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단상 - 산업현장의 깨진 유리창: 사소한 방치가 부른 안전의 붕괴

2025-04-04     윤중만 자문 위원
ⓒ[AI 생성 이미지]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생성 책임자: 김희경), Gammas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은 1982년 미국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제시한 개념으로, 사소한 무질서와 규칙 위반을 방치하면 점점 더 큰 사회적 무질서와 범죄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뉴욕시가 1990년대 이 이론을 바탕으로 경미한 범죄를 엄격히 단속하며 범죄율을 대폭 줄인 사례는 잘 알려져 있다.

 

산업현장에서도 이 이론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작은 위험 요소가 방치되면 결국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안전 문화가 서서히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산업현장의 깨진 유리창은 단순히 망가진 시설물이 아니라, 보호구 미착용, 임시방편으로 기계를 운영하는 습관, 훼손된 안전 표지판의 방치 등으로 나타난다.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용인되면 점점 더 심각한 안전 불감증이 확산되고, 결국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많은 산업현장에서 사소한 문제를 무시하는 문화가 존재하며, ‘작업의 편의성’이 ‘안전 준수’보다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 제조업 공장에서는 기계 보호 커버가 사용 중 불편하다는 이유로 제거된 채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작업자들은 이 방식을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심각한 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된다. 또한, 관리자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도 생산 효율을 이유로 이를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사소한 규정 위반이 계속되면 결국 조직 전체가 안전보다 생산성을 우선하는 문화를 조성하게 되고, 점점 더 많은 작업자들이 안전 규정을 소홀히 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산업현장의 조직 문화에 있다. 안전보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우선하는 기업에서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보다는 묵인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 제조 현장에서는 안전 장비를 착용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이를 생략하는 사례가 빈번하고, 관리자는 이러한 행동을 알고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이를 단속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작업자들은 점점 더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잃어가고, 사소한 위험조차 무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여기에 리더십의 부재까지 더해지면, 안전 문화가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하게 된다.

 

경영진이 안전을 강조하지 않으면 작업자들도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CEO가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생산성과 품질만 강조하고, 안전 점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현장의 작업자들도 안전을 후순위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기반으로 한 철저한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 작은 위험 요소라도 즉시 해결하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미국 항공 산업에서는 작은 결함도 즉시 보고하고 해결하는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사고율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일본 도요타는 ‘안전은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작업장에서 작은 결함이라도 즉각 보고하고 개선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러한 사례들은 작은 문제를 방치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깨진 유리창을 없애기 위한 실천 방안으로는 첫째, 즉각적인 위험 요소 제거가 필요하다. 기계 고장, 보호구 미착용, 누전 등 사소한 문제라도 즉시 조치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둘째,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한 형식적인 점검이 아니라, 실제 위험 요소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경영자가 직접 현장의 안전 점검에 참여하고,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넷째, 작업자 교육 및 자율적인 안전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안전은 규율이 아니라 습관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반복적인 교육과 안전 문화를 내재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리더십과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경영진과 작업자가 함께 논의하는 안전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의견을 공유하고 개선점을 논의해야 한다.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은 단 한 순간의 방심으로 무너질 수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보여주듯이, 작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이 다가온다. 하지만 반대로,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경영자와 작업자가 함께 깨진 유리창을 신속하게 수리해 나간다면, 안전한 산업현장을 구축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결국,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이다. 안전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인적·물적 피해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신뢰와 존속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깨진 유리창이 방치된 현장은 필연적으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며, 이를 예방하는 것은 단순한 규칙 준수 차원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한다. 기업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모든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산업현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되며,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실천이야말로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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