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계양구의 한 맨홀서 오수관로 측량 작업 중 질식 사고 발생

침묵 속에서 퍼지는 가스… 맨홀 아래, 또 한 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2025-08-19     남인주 대학생 기자
ⓒ중대재해사이렌/출처-고용노동부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7월 6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의 한 맨홀에서 측량 작업을 수행 중이던 근로자 한 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다. 구조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안타깝게도 숨졌다. 사인은 유해가스에 의한 질식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은 지하 밀폐공간으로, 일반적으로 공기 흐름이 제한돼 산소 결핍 또는 유해가스 축적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특히 맨홀 내부는 작업 중 황화수소(H₂S), 메탄(CH₄) 등 유해가스가 발생할 수 있어, 관련 법령에 따라 작업 전 농도 측정 및 환기, 감시인 배치 등의 조치가 요구된다.

 

 

최근 10년간, 밀폐공간 질식사고 155건… 사망자만 126명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질식사고는 총 155건, 재해자 298명 중 12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맨홀(33명), 정화조·폐수조(67명), 축분처리시설(19명) 등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 중 5월에서 8월 사이 발생한 사고가 다수를 차지하며, 여름철이 특히 취약한 시기임을 방증한다.

 

문제는 단지 작업자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질식사고 발생 후 구조를 시도하다 사망하거나 다친 근로자도 74명(전체의 25%)에 달한다. 이는 질식사고가 1차 사고로 끝나지 않고 2차 피해까지 동반하는 고위험 재해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용노동부 ‘질식재해 예방 가이드’, 2025

 

 

여름철, 밀폐공간 질식사고가 늘어나는 이유

기온이 오르는 여름철에는 밀폐공간 내부 온도와 습도가 함께 상승하면서 유기물의 부패와 가스 발생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다. 이때 황화수소(H₂S), 메탄(CH₄), 암모니아(NH₃) 등의 유해가스가 농축되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 환기가 어려운 지하 구조나 밀폐 공간일수록 산소 결핍과 유해가스 중독 위험이 동시에 높아진다.

 

안전보건공단이 분류한 질식재해 고위험 장소에는 정화조, 하수처리장, 분뇨탱크, 식품발효 저장소, 보일러 내부, 바지선 탱크, 콘크리트 양생장소, 지하 피트 등 업종을 불문하고 다양한 공간이 포함된다.


이들 장소는 모두 외부 공기와 단절되어 있고, 내부에서 가스가 자연적으로 발생하거나 외부에서 유입될 수 있는 구조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밀폐공간 질식재해예방 안전작업 가이드

 

 

작업 전 - 산소·유해가스 농도 측정,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준비

밀폐공간에서의 작업은 반드시 적정 공기 상태를 확보한 뒤 시작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따르면, 산소는 18~23.5%, 황화수소는 10ppm 이하, 일산화탄소는 30ppm 이하, 이산화탄소는 1.5% 미만이어야 안전하다.

 

작업 시작 전뿐 아니라 작업 중지 후 재개 시, 그리고 작업 도중에도 수시로 농도를 측정해야 한다. 특히 가연성 가스가 있는 경우는 하한폭발농도(LFL)의 10% 이내여야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측정은 반드시 숙련된 인력이 적절한 장비를 이용해 수행해야 하며, 무선가스센서 등 최신 장비를 통한 실시간 감시 시스템 도입도 권장된다.

 

 

작업 중 - 환기 장치가 없으면, 생존 가능성도 없다

밀폐공간 내 공기를 정화하는 환기는 생명을 지키는 결정적인 안전조치다.
작업 전에는 반드시 외부 공기를 충분히 유입시켜 공기 상태를 안정화시켜야 하며, 작업 중에도 유해가스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환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특히 오·폐수처리장, 맨홀, 축분탱크처럼 유기물이 분해되며 황화수소가 다량 발생하는 작업장에서는 강제 배기 장치 사용이 필수적이다.
환기량은 작업공간 체적의 40% 이상, 정압 40mmAq 이상을 기준으로 하며, 댐퍼가 있는 환풍기보다는 방폭형 장비 사용이 권장된다.

 

 

2차 사고 방지 위해 감시인과 보호 장비 필수

 질식재해의 25%는 구조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통계가 있다.
사고자를 구하려다 2차 피해자가 나오는 경우로, 이는 구조 절차의 미비와 보호장비 미착용이 원인이다.
따라서 감시인은 구조자에게 송기마스크를 포함한 보호장비를 전달하고, 구조자는 가스측정기를 휴대한 채 투입돼야 한다.

 

정상적인 구조를 위해서는 구명줄과 통신 장비, 탈출 보조기구를 갖추고 사전 구조 훈련을 이수한 감시인이 대응해야 하며, 일반 동료의 즉흥적인 구조 투입은 절대 금지다.

 

 

유해가스 작업장, 이산화탄소 소화설비는 필수

밀폐공간 내 유해가스는 폭발 위험도 높다. 특히 전기장비가 있는 지하실이나 배관 내 공간은 화재 시 소화기가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계 소화설비를 갖춰야 한다.

소화기는 손쉽게 꺼낼 수 있는 위치에 비치하고, 훈련받은 인력이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산화탄소계 소화설비는 통풍이 불량한 구조에서도 화재 초기 진압이 가능해, 전기 화재나 유증기 화재 대응에 적합하다.
관련 법령에 따라 방호구역에 출입하는 모든 근로자는 적정 교육을 이수하고, 비상 대피 절차도 숙지해야 한다.

 

 

One-Call 서비스, 밀폐공간 사고를 막는 가장 확실한 시작

ⓒ안전보건공단, 『찾아가는 질식재해예방 원콜 서비스』 안내자료 (2025)

한편,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이를 막기 위해 ‘찾아가는 질식재해예방 원콜(One-Call)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실시하기 전, 전문가가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측정자 양성과 교육 ▲가스 측정 장비 대여 및 사용법 안내 ▲가스농도 측정 시연 ▲기술지도(밀폐공간 발굴 등)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종합 서비스다.

 

서비스는 작업 예정일 3일 전까지 1644-8595로 전화하거나 QR코드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이후 공단 전문가가 현장에 방문해 교육과 기술지도를 진행하고, 필요한 경우 장비도 회수해 간다. 가스측정기나 송기마스크와 같은 안전 장비가 부족한 소규모 사업장이나 질식 고위험 작업을 처음 수행하는 현장에서는 특히 유용하게 활용가능하다.

 

※이 기사는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의 밀폐공간 질식재해예방 안전작업 가이드 등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