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건설안전전문가의 시선] 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 무엇이 문제였을까?
- 50미터 넘는 거리에 PSC 거더 계열인 DR 거더를 채택한 것부터가 문제 - 신기술, 신공법에 대한 안전 문제 검토하고 기술인 역량 키워야,, - 계획서대로 이행만 해도 사고는 거의 막을 수 있다.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지난달 25일 오전 9시 49분경, 서울세종(세종포천) 고속도로 청용천교 공사 현장에서 가설 중이던 거더와 런처가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안타깝게도 4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을 당했다. 만약 붕괴로 인해 교량 하부에 위치한 34번 국도를 지나던 차량 위로 무너진 거더와 런처가 떨어졌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사고가 발생한 원인은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와 고용노동부, 경찰 등에서 정밀하게 조사할 것이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로서 런처(Launcher)를 이동시키던 중 편심 작용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했던 시공회사의 박스형 런처 관련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박스형 런처의 구조와 운용 과정에서 편심이 작용하기 쉬운 불안정한 구조 때문에 편심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스형 런처는 트러스형 런처에 비해 후방 지지대가 가설된 DR 거더 위에 거치돼 운용된다. 이로 인해 설치된 DR 거더에 하중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 조건이었다.
이번 사고 현장에 적용된 공법은 신기술로 지정되었던 DR 거더와 런처를 이용한 거더 가설 공법이 핵심이다. 이번 사고를 유발시킨 근원적인 문제점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DR 거더를 55m 거리의 장스팬(Long Span)에 적용
첫째, DR 거더를 55m 거리의 너무나도 긴 장스팬(Long Span)에 적용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거더의 하중이 증가하고 세장비 문제로 좌굴이나 거더가 옆으로 넘어지기 쉬운 환경 조건을 가질 수밖에 없다. DR 거더는 PSC 거더 계열로서 40m 이상을 초과하여 설치하는 것은 사실 무리가 따른다. 장스팬의 거리에는 가능한 강합성형 거더나 steel box, PSC box 등의 적용이 유리하다. 그러나 발주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측면에서 이 공법을 선정한 것 같다.
2024년 4월 30일 발생했던 경기도 시흥 월곶고가교도 거더 길이가 50m가 넘는다. 이번 사고와 유사하게 50m가 넘는 거리에 PSC 거더를 적용하다가 거더의 전도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조사보고서’를 통해 △횡만곡 발생 검토 부재 △거더 제작 시 관리 기준 미흡 △무리한 거치 작업 △불량 자재 사용이 붕괴 사고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고가 앞으로도 추가로 더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3~5년 전에 설계를 하면서 장스팬 거리에 이런 방식의 공법들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실제 시공은 작년부터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장스팬에 PSC 거더 타입 방식이 적용되어 시공하는 건설 현장에서는 유사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
지금부터라도 50m가 넘는 장스팬에 PSC 거더 계열 공법의 적용이 적절한지, 시공이나 운영상 문제점은 없는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교량 거더를 가설하는 런처(Launcher) 선정의 문제
둘째는 교량 거더를 가설하는 런처의 선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점이다. 런처를 이용하여 거더를 가설하는 방법 역시 신기술로 지정되었던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런처는 두 가지 형식이 있다. 트러스형 런처와 이번에 사고가 발생했던 박스형 런처가 있다. 트러스형은 일반적으로 지지대를 교각이나 교대 위에 거치한 상태에서 PSC 거더들을 거치시킨다. 구조적으로는 안전하지만 거더 운반과 거치를 위해서는 이동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공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이번에 사고가 발생했던 박스형 런처는 후방 지지대가 가설된 거더나 상판 위에 위치하여 작업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설된 DR 거더에 하중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무래도 구조적으로 편심이 작용하기 쉽다는 이야기이다. 반면에 이 방식은 시공 시간은 매우 빠른 편이다. 그러다 보니 공기 단축을 위해서 박스형 런처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도 이런 이유로 박스형 런처를 채택한 것 같다.
일설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가 발생했던 건설회사에서는 트러스형 런처를 전혀 보유하지 않았고, 오직 박스형 런처만 보유하고 있어 이 공법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향후에는 교량 거더 가설 공법 선정 시에는 안전성이 우수한 공법인지 철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기 단축이나 공사비 절감을 위해 안전상 무리한 공법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한 지양할 필요가 있다. 무리한 공법 사용은 결국에는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신기술인 DR 거더의 제작 및 긴장력 도입 문제
셋째는 신기술인 DR 거더의 제작이나 긴장력 도입에서의 문제점이다. DR 거더는 공법 특성상 교각이나 교대에 가설 후에는 강선을 1차 긴장하게 된다. 이때 긴장력이 설계에서 요구한 만큼 나오지 않았다든가 너무 과해도 문제가 된다. DR 거더의 폭이 좁고 높이는 높은 상태에서 길이까지 긴 장스팬의 경우에는 세장비 문제로 인해 좌굴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번 사고 영상을 보면 거더가 V자 형태로 꺾이면서 무너져 내렸다. 이는 긴장력이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추정된다. 시공 과정에서 DR 거더의 품질 문제 가능성도 유추해 볼 수 있다. DR 거더가 전도되면서 긴장력이 풀렸는지 아니면 시공이나 제작 과정에서 긴장력에 다른 문제가 없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교량 공사는 계획보다 1개월 10일가량 지연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작년에 시공했던 A2-P4 구간에서, 사고 발생 전에 다시 거더 가설 작업이 이루어졌다. 공사 기간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기존 시공 구간을 다시 작업한 점을 고려하면, 초기 시공 품질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DR 거더 가설 공사의 초기 단계에서는 작업자들의 숙련도가 충분하지 않거나 협업이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시공 기간이 길어지고, 품질 확보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4. 신기술 및 특허 공법 적용 시 안전성 검토 부족
넷째는 신기술이나 특허 공법 적용 시에는 안전성을 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공법에는 장점이 있으면 분명 단점도 존재하게 된다. 공기 단축과 같은 시공성이나 경제성이 우수하다고 해서 안전성까지 우수한 것은 아니다.
