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 전 건강진단 개정 한 달… 산업현장과 괴리, 기업·근로자 혼란 가중

- 배치 전 건강진단 제도 개정… 기업들 “현실성 부족” - 검진 대기 중 업무 투입 불가에 따른 현장 인력 운영 차질

2025-02-10     고승훈 산업현장 명예 기자

[세이픠퍼스트닷뉴스] 산업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배치 전 건강진단 제도 변경으로 인해 기업과 근로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시행된 건강진단 제도 개정안에 따르면, 배치 전 건강진단 대상 근로자는 반드시 입사일 이후, 실제 업무에 투입되기 전에 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 기존에 채용이 확정된 근로자가 입사 전에 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입사 전 검진이 행정지침상 금지됐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의 건강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현장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기 계약직 근로자, 업무 공백 불가피

특히 단기 계약직 근로자의 경우 이번 개정으로 인해 업무 투입 과정에서 실질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1~6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단기 계약직 근로자들은 통상적으로 입사 후 즉시 업무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개정된 제도에 따르면 해당 근로자들도 입사 후 건강진단을 받아야 하며, 검진이 완료되기 전까지 업무에 투입할 수 없다.

 

한 제조업체 인사 담당자는 “단기 계약직 근로자는 신속한 업무 투입이 필수적인데, 건강진단을 받기 전까지 대기해야 하는 것은 현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동떨어진 지침”이라고 지적했다.

 

 

검진 대기 시간 문제… 기업·근로자 부담 가중

검진 절차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건강진단을 받으려면 사전에 검진 기관과 일정을 조율해야 하지만, 입사 후 예약을 잡으면 검진을 받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결국, 근로자는 검진을 기다리는 동안 업무에 투입되지 못하고, 기업 입장에서도 업무 공백이 불가피해진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현실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건강진단 일정이 잡힐 때까지 근로자를 대기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현장 보건관리자들 "실질적인 운영 어려워"

현장에서 근로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보건관리자들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건관리자는 “산업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근로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비판했다.

 

 

산업현장과의 괴리 줄이는 보완책 필요

 배치 전 건강진단 제도 개정은 근로자의 건강 보호라는 취지를 담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 현장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단기 계약직 근로자의 경우 검진 대기 기간 동안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개정안의 실효성을 높이고, 보다 현실적인 보완책을 마련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