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자전거도로 정비현장서 발생한 굴착기 협착 사고

2025-08-04     김현승 대학생 기자
ⓒ중대재해사이렌/출처-고용노동부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7월 14일 오후 4시경, 대구광역시 북구 칠성동 자전거도로 정비공사 현장에서 굴착기 유도 작업을 하던 70대 일용직 노동자 A씨가 기계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A씨는 굴착기 전방에서 유도 작업 중이었으며, 굴착기가 전진하던 중 A씨가 넘어진 뒤 그대로 협착돼 현장에서 숨졌다. 해당 현장은 북구청이 발주한 공사로, 시공사는 상시근로자 4명 규모의 소규모 건설업체였다.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는 현장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업체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반복되는 굴착기 사고, 발생 원인은?

ⓒ건설기계 산업재해 사망자 수/출처- 산업안전보건공단(건설기계 운전자 안전작업 가이드)

굴착기는 선택 작업 장치(attachment)를 통해 토사 운반·적재, 해체, 정리 등 다양한 작업이 가능해 건설현장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2018년 기준 굴착기 등록대수는 150,573대로 전체 건설기계의 30%를 차지한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굴착기로 인한 사망자는 121명으로, 건설기계 중 가장 많았다.

 

사고 유형으로는 지반 침하로 인한 전도, 운전자의 사각지대에서의 충돌, 퀵커플러의 부적절한 결속으로 인한 버킷 낙하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특히 퀵커플러의 안전핀 미체결은 작업자 협착사고로 이어지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굴착기의 구조와 작동원리, 위험요소에 대한 사전 이해와 교육이 필수적이다.

 

해당 사고의 원인은 유도자와 운전자의 시야 단절, 유도자의 위치 선정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차량계 건설기계 운행 시 유도자 배치는 필수적이나, 유도자가 운전자의 사각지대에 위치하거나 양방향 소통 체계(무전기, 수신호 등)가 부재할 경우 사고 위험은 크게 높아진다.

 

특히 고령 노동자가 유도작업을 단독으로 수행한 점도 주요 위험요인으로 지적됐다. 고령자는 균형 감각과 반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으며, 낙상이나 협착과 같은 이차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또한, 해당 업체는 상시근로자 수가 5인 미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은 아니나, 고위험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안전감시자 없이 유도자 단독으로 작업을 수행하게 한 점에서 현장 관리 체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굴착기 작업중 위험요인 및 안전대책/출처-산업안전보건공단

KOSHA GUIDE D-C-4-2025 『굴착기 안전보건작업 기술지원규정』에 따르면, 굴착기 작업 전에는 반드시 ▲작업계획서를 수립하고 ▲유도자와 운전자의 신호체계를 명확히 정의해야 하며 ▲퀵커플러의 잠금 상태 ▲후방카메라와 경보장치 ▲좌석안전띠 등 안전장치 작동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또한 굴착기의 작업반경 내 출입 통제를 실시하고, 시야 확보가 어려운 경우에는 유도자의 신호에 따라 운행하도록 규정돼 있다.

 

 

굴착기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 강화 필요

굴착기로 인한 협착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도자와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전제로 한 작업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유도자는 반드시 운전자가 직접 시야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하며, 사각지대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작업 시작 전에는 유도자와 운전자가 동선과 수신호 체계를 충분히 공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고령 노동자가 유도자로 투입될 경우에는 균형 유지 장비와 같은 보조 도구를 제공하고, 단독 작업이 아닌 2인 1조 배치를 통해 사고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 아울러 굴착기에는 경고음 장치와 자동 감지 센서를 비롯한 안전보조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굴착기 안전작업 체크리스트/출처- 산업안전보건공단(건설기계 운전자 안전작업 가이드)

특히 일반 작업자와 건설기계가 혼재하는 현장에서는 물리적 차단구역을 설치해 작업 공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모든 굴착기 작업 전후에는 점검 항목이 정리된 안전점검 체크리스트를 활용한 사전 예방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해외는 기술로 막는 굴착기 사고, 국내 현장은 얼마나 준비됐나

일본의 건설기계 업체인 Komatsu는 굴착기 주변의 사람을 자동으로 감지해 충돌을 막는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2019년 말 출시한 20톤급 굴착기(모델 PC200-11)에 표준 장비로 탑재했다. 해당 “KomVision 인체감지·충돌방지 시스템”은 굴착기 본체에 장착된 전방위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작업구역 내 사람이나 근로자를 식별한다. 굴착기가 주행이나 선회 중 근처에 사람을 감지하면 알람을 울리고 기계를 즉시 정지시켜, 운전자 시야 사각지대의 근로자 협착 사고를 자동으로 예방한다.

 

예를 들어 굴착기 회전 반경 안에 인체가 포착되면 붐(Boom)이나 상부 선회가 멈춰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며, 저속 주행 중이라도 근로자가 가까이 있으면 자동 정지되어 사람과 충돌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이 시스템은 기존 조종사가 수동으로 주변을 확인해야 했던 한계를 보완해, 중장비와 근로자 간 충돌·끼임 사고를 기술적으로 원천 차단할 수 있다. Komatsu는 이 기술을 일본 내 다른 모델(12~40톤급)에도 확대 적용 중이며, 기존 보급된 장비에 대해서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및 카메라 장착을 통해 레트로핏(retrofit)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 기반의 충돌 방지 시스템은 현장 근로자의 안전 확보에 실질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 국내 건설현장에서도 유사한 감지 시스템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령 노동자의 작업 비중이 높은 환경에서는 자동 정지 기능이나 시야 보조 장비 등 기술 기반의 안전 장치 확대가 반복되는 굴착기 사고를 예방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 참고자료
1.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2025). 굴착기 안전보건작업 기술지원규정 (KOSHA GUIDE D - C - 4 - 2025).
2.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2020). 건설기계 운전자 안전작업 가이드
3. Komatsu. https://www.komatsu.jp/ja. KomVision Human Detection & Collision Mitigation System 소개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