신기술 공법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시공 단계나 유지관리 중 구조적 안전성이 확보되었는지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능한 구조 분야나 안전 분야 전문가를 가급적 많이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그들이 안전상 제시한 의견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완하도록 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기술 개발을 한 업체의 로비와 전관들에 의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공법이 선정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5. 시공 현장의 기술 역량 부족
다섯째는 신기술, 신공법을 적용한 현장 특성에 적합한 역량 있는 시공회사나 건설 기술인, 작업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했던 현장의 경우 시공 관리자나 도로공사 감독 중에서 박스형 런처를 이용하여 DR 거더를 시공했거나 감독해 본 직원들은 아마도 극소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보니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작업자들의 경험과 지식에 너무 많이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작업자까지도 경험과 지식이 별로 없다면 어떻게 될까? 필연적으로 사고로 연결될 수밖에 없게 된다.
건설은 ‘경험 공학’이라는 말이 있다. 경험을 통해 배우는 학문이다. 따라서 경험자의 경험과 지식에 의해 시공할 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신기술, 신공법의 경우에는 경험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관련 기술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거나 창의적인 사고 능력을 활용해 사전에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하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대형 건설회사의 브랜드만 볼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시공을 관리하는 건설 기술인이나 작업자들이 현장에 적용된 신기술이나 신공법에 대해 얼마나 유사 경력이나 경험,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검토하여 건설업체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전문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건설 기술인과 근로자들의 몸값은 올라가고 대우도 좋아질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 청년들이 건설업에 유입될 것이다.
또한 현장에서 시공 관리자인 건설 기술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현장 채용직과 같은 운영 방식으로는 또다시 이와 유사한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신분이나 복지 조건이 불안하다 보니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설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들은 또다시 이윤을 이유로 정부의 제도 개선을 압박하려 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돈 문제를 이유로 안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수십 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운영해 왔지만,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4일부터 3월 7일까지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회장 선거가 있다. 회장으로 당선되는 분께서는 이러한 점을 유념하여 협회를 이끌어 가길 바래본다.
6. 사고 예방을 위한 계획 및 이행 부족
여섯째는 사전에 사고를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계획과 이행의 문제점이다. 건설 현장에서 이와 유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미 많은 제도가 도입되어 운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설계 단계에서는 설계 안전보건대장, 설계 안전성 검토(DFS)가 있으며, 시공 단계에서는 시공사가 수립하는 안전관리계획서, 유해 위험 방지 계획서, 공사 안전보건대장과 위험성 평가 제도가 있다. 시스템적으로는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계획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행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면 일할 사람은 부족하고 공사 기간은 촉박하기 때문에 계획서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한 외부에서 나오는 수많은 점검 수행과 시공 조치에 필요한 많은 서류 작업으로 인해 계획서처럼 시공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일부 건설 현장에서 안전 감사나 안전 점검을 나갔을 때 관련 계획서를 요청하여 살펴보면, 현장 직원들이나 감리원이 읽어본 흔적이 전혀 없는 경우도 많다. 이제는 기존의 관행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계획서처럼 현장에서 실제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고 예방의 지름길이다. 아마도 이번 사고 현장에서도 계획서 따로, 실행 따로였을 가능성이 높다. 필요하다면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화로 서류 작업을 간소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계획서 작성이나 검토의 내실화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인 이행을 위한 계획서가 아니라 법적 승인용 계획서로 작성되어서는 안 된다. 시공사가 실제로 현장 여건을 고려하여 이행 가능한 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 건설 회사에서는 계획서 작성을 외주에 맡기고 있다. 현장에서 시공 계획을 알아야 계획서를 작성할 텐데, 이런 내용을 알려주지도 않은 채 빨리 작성하라고 독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계획서가 충실하게 작성될 리가 없다. 외주를 주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실행 가능한 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계획서 심사나 검토 시 안전보건공단이나 국토안전관리원 직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전문가 집단 회의를 통해 관련 계획의 이행 가능성과 작성의 충실도를 따져보아야 한다.
이외에도 신기술이나 신공법이 적용된 현장에서 감리나 감독, 외부 기관이 점검할 때는 사전에 계획서를 숙지해야 한다. 현장과 관련 없는 이야기나 점검위원의 개인적인 경험담만을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계획서를 사전에 검토하고, 점검 시 계획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사고, 분명히 막을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기본에 충실하게 작업하고, 안전 문화를 바꾸려는 의식을 가지고 활동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