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등 남부 122년 만의 기록적 폭우… 밤사이 공사장 자재 유실·수목 쓰러짐 등 피해 잇따라
- 시간당 61mm 넘는 폭우에 일부 지역 호우주의보… 정부 “우수관 등 사전 관리 중요”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오늘 오전 부산과 남부 지역에 122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일부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유지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비는 고온 다습한 공기와 저기압, 부산의 해안 지형이 겹치며 발생했으며, 낮까지 강한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시간당 61mm 기록… 122년 만의 최대치
부산은 오늘 오전 0시 4분부터 1시간 동안 61.2mm의 비가 쏟아지며 1904년 근대 기상 관측 이후 6월 기준 시간당 강수량 신기록을 세웠다. 오전 8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126.6mm를 기록했다. 경남 남해안과 제주도에서도 전날부터 100mm 넘는 비가 이어졌고, 여수·포항·경주·안동 등지에는 호우주의보가 계속되고 있다.
짧은 시간에 강한 비가 집중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침수와 강풍 피해가 동시에 발생했다. 이번 폭우는 낮까지 계속된 뒤 점차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남부 지역 주민과 현장 관리자는 안전사고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밤사이 공사장 자재 유실·수목 쓰러짐 등 피해 속출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부터 8시까지 부산 전역에서 호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동시 발효되며 피해 신고가 28건 접수됐다. 빗물에 공사장 자재가 떠내려가거나 강풍에 나무가 도로로 넘어져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동구 범일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천장에서 빗물이 새어 주민들이 긴급히 대피했고, 연제구 연산동 공사장에서는 자재가 배수로를 따라 흘러내려 인근 도로가 한때 통제됐다. 같은 동네에서는 열려 있던 맨홀에 30대 여성이 빠져 경찰과 구조대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폭우로 인한 도심 안전 사각지대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경남에서도 도로에 물이 고이고 쓰러진 나무가 차량 통행을 가로막는 등 오전 6시까지 소방이 네 차례 출동해 안전조치를 벌였다. 일부 저지대 도로와 주택가는 빗물 배수가 늦어져 통행이 제한되기도 했다.
복합 기상 요인이 만든 기록적 폭우
부산 지역 폭우는 고온 다습한 기후로 대기 중 수증기가 늘어난 상황에서 남부 지방의 저기압과 해안 지형이 영향을 주며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로 이 같은 강한 비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집중되면 배수 시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재명 대통령, 우수관 등 기본 안전관리 점검 지시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폭우 이전인 지난 12일 서울 한강홍수통제소를 찾아 기후위기로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은 재해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한 복구 체계를 마련하고, 우수관 관리 등 기본 안전 관리가 소홀할 경우 관련 책임자를 문책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또한 지난해 평택 세교지하차도 침수 대응을 모범 사례로 소개하며, 현장에서 매뉴얼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피해 최소화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강남역 침수 사고와 오송 지하도 침수사고와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비해 지자체와 사업장별로 배수로와 우수관 같은 취약 시설을 평소에 점검하고, 관리 책임자를 지정해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업장과 주민 모두 철저한 사전 대비 필요
전문가들은 이번 피해를 계기로 저지대 시설물과 배수로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특히 폭우가 예보될 때는 배수로와 오수관 막힘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차수판과 배수펌프를 설치해 침수를 막아야 한다. 공사장이나 야적장 자재는 강풍에도 흩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해야 하며, 맨홀과 같은 위험 요소도 미리 점검해야 한다.
또한 작업 중지 기준과 비상 연락망을 사전에 다시 점검해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에도 근로자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