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고] 건설 안전,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해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통계 현황에 따르면, 건설업을 제외한 중소 취약 업종에서 사고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정부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고 사망자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이는 정책의 효과라기보다는 경기 불황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건설 산업은 매년 반복되는 안전사고와 구조적 문제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수십 년간 산업 안전과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할 만한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 건설 근로자들의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으며,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왜 이러한 문제가 지속되는 것일까? 정부 관계 기관에서는 건설 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시행했지만,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 없이 기존의 방식만 반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안전 점검 강화, 벌칙 부과, 공공 입찰 가점 부여 등의 정책은 과거에도 도입되었지만 실질적인 사고 감소 효과는 미미했다. 더욱이 부상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사고 예방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제도 개선 없이 안전 문화는 없다
건설 안전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도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현장에서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법과 규정을 도입하더라도 기대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안전 관리의 책임을 현장 근로자에게만 떠넘기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주로 하청업체와 근로자가 책임을 지는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하지만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동등한 책임을 지고, 실질적인 안전 관리를 함께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의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실질적인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의 안전 인센티브 제도는 대형 건설사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중소 건설사나 하청업체가 혜택을 받기 어렵다. 정부는 안전 관리를 철저히 수행하는 기업에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모범 사례를 산업 전반에 확산해야 한다.
셋째, 처벌 강화와 함께 실질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고 발생 후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사고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감시 및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며, 형식적인 안전 점검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질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 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건설 산업의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법정 의무 교육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현재의 건설 안전 교육은 이론 중심의 주입식 방식이며, 정해진 교육 시간을 채우는 데만 집중되어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현장 적용이 어렵고, 단순한 의무 이행에 그치게 된다. 이제는 교육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첫째, 실습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의 이론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실습형 교육이 필요하다. 건설 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체험형 안전 교육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교육 시간도 교육 내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 대상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현재 안전 교육은 주로 현장 근로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경영진과 관리자도 반드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 특히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협업을 강화하고, 건설사 CEO 및 관리자들이 안전 문화 정착을 주도할 수 있도록 리더십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셋째, 지속적인 학습과 피드백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지속적인 평가와 보완이 이루어지는 교육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실시간 안전 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요 사고 유형을 반영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건설 근로자 기초 안전 교육을 정기적으로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기초 안전 교육을 이수한 근로자에게 직종에 맞는 보호구를 지급하여 개인별 관리를 독려하고, 건설 근로자의 자격화를 통해 안전 의식을 향상해야 한다.
넷째, 교육을 형식적인 절차가 아닌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건설 안전 교육은 단순한 법적 의무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안전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안전을 당연한 가치로 인식하고, 건설업 종사자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안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이제는 제대로 변화해야 한다
건설 산업에서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현재의 정책은 단기적인 처방에 머물러 있고, 근본적인 변화 없이 기존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처벌이나 형식적인 안전 점검이 아니라, 제도적 개선과 교육 체계 개편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음이다.” 이라고 말했다.
건설 산업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해야 한다. 안전 교육 체계의 변화 없이는 산업의 안전 문화도 개선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건설 안전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