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문화 기획연재 시리즈 Ⅰ] MBTI처럼 간단하게 알아보는 구성원의 안전 성향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유행처럼 보였던 MBTI 검사는 이제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아, 자신의 MBTI를 모르면 대화가 어려운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심지어는 MBTI를 활용해 조직 내 인재를 배치하는 기업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안전에도 MBTI처럼 성향을 반영할 수 있다면 어떨까? MBTI가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듯이, 안전과 관련된 개인의 심리적 성향을 파악한다면 안전 관리의 효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에 관한 심리적 성향, 즉 안전성향에는 규칙에 대한 저항성, 불안, 완벽 추구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위험을 피하려는 성향'을 예로 들어 안전성향이 안전관리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위험을 피하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은 번지 점프의 짜릿함보다는 그에 동반된 위험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작업 현장에서도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은 고소 작업 중에 보이는 여러 위험을 인지하고, 반드시 안전 고리를 걸고 작업할 것이다. 반면, 위험을 피하려는 성향이 약한 사람은 동일한 추락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관리자는 해당 인원을 고위험 현장에 배치하지 않거나, 위험을 감수했을 때의 사고 가능성을 더 구체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심리적 성향을 기반으로 인력을 선발하고 배치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불안정 성향을 가진 근로자가 고위험 현장에 배치되는 것을 방지하거나, 조직 구성원의 심리적 성향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데 이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안전성향 분석과 활용에 대한 연구와 서비스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연구팀은 기존의 성격 유형 모델(Big 5, HEXACO 등)과 안전성향 관련 문헌을 바탕으로 190개 문항의 초기 모델을 구성하고, 근로자 수천 명의 응답을 수집해 분석함으로써 최종 모델을 개발했다.  

응답자들의 불안전 행동과 안전 행동을 교차 검증한 결과, 저항성과 정서 안정성은 불안전 행동과, 성실성과 호감성은 안전 행동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심리적 성향을 바탕으로 개인의 안전 행동과 불안전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심리적 성향 요인에 현장의 환경 요인(안전 리더십, 의사소통, 안전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안전 문화 지수)을 종합하여 실제 사고 현황과 비교했을 때, 사고 발생 가능성 예측 정확도는 78%, 발생 빈도 예측 정확도는 82%에 달했다. 즉, 사고가 100건 발생한다면 그중 82건은 예측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안전성향 검사는 사고 예측과 예방에 실질적 효과성을 지니며,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고 예방 목표에 구체적인 지표를 제공한다.

안전성향 검사는 QR 코드나 링크 형태로 검사 도구를 제공하여 근로자들이 모바일이나 데스크톱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조직 전체 또는 부서별로 분석된 결과 리포트를 제공하며, 안전 행동과 불안전 행동을 예측하는 심리 성향 점수와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언이 포함된다.  

안전성향 검사 결과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첫째는 '안전 코칭'이다. 관리자가 근로자의 안전성향을 이해하면 공감을 기반으로 효과적인 소통이 가능해지며, 이는 안전 코칭의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안전성향에 대한 이해는 안전 코칭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제공한다.  

둘째는 선발과 배치다. 안전성향 검사를 인적성 검사로 활용한 미국버스연합 사례에서는 생산성 70% 증가, 부상 90%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이처럼 선발과 배치 단계에서부터 안전성향을 고려하면 조직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모두 강화할 수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한 안전솔루션 기업이 안전성향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SAFETYID 워크숍을 제공해 구성원들이 서로의 안전성향을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들은 조직 내에서 안전성향 검사를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석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전성향을 선발과 배치에 활용하는 경우, 성향을 점수화하여 절대적·상대적 기준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도 점차 확대중이다.

사고 예방의 가능성이 확실하다면 어느 관리자도 이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개인의 안전성향 검사만으로 사고를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 안전성향을 조직 전반에서 이해하고 활용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함께할 때 안전성향 검사는 사고 예방을 위한 간편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