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보건지도사의 전문성 강화와 제도 정착 논의… 산업안전보건지도사협회, 보건분야 첫 학술세미나 개최

2025-05-01     김희경 안전보건 전문기자
ⓒ지난달 26일  '제 1회 (사)한국산업안전보건지도사협회 보건분야 학술세미나'가 개최됐다/사진-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고령화와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산업보건지도사의 전문성과 현장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직업건강협회 교육장에서 '제 1회 (사)한국산업안전보건지도사협회(이하 협회) 보건분야 학술세미나가 산업보건 현장의 복잡한 과제에 대응할 수 있는 실무형 지도사 양성과 역량 강화 방안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는 협회의 보건분야가 주최하였으며, 현장의 실무경험과 전문지식을 겸비한 발표자들이 강연자로 나서 실질적인 사업장의 보건관리 지식 공유와 네트워킹을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산업보건지도사의 성장과 역할 강조

ⓒ배승현 협회 부회장(협회 보건분야 회장)

배승현 협회 부회장(보건분야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세미나는 단순한 친목 행사를 넘어서 산업재해 예방의 실질적 기여를 위한 출발점”이라며 “보건지도사의 실질적인 역량을 높이고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몇 년간 협회는 산업보건지도사의 제도적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다”며, “이제는 학술적 토대를 다지고, 전문가로서 실질적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춰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분야 지도사들이 직업병 예방과 근로자 건강관리의 핵심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협회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윤희 산업안전보건지도사 협회장

조윤희 협회장은 산업보건지도사 제도의 위상 정립과 사회적 신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도사는 단순한 자격 보유자가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전문가로 기능해야 한다”며, “우리는 사회적 기대에 걸맞은 전문성과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협회는 회원 수 500여 명을 돌파하며, 보건정책 관련 국회의원, 고용노동부 등과 직접 정책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는 지도사들이 현장의 건강문제를 주도적으로 진단하고, 국가의 직업건강 정책 설계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협회의 역할을 더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양홍석 협회 명예 회장

양홍석 명예 회장(전 협회장)은 산업보건지도사 제도의 정체성과 구조적 한계를 짚으며, 단순한 개인 활동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도사 제도가 현장 실무에서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전문성의 집단화와 지속적인 활동 구조가 필요하다”며, 상법상 1인 기업 형태의 한계를 지적하고, 보건 분야 지도사들이 협업과 조직화를 통해 영향력을 확장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사회는 산업보건이라는 공적 과제를 민간전문가에게 위임하고 있지만, 이 제도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신뢰와 제도화, 그리고 조직적 기반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협회가 보건지도사의 실질적인 일터가 되고, 동료와 협력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며, 지도사 제도의 구심점 형성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주문했다.

 

 

ⓒ오세완 교수(용인대학교)

오세완 교수(용인대학교)는 산업보건지도사 제도가 처음에는 뿌리내리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출발했으나, 꾸준한 노력 끝에 현장에서 필요한 전문 인력으로서의 역할을 인정받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보건지도사 제도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존폐 위기를 넘겼지만, 지금은 명확한 필요성과 역할을 인정받고 있다”며, 현장의 반복되는 산업사고와 직업병 발생의 배경에는 예방 중심의 전문 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산업보건은 기술적인 접근을 넘어 인간 중심의 관리가 필요하며, 지도사는 제도적 공백을 메우는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건 분야의 정책이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현장과 연계된 실천 중심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산업보건지도사의 참여와 목소리가 제도권 내에서 지속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보건 혁신을 위한 엉뚱한 생각은 무엇?

대기업에서 오랫동안 안전보건관리 총괄업무를 맡고 있는 첫 발표자는 “우리는 맞는 생각만 하느라 진짜 원하는 것을 놓치고 있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현장의 위험성 평가 항목은 1만 개가 넘지만 실제로 중대재해와 관련된 항목은 200~300개 수준”이라며, SIF(Serious Injury & Fatality, 중대한 부상 및 사망) 항목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고위험 작업을 선별해 자원을 집중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업에서는 개선 비용을 회피하기 위해 위험 점수를 일부러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로 인해 위험성 평가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가 개입하여 객관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어 “플로워크숍, 게임형 평가도구, AI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 시스템 등은 경험을 간접적으로 축적하고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안전보건은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예방하기 위한 학습 체계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보건전문가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조직의 리질리언스를 설계하는 전략적 기획자 역할을 해야 하며, 지도사의 활동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령화 시대의 고혈압 예방과 관리

기승국 예방의학 전문의(홈닥터 대표원장)는 고령 근로자 증가에 따라 산업현장에서 고혈압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혈압은 냉장고나 안경처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상태”라고 비유하며, 일시적 조치보다 장기적인 생활습관 개선과 꾸준한 자가 측정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140/90mmHg 이상이면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국내외 가이드라인의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료현장에서는 이를 무시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는 의료인의 과학적 근거 부족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혈압은 스트레스나 긴장, 환경 변화 등으로 일시적으로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복 측정을 통해 평균값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령자뿐만 아니라 30~40대 젊은 층에서도 고혈압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라고도 강조했다.

 

기승국 전문의는 산업보건지도사가 고혈압 교육의 중재자 역할을 하며, 현장 맞춤형 지침 제공, 자가 측정기 보급, 병원 연계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음관리의 과학적 접근과 실무 전략

양홍석 지도사(한국안전보건연구소 대표이사, 숭실대 겸임교수)는 소음이 단순한 현상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반드시 관리 대상이며 충분히 개선 가능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소음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이는 바뀌어야 할 고정관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음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예: 레이노이즈)을 통해, 특정 작업장에서 발생한 소음이 어떤 경로로 확산되는지를 3D 모델링 기반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브라운관 초음파 재진공정 사례에서는 전면 개방된 구조를 차음판으로 가리고, 소음이 확산되는 경로에 터널형 구조를 도입하여 소음 강도를 119dB에서 85dB 수준으로 낮춘 사례도 공유됐다.

 

또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PC재질, 나무재질, 두께, 배치 각도 등에 따라 차음 효과를 예측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장 설득력이 높은 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홍석 지도사는 “보건지도사가 단순 측정기기 사용에 머물지 않고, 소음 원인을 분석하고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개선안을 설계할 수 있는 실무형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산업보건지도사의 전문성과 사회적 책임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발표자들은 산업보건이 단순한 기술 적용을 넘어, 근로자의 생명과 삶의 질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배승현 부회장은 “이번 세미나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산업보건지도사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확장을 위한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며, 향후에도 산업보건지도사들의 제도적 위상 강화와 실질적 활동 기반 마련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