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전문가되기 71부 - MBR 공정, 수질 안정과 분리막 오염 사이의 딜레마

2025-03-31     이종탁 자문 위원
ⓒ[AI 생성 이미지]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생성 책임자: 김희경), Gammas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하수 처리 기술 중 MBR 공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는 방류 수질이 안정적이고 운영이 편리하다고 하지만, 반대쪽에서는 막 폐색 문제로 처리 성능이 떨어지고 막의 수명이 당초 계획보다 짧다고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어떤 기술이든 장점만 있을 수는 없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다. 민간 제안 사업이나 턴키 사업의 경우, 건설사들이 MBR 공정을 선호하기도 한다. 생물학적 처리 공정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미생물 플록의 침전성을 양호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침전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내 자식도 내 말을 안 듣는데, 하물며 미생물이랴. 미생물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까다롭기 그지없어 핑곗거리가 많다.

 

미생물의 침전성이 좋아야 방류 수질 기준을 준수할 수 있다. 침전성이 좋으려면 적정량의 플록 형성균과 사상균이 있어야 한다. 플록 형성균만 있어서도 안 되고, 사상균만 있어서도 안 된다. 플록 형성균이 만든 미생물 플록들을 사상균이 실처럼 연결해야 덩어리가 커지고 침전이 잘 된다.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운영 조건이 미생물에게 딱 맞아야 한다.

 

하지만 독성 물질이 유입되거나, 기온이 내려가거나, 유량이 많거나 적거나, 유입 수질이 낮거나 높거나, 생물 반응조의 공기량이 적거나 많거나, 침전지의 반송 슬러지량이 많거나 적거나 하는 등 조건이 조금만 어긋나도 미생물은 까탈스럽게 군다. 방류수 수질을 악화시킬 핑계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미생물 상태는 나빠진다. 즉, 침전성이 좋지 않은 미생물이 형성된다. 그러면 오염 물질 제거율이 나빠지고, 침전되지 않은 작은 플록이 방류수와 함께 유출되어 수질이 나빠진다. 또한, 우천 시 불명수가 많이 유입되어 유입 유량이 갑자기 증가하면 체류 시간이 감소하면서 미생물 유실과 함께 수질이 악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최종 침전지 대신 분리막을 설치하면 이러한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방류수 수질이 미생물 상태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미생물이 분리막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수질 보증 측면에서 유리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수질을 보증해야 하는 사업 제안자가 선호하는 기술이다. 방류수 수질 기준 이내에서 하수 처리장을 운영해야 하는 운영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막 폐색으로 처리 성능이 떨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운영 단계에서 막의 처리 성능이 설계값보다 훨씬 낮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화학 세정을 해도 설계값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막의 수명이 당초 계획보다 짧아지기도 한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를 겪고 있는 시설의 운영자는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물론, 모든 경우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아무 문제 없이 운영이 잘 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또한, 내구 연한이 다 된 분리막은 교체해야 하는데, 이때 큰 비용이 한꺼번에 투입되어야 한다. 하수 처리장을 설계할 때 항상 고민되는 부분은 공법 선정이다. 유입 수질, 유량 변화 패턴, 처리 수질, 공사 비용, 운영 비용, 유지 관리 측면 등을 고려하여 현장 여건에 맞는 공법을 선정해야 한다.

 

모든 일에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 현장 여건이나 사업 특성을 고려했을 때 피해야 할 공법이 있는 것이다. 즉, 오답은 피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좋은 공법이라도 설계, 시공, 운영 단계에서 어긋나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참여하는 엔지니어는 서로 소통하며 일해야 하며, 무엇보다 직업적 윤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http://blog.naver.com/avt17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