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건설현장서 근로자 11m 추락…계단 내려오다 측면으로 떨어져 중대재해 발생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경남 거제시의 한 학교 건축공사 현장에서 작업자가 11m 높이의 계단 옆으로 추락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사고는 지난 5월 26일 오후 3시 18분경, 거제시 소재 학교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40대 남성 A씨는 건물 내부 계단을 내려오던 중, 계단 측면으로 추락해 아래층 콘크리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다.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A씨가 사용한 계단은 한쪽 측면이 완전히 개방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현장은 약 500억 원 규모의 공공 발주 학교시설 건축공사로, A씨는 2차 하청 소속 노동자였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즉시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포함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추락사고 여전히 최다… 건설현장 중대재해 절반 차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건설업 사망사고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사고 사망자 276명 중 '떨어짐' 사고가 159명으로 전체의 ▲57.6%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는 ‘깔림·뒤집힘’, ‘부딪힘’, ‘물체에 맞음’ 등 타 유형의 사고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특히 떨어짐 사고는 전년 대비 ▲12.6%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단일 유형 중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이는 구조물 미완성 상태나 계단 개방부 등에서의 추락방지조치 미흡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떨어짐’ 사고는 단순 실수가 아닌 구조적 관리 부재에서 비롯된 반복된 재해로 평가되며, 계단 난간 미설치, 발끝막이 미흡, 출입통제 미실시 등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 떨어짐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정 기준에 따른 안전난간 설치는 물론, 사전 위험성평가를 통한 추락위험요소의 식별 및 대응이 필수적이다.
사고 예방의 핵심, 추락사고 방지의 출발점은?
위험성평가는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위험성평가의 실시)에 따라 사업주가 수행해야 할 법적 의무이며, 중대재해 예방의 핵심적인 수단이다. 모든 작업에 앞서 유해·위험요인을 체계적으로 식별하고 이를 제거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번 사고는 계단 측면이 개방된 작업환경에서 발생했으며, 추락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사전 위험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안전난간 설치나 추락방호망, 접근 제한 조치 등을 통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안전난간 점검항목과 위험성평가 예시에 따르면, 난간 미설치로 인한 추락 위험, 발끝막이 미설치에 따른 낙하물 위험 등 반복적인 문제 사례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상부 난간대는 바닥면으로부터 90cm 이상, 중간 난간대는 120cm 이하에 설치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규정은 단순한 권고가 아닌 법적 기준으로, 현장에서의 준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모든 건설현장에서는 구조물 설치·해체나 출입로 임시 개방과 같은 상황에 대해 사전에 위험성 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법정 기준에 부합하는 방호조치를 계획하고 적용해야 한다.
안전난간 및 추락방호망 설치 의무화 필요
영국은 2005년 ‘Work at Height Regulations’를 제정해 고소작업 중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법적 기준을 마련했다. 이 제도는 모든 고소작업에 대해 사전 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임시 안전난간·발끝막이판 등 집단 보호조치를 개인 보호구보다 우선 적용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작업자는 사전 교육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며, 비상 대응계획도 작업계획에 포함돼야 한다. 해당 규정 시행 이후, 영국 내 추락사고 사망자는 절반 이하로 감소했으며, 이는 한국 건설현장의 제도 개선 시 참고할 수 있는 사례로 평가된다.
독일은 계단 및 단차 구간에 임시 난간을 설치하고, 작업자가 접근 가능한 모든 구간에 대해 사전 3단계 점검(작업계획서 확인, 현장점검, 외부 감독)을 의무화한다. 한편, 영국의 ‘Safe Access Policy’는 출입구와 계단, 난간 등의 임시 설치 및 점검 내용을 문서화하고, 외부감독자가 이를 기준으로 실시간 현장 위험요인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3조에 따라, 계단과 통로의 개방된 측면에는 작업 초기 단계부터 규격에 맞는 안전난간을 설치해야 한다. 특히, 작업 중 임시로 난간을 해체해야 할 경우에는 추락방호망, 경고표지판, 작업자 출입 통제 등 복합적인 안전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실내 계단 시공 초기에는 난간 설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이때에도 가설형 난간이나 간이형 보호장치를 활용해 근로자의 이동 경로를 명확히 구분하고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기본적인 추락방지 조치를 소홀히 한 현장에 대해 강력한 행정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일부 공공기관 발주 건설현장에서는 ‘사전 위험성평가–실시간 점검–3단계 방호조치’ 체계를 도입해 유사 사고 예방에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추락사고 예방이 단순한 현장 관리 차원을 넘어, 설계와 계획 단계부터 구조적으로 반영돼야 함을 보여준다. 특히 계단과 고소작업 구간의 안전 확보는 초기 설계부터 면밀히 고려돼야 하며, 하청업체에 안전 책임을 전가하는 관행 또한 반드시 개선돼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