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하수관 공사 중 토사 붕괴…1명 숨져
노후 하수관 교체 공사 현장서 흙더미 무너져 인부 2명 매몰…안전조치 미흡 여부 수사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노후 하수관 교체 작업 도중 쌓아둔 흙더미가 무너져 작업자 2명이 매몰되고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관리 부실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남구와 경찰,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13일 오후 1시쯤 은마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 인근에서 발생했다. 당시 1.5m 깊이의 굴착부에서 하수관 교체 작업을 하던 60대 남성 A씨가 갑자기 무너진 토사에 깔려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지만 병원으로 옮겨진 뒤 끝내 숨졌다. 함께 매몰된 50대 남성은 다행히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공사는 노후 하수관을 교체하기 위한 유지보수 작업으로 지난 11일부터 진행됐다. 현장 목격자들은 “지반 아래 흙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쌓여 있던 2m 높이 흙더미도 잇따라 허물어졌다”며 “흙더미를 막아줄 판막이 같은 시설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초기 조사에 따르면 토사 붕괴를 막기 위한 흙막이 시설이나 안전한 굴착 기울기 확보 같은 기본 안전조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공사 관리자 등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공사계획 수립 및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수사 중이다.
안전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배경에 대해 수직 굴착 방식, 굴착부 배면 인근의 무분별한 토사 적재, 빗물이나 하수에 젖은 토질 등 복합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굴착공사는 붕괴 방지를 위해 안전한 경사면 확보나 흙막이 지보공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으며, 사전 조사와 위험성 평가, 작업지휘자 배치 등이 필수다.
비슷한 유형의 사고는 과거에도 반복됐다. 2020년 11월 인천의 한 배수관 교체 공사 현장에서도 굴착부 인근에 쌓아둔 토사가 무너져 작업자 2명이 매몰돼 1명이 사망했다. 당시에도 안전한 기울기 미확보와 임시 흙막이 미설치가 직접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후 관련 업체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지만, 유지보수 공사 현장은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안전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사업주와 관리감독자, 근로자 모두의 단계별 안전수칙 준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공사 전 지질과 토질, 함수 상태를 철저히 조사하고, 굴착부 인근 토사 적재는 최소한의 안전 거리를 확보해 배치해야 한다. 관리감독자는 사전 위험성 평가와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를 통해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작업자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근로자 역시 붕괴 징후를 즉시 보고하고, 이상 발생 시 작업을 즉각 중지할 수 있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조사하고,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형사 처벌과 함께 현장 개선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 소규모 유지보수 공사 현장의 안전 실태를 긴급 점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