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식혁명 7부- 위험의 소통원칙이 안전문화를 정착시킨다.

2020-11-18     김훈 자문 위원

 

조직의 의사소통 방식은

그 조직의 대표와 그 대표가 만들어내는 조직문화에 영향을 받는다. 

내가 어렸을 때 외숙부는 가죽원단을 수입하여 가죽코트를 만드는 공장을 운영했다. 가죽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 공장에는 쥐가 많았는데, 외숙부는 쥐를 잡기 위해 건빵에 쥐약을 묻히고 쥐들이 잘 먹도록 난로에 올려놓고 굽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어떤 직원이 흐뭇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외숙부는 걱정이 되어 이것은 쥐약을 묻힌 거니 절대로 먹지 말라고 했다. 그 직원은 씩 웃으면서 '알았어요.' 라고 대답했는데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직원이 그 건빵을 먹고 바닥에 뒹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먹을 것이 귀한 시절이니 그럴 만도 했다. 외숙부는 그 직원을 업고 병원으로 뛰었고, 다행히 그 직원은 큰 문제없이 퇴원할 수 있었다. 회사의 대표가 평소에 농담도 잘하고 짓궂었기 때문에 그 직원은 그것을 농담으로 받아드린 것이었다. 이른바 위험소통(risk communication)에 실패한 결과였다. 이처럼 한 조직의 의사소통 방식은 그 조직의 대표와 그 대표가 만들어내는 조직문화에 영향을 받는다. 

 

 

한국의 사회의 위계문화

 한 조직의 위계가 너무 약한 것도 문제이지만 강한 것도 문제이다. 한국의 사회의 위계문화는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건설회사의 경우 제조업보다 그 정도가 더 높은데, 이는 산업화의 과정에서 한 중심에 서 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제조업은 작업자체가 어느 정도 정형화가 되어 있는 반면에, 건설업은 수시로 설비가 설치되고 철거되며, 작업환경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타 업종에 비해 보다 많은 위험들에 노출되어있다.

 위험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환경에서 사회구성원들의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강력한 위계 문화가 존재하는 대규모 조직은 의사소통이 경직되기 쉬운 경향이 있다. 권한이 중앙집권화 되어 있기 때문에 권한의 분산과 분배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하부의 정보가 상부로 신속하게 전달되지도 않는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원청업체는 하청업체와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현장에 존재하는 위험들을 발견하고 통제하며 처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직화된 조직의 구조상 원활한 소통과 전달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각 조직간의 위험정보의 공유가 원활하지 않으며, 시간에 쫓기는 빠듯한 공기로 속도가 중요할 뿐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의사소통의 불통은 나중에 더 큰 사고를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조직에 있어서 의사소통이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갈등과, 시간 그리고 돈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위험의 발견과 처리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사소통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 우리는 인간의 소통방식이 매우 간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인간의 의사소통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사람이 말을 하면 성대의 울림이 공기를 진동시킨다. 공기의 진동은 다른 사람의 고막에 전달되고, 고막에 전달된 진동이 미소골을 진동시킨다. 미소골은 달팽이관을 진동시키고, 달팽이관의 액체가 진동하면 달팽이관의 유모세포가 흔들린다. 이때 유모세포가 열려서 이온이 이동하여 전기 신호가 발생하게 되고 이를 뇌가 인지한다. 이 복잡한 과정이 사람이 소리를 듣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는 수많은 잡음과 소음이 끼어든다. 

 

 또한 정보를 전달하는 송신자와 수신자의 전달능력과 지각능력의 차이도 발생한다. 송신자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언어. 표정. 몸짓 글 등의 다양한 형태로 부호화시킨다. 이 부호화과정에서 변조가 일어난다. 송신자에게 전달된 메세지는 감각기관에서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고, 지각과정에서 자신의 생각. 기호. 선호. 환경. 교육.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자기에게 맞게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상황이 이쯤되면 이론적으로 정확한 의사전달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림.  소리의 전달과정

 의사소통은 한 사회의 문화에도 깊은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팬더, 원숭이, 바나나가 있다. 두개씩 묶어보라 했더니 동양인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서양인은 팬더와 원숭이를 묶었다. 동양인은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는 “관계”에 주목하는 반면, 서양인은 팬더와 원숭이가 모두 포유류인 “존재”에 주목한다. 서양인들은 예로부터 우주공간이 텅 비어 있다고 생각했고, 텅 빈 공간에 떠 있는 별들은 주변과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동양인들은 우주공간은 텅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기로 가득 차 있고, 우주의 기가 모여 사물을 이룬다고 생각했다. 밀물과 썰물도 지구와 달이 서로 영향을 끼쳐 일어나는 것이라는 것을 중국인들은 이미 2500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동양인들은 위험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으려하고 주변사람의 반응에서 찾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기 때문에 실제로 위험한 상황도 주변의 사람들이 안심하고 있으면 위험하지 않다고 오판을 하게 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긴급 대피방송이 나왔지만 실제로 대피한 사람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대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다른 사람들도 대피하지 않아서 그랬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위험의 소통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좀 더 정확한 위험소통(risk communication)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 위험의 소통원칙 】
1. 위험소통 시에는 사람의 인지과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평가하지 말고 묘사해야 한다.
2. 상대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 말고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3. 상대방을 조정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솔직하게 소통해야 한다.
4. 윗사람의 입장에서 대화하기 보다는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해야 한다.
5. 문제의 답을 알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배우겠다는 입장에서 대화에 임해야 한다.

​ 사업장에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위험소통'이다.

​ 안전 선진국인 영국이 산업재해 감소를 위해 처음으로 노력한 것은 기술적. 공학적 대책이었다. 즉 설비를 안전하게 만들고, 안전장치를 붙여 위험 점을 없애는 일이었다. 어느 정도 성과는 있으나 산재율 감소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 다음 시도한 방식이 시스템적인 조치였다. 하지만 조직내부의 시스템은 외부의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 외부 환경이 급속도로 변해가는 속도를 내부 시스템이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위험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조직문화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사실 이 작업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했다. 사람의 의식은 한 순간에 갑자기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의 도요다 자동차의 경우 회사에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데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얼마나 걸릴까? 그것은 직원을 통솔하고 감독하여 작업의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경영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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