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기아, 산재 판정 더 신속하게… '공정별 작업 동영상'이 해법 될까

- 산재 신청 급증… 근골격계질병 판정 신속화 필요성 대두 - 공정별 작업동영상 구축… 판정 신뢰도 향상 기대 - 신뢰성 확보 위한 보완책 필요… 형식적 자료 활용 우려도 제기

2025-02-20     김희경 안전보건 전문기자
ⓒ근로복지공단과 기아 AutoLand 화성공장이 지난 14일 공정별 작업동영상 데이터 베이스 구축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근골격계질병 산재 판정이 더 신속하고 공정해질 수 있을까. 근로복지공단과 기아 AutoLand 화성공장이 공정별 작업 동영상을 구축해 산재 판정의 객관성을 높이는 시도에 나섰다.

 

근로복지공단 화성지사와 기아 AutoLand 화성공장은 지난 14일 공정별 작업 동영상 구축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반복 작업으로 인한 신체 부담을 객관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함으로써, 업무관련성 판정의 신뢰도를 높이고 보상 절차를 단축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최근 산재보험 적용 확대 및 제도 개선으로 인해 업무상 질병 신청이 급증하는 가운데, 특히 근골격계질병 신청 건수는 2022년 대비 55.7% 증가하며 매년 20% 이상 늘어나고 있다.  

 

근골격계질병은 특정 신체 부위에 부담을 주는 업무로 인해 근육, 인대, 힘줄, 연골, 뼈 및 신경·혈관 등에 미세한 손상이 누적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하지만 연령 증가나 일상생활 등 비직업적 요인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무관련성을 판정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산재 승인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신속하고 공정한 판정 체계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근로복지공단은 근골격계질병 처리기간 장기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해 조사 방식 표준화, 업무관련성 특별진찰 외부 인증 의료기관 확대, 집중처리기간 운영 등을 추진해 왔다. 이번 기아 AutoLand 화성공장과의 업무협약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공정별 작업 동영상 구축… 판정 신뢰도 향상 기대

이번 협약을 통해 공단과 기아 AutoLand 화성공장은 공정별 표준 작업 동영상을 제작하고 이를 업무관련성 판정에 활용할 예정이다. 작업자의 실제 업무 환경과 신체 부담 요인을 객관적으로 기록함으로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단 근거를 강화하고 판정 소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단은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산재 근로자의 적시 보상과 조기 치료가 가능해져 빠른 사회 복귀를 돕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근골격계질병의 업무관련성 판정을 돕기 위해 2020년부터 적용된 추정의 원칙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질병이 업무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이 원칙이 도입되면서 근로자의 입증 부담이 줄고, 산재 인정률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일부 악용 사례가 발생하면서 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일상생활이나 기존 질환으로 인해 발생한 증상도 업무상 질병으로 둔갑하는 경우, 산재 브로커 개입을 통한 허위 신청, 불필요한 치료 연장으로 인한 휴업급여 과다 지급 등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재 판정의 공정성을 높이면서도 불필요한 논란과 부작용을 줄이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뢰성 확보 위한 보완책 필요… 형식적 자료 활용 우려도 제기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복지공단과 기아 AutoLand 화성공장이 추진하는 공정별 작업 동영상 구축 사업이 판정의 신뢰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근로자의 진술과 의료기관의 소견에 의존해 판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공정별 작업 동영상이 객관적인 증거 자료로 활용되면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고 판정의 일관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작업동영상이 실제 작업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표준화된 작업 방식이 기록되더라도, 개별 근로자가 겪는 신체 부담이나 반복 작업의 강도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판정 과정에서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촬영된 작업 동영상이 최신 작업 방식과 다를 경우, 실질적인 근거로 활용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작업동영상 구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다양한 작업 환경을 반영하는 촬영 기법 도입 ▲장기적인 작업 누적 부담 분석 ▲정기적인 영상 업데이트 ▲근로자의 동의와 개인정보 보호 강화 등의 보완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근로복지공단 박종길 이사장은 "기아 AutoLand 화성공장과의 공정별 표준 작업 동영상 구축 시범사업 완료 후 사후 평가를 거쳐, 근골격계 질병이 다수 발생하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해당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향후에도 업무 프로세스 개선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 신속·공정한 산재보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근골격계질병 산재 판정 과정에서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정별 작업 동영상이 판정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경우,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작업 방식의 변화에 따른 주기적인 업데이트와 실제 작업 강도를 충분히 반영하는 보완책이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