육은 다음 요소를 충족할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 직무 기반 맞춤형 교육: 건설 현장, 제조 공정, 물류 등 직군마다 다른 위험요인을 고려한 콘텐츠 구성은 필수적이다.
▶ 심리사회적 위험요소 포함: 최근에는 외상 후 스트레스(PTSD), 괴롭힘, 정서적 탈진 등 정신건강 요소도 안전 리스크로 간주되며, 이에 대한 대응 방안도 함께 다뤄야 한다.
▶ 몰입형 교육 방식 도입: VR 시뮬레이션, 위기상황 시나리오 훈련, 사례 중심의 참여형 교육이 이론 중심 강의보다 학습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정기적 교육 업데이트: 신규 장비 도입, 공정 변경, 최근 사고 사례 공유 등 변화하는 작업 환경에 따라 교육 내용도 수시로 개정되어야 하며, 모든 근로자가 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채용 전략과 안전문화의 통합
최근 많은 기업들이 채용 브랜딩 차원에서 ‘DEI(다양성 Diversity, 형평성 Equity, 포용성 Inclusion)’ 요소를 강조하듯, ‘안전제일 Safety First’ 또한 신규 채용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안전에 대한 신뢰는 기업이 근로자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안전은 이제 법적 준수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전략’이 되었다. 안전한 근무환경은 근로자의 신뢰를 얻고, 생산성을 높이며, 기업의 대외 이미지까지 강화하는 핵심 요소이다. 특히 고용 시장이 구직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 시점에서, 안전문화는 우수 인재 확보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진정한 안전문화란 단지 무재해를 의미하지 않는다. 근로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기업의 약속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그 조직은 ‘사람 중심’이라는 신뢰를 얻는다. 결국, 안전에 투자하는 기업이야말로 인재가 몰리는 조직이며,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