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전문가되기 65부 - 구태의연한 설계, 현장 목소리를 외면할 때 찾아오는 위기
[세이프티퍼스트닷뉴스] 일을 하다 보면 10년 이상 똑같은 도면을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도면이 똑같다는 것은 계속 동일한 방법으로 설계한다는 의미다.
제조업은 어떨까? 지금 판매되는 제품과 10년 전 제품이 똑같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만약 그렇다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디자인이 개선되었든, 성능이 향상되었든 뭐라도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사실, 엄청나게 발전되었다.
물론 똑같은 도면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고, 더 이상 개선할 부분이 없다면 그렇게 똑같이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말 더 이상 개선할 것이 없을까? 분명히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들려온다. “설계 도면과 같이 공사가 되지 않는다”, “시공이 너무 어렵고 위험하다”라는 하소연이 있다. 운영자들도 이야기한다. “유지 관리가 너무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다. 현장의 이야기가 설계자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메아리처럼 맴돌다 그냥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부관맨홀을 예로 들어보자. 하수관로 맨홀에서 유입관과 유출관의 단차가 60cm 이상 발생할 때 부관맨홀을 사용한다. 유입관의 아래쪽으로 부관(By-Pass관)을 설치하여 유량이 적을 때는 하수가 맨홀 바닥으로 흐르도록 하는 것이다.
부관이 없으면 하수가 높은 곳에서 맨홀 바닥으로 그대로 떨어지는데, 이때 하수가 바닥에 부딪히며 위로 비산하게 된다. 이로 인해 맨홀 바닥이 손상되기도 하고, 비산된 하수로 인해 악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부관맨홀을 설치한다.
일반적으로 부관은 맨홀 외부에 설치한다. 부관을 보호하기 위해 콘크리트로 보호공을 설치하는데, 이 부분이 현장에서는 좋지 않다. 하수관로 현장에서 사용되는 맨홀은 모두 기성제품이다. 공장에서 제작한 제품을 운반해 현장에서 설치만 하는 이유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이다.
만약 맨홀이 기성제품이 아니라 현장에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 제작된다고 생각해보자. 맨홀 하나 설치하는 데 시간이 엄청 걸릴 것이다. 철근을 조립하고 거푸집을 설치한 뒤 레미콘을 타설하고 일정 강도가 나올 때까지 양생을 해야 한다. 그때까지는 되메우기를 할 수 없으니 굴착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주민들의 통행에 불편이 생기고, 최악의 경우 보행자나 자동차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맨홀을 기성제품으로 사용해 공사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관을 맨홀 외부에 설치하면 어떻게 될까? 맨홀을 기성제품으로 사용하는 장점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부관을 보호하기 위해 콘크리트로 보호공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부관을 맨홀 내부에 설치하는 것이다. 대신, 조금 더 큰 규격의 맨홀을 사용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시공성뿐만 아니라 유지 관리성도 좋아진다. 맨홀 외부에 설치된 부관은 땅속에 묻혀 있고 콘크리트로 덮여 있어 유지 관리가 어렵지만, 내부에 노출된 부관은 청소 등이 훨씬 용이하다.
부관맨홀과 같은 문제는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이다. 많은 현장에서 어려움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인지한 설계자는 부관이 내부에 설치된 도면을 사용한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설계 도면에는 예전과 동일하게 부관이 외부에 설치된 도면이 사용되고 있다.
예전과 동일한 도면을 계속 사용하는 설계자는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이전에 사용한 도면이나 설계 방법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분명히 장점과 단점이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단점을 없애거나 줄이고, 장점을 더 발전시키면 개선되는 것이다. 그러면 도면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자신의 성장으로도 이어진다.
그렇지 않은가? 똑같은 도면을 계속 사용하고 동일한 방법으로 설계하는 사람은 한번쯤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종탁의 생각정원: http://blog.naver.com/avt17310