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와 폭염 이후… 산업현장 감염병·열사병 경고, ‘중대재해’로 번지지 않으려면?
- 렙토스피라증·열사병, 중대산업재해 해당 질환 - 질병청 “작업 후 세척·휴식·보호구 필수”…현장 안전관리 강화 당부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기록적인 집중호우에 이어 폭염까지 겹치며, 일상과 생명을 위협하는 이중 재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 복구에 나선 수해 지역 주민들과 실외 작업자들을 중심으로 감염병과 온열질환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질병관리청은 21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각종 질병 예방과 생활안전수칙 준수를 강력히 당부했다.
질병관리청 고재영 대변인은 "전국적으로 폭우 피해가 큰 만큼, 모두가 한마음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할 시기"라며 "지자체와 협력해 수해 지역의 감염병 예방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특히 침수 피해 이후에는 수인성 식중독, 접촉성 피부염, 결막염, 모기 매개 감염병 등의 발생 위험이 크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수해 복구 과정에서 신체 노출은 렙토스피라증, 안과 감염병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렙토스피라증은 동물의 소변이나 사체, 오염된 흙이나 물과 접촉 시 감염되며, 주로 농업ㆍ축산업 종사자에게서 발생한다. 실제로 맨손으로 오염된 물을 처리하던 주민이 고열과 근육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렙토스피라증 의심 진단을 받은 사례도 있다. 해당 질환은 '중대산업재해'로 분류되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사업장 내 감염 예방과 관리 의무가 강화되어 있다. 이에 따라 방호 장비 착용과 위생 관리 등 기본 수칙 준수가 법적,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수해 복구 시에는 방수 장갑, 방수복, 장화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피부에 상처가 있다면 더욱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작업 후에는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고, 노출 부위는 깨끗한 물로 씻어야 한다. 음료는 끓인 물이나 포장된 생수만 섭취하고, 음식은 반드시 가열 후 먹어야 하며, 조리 중 상처가 있다면 조리 참여를 삼가야 한다.
수해 이후 웅덩이나 고인 물로 인해 모기 서식지가 늘어나면서, 말라리아, 일본뇌염 등 모기 매개 감염병 위험도 커지고 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야외 활동 시 긴 옷과 기피제를 사용하는 등 모기 노출을 최소화해야 하며, 가정에서는 배수 정비와 방충망 점검이 필요하다. 모기 번식지를 차단하고, 임시 거주시설에서는 주기적 환기와 위생 수칙 준수로 호흡기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 발열이나 설사 등 이상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즉시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폭염 상황 역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7월 17일까지 온열질환자는 총 1582명, 사망자는 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배, 3배 증가했다. 대부분이 실외 작업 중 발생했으며,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농업 종사자, 고령층, 기저질환자 등이 주된 피해 대상이었다.
실제로 7월 8일, 경북 구미의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의 20대 하청 노동자가 첫 출근날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발견 당시 그의 체온은 40.2도였으며, 구미의 낮 기온은 37.2도에 달했다. 또한 7월 4일에는 경북 의성군에서 90대 여성이 밭일을 하던 중 쓰러져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체온은 41도였으며,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된다.
또한 7월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인천, 서울, 연천 등지에서 택배 노동자 3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7월 4일 인천에서는 분류 작업 후 차량에서 의식을 잃고 발견됐으며, 7월 7일 서울 역삼동에서는 구토 증상을 보이다가 쓰러져 사망했다. 7월 8일에는 연천에서 퇴근 후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들 모두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폭염과 과중한 업무가 건강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 그늘, 휴식'의 3대 수칙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외부 활동은 오전이나 늦은 오후로 조정하고, 12시에서 17시 사이에는 실외 작업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공사장이나 논밭 등 장시간 햇볕에 노출되는 작업장은 2시간마다 20분 이상 그늘에서 쉬어야 하며,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병행해야 한다. 식염과 전해질 보충과 자외선 차단도 필수다.
당국은 수해 및 폭염 대응을 위해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응급의료기관과 협조해 질환 의심자 발생 시 즉시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감염병과 온열질환은 예측이 가능한 재난"이라며 "작은 실천이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