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대피 성공한 이천 화재…인명 피해 막은 대응과 우리가 배워야 할 5가지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 13일 오전 10시 29분경,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 위치한 대형 물류창고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물류센터 내부에는 당시 178명이 근무 중이었으나, 전원 대피에 성공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불은 다음 날인 14일 오후 9시 11분에 완전히 꺼졌다.
해당 물류센터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구조로 된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의 연면적 약 8만㎡ 건물로, 화재는 3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직후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차 17대와 굴착기 5대, 인력 46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섰으며, 이틀간 이어진 작업 끝에 완전 진화됐다.
3층에는 선풍기, 면도기 등 전자제품과 함께 선풍기용 리튬이온배터리가 적재돼 있었다. 소방과 경찰 당국은 “선풍기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대피자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내부 구조물에 대한 정밀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발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소방 관계자는 “경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최초 신고자가 적절히 대피를 유도했다”며 “현장 도착 당시 대부분 인원이 건물 외부로 안전하게 빠져나온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물류센터 측은 평소 주기적인 비상훈련과 대피 시나리오 교육을 시행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물류센터에서는 지난해 8월에도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에는 소규모 화재였으며, 센터 관계자가 자체 진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복되는 화재 발생은 위험물 관리와 내부 적재 환경에 대한 구조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건물의 붕괴 위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안전진단을 우선 실시하고 있으며, 이후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과 재산 피해 규모를 정밀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화재에서 배워야 할 다섯 가지 교훈
이번 화재는 단순한 재난이 아닌, 대형 사업장에서의 위기 대응과 예방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계기다. 특히 다음 다섯 가지 핵심 교훈은 모든 산업현장에서 반드시 참고되어야 한다.
첫째, 경보 시스템의 정기 점검과 작동 확인이다. 정상 작동한 경보기 덕분에 전원이 위험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고, 초기 혼란을 줄일 수 있었다.
둘째, 실전형 대피 훈련의 정례화다. 이천 사례처럼 실제와 유사한 훈련을 통해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위험물의 분리 보관과 안전관리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 리튬이온배터리는 고온·충격에 민감한 만큼 전용 구역 보관, 온도 감시, 충전상태 관리 등이 필요하다.
넷째, 건축 구조에 대한 근로자 교육이다. 과거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공사현장 화재 사고에서는 제로그라운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작업자들이 지하층에서 바로 외부로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내부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대피하다 연기에 질식해 사망한 바 있다. 구조에 대한 사전 인식 부족은 치명적 판단 착오로 이어질 수 있다.
<제로그라운드 구조, 왜 정확한 인지가 필요한가 >
“제로그라운드”란, 건물 내부의 층수와 무관하게 외부 지면과 같은 높이에 있어 곧바로 외부로 탈출할 수 있는 층을 말한다.
건축법상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대피 동선의 기준점으로 실무적으로 널리 사용된다. 특히 지형 차이가 있는 건축물에서는 2층이나 3층이 제로그라운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구조를 작업자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면, 위급 상황에서 내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야 탈출할 수 있다고 오해하거나, '1층이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해 실제 대피에 실패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소재 대학의 일부 건물은 외부와 연결된 출입구가 2층이나 3층에 있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가 출입구를 찾지 못해 당황하는 사례도 흔하다.
따라서 대피 안내문에는 "이 건물의 제로그라운드는 ○층입니다"와 같은 문구를 명확히 표기하고, 이를 포함한 층별 대피도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다섯째, 비상 구조 체계와 정보 전달 수단 확보다. 방송, 무전기, 구역별 관리자 배치, 외부 소방과의 신속한 연계 등 다중 비상 대응 시스템은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당국, 화재 원인 조사와 함께 안전 점검 확대 방침
이번 화재는 인명 피해 없이 진화됐지만, 대형 물류시설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화재라는 점에서 위험물 관리와 초기 대응 체계의 실효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발화 원인과 피해 규모에 대한 정밀 조사를 이어가는 한편, 구조적 안전성, 경보 설비 이행 여부, 대응 매뉴얼 운영 실태 등 사업장 전반에 대한 점검을